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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던 화장대를 만 원에 팔고 생긴 놀라운 변화

조회수 2021. 9. 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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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덜그럭. 탁!”

둘째 녀석의 소리다. 또 화장대 서랍에 장난감을 넣는 중인가 보다. 처음에는 아이가 서랍으로 장난칠 때마다 부침개를 뒤집는 중에도 안방으로 달려갔다. 서랍을 세게 닫다가 손가락이라도 다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달려가는 모성애도 한두 번이다. 묘안을 짜냈다. 아이 안전을 위해 테이프로 서랍을 통째 발랐다. 번뜩이는 투명 테이프 덕분에 둘째 아이는 서랍에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큰아이 차례였다. 아이는 서랍을 고정하려고 붙여놓은 테이프를 볼 때마다 떼버리기 일쑤였다.

화장대의 진짜 주인인 내가 거울을 보는 시간은 고작 아침 5분,두 개구쟁이가 한뜻으로 화장대를 습격하는 시간은 예측 불가였다. 결국 파우치에 스킨, 로션, 선크림, 팩트,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담아 화장실 수납장 한 켠에 놓았다. 화장실에서 화장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화장대를 중고로 과감하게 팔았다. 단돈 만 원에.


"자유는 ‘하지 않음’에서 온다. 비로소 내 얼굴을 나답게 꾸미며 산다"

있어야 하는 줄 알았던 화장대를 없앤 1년 뒤 해야 하는 줄 알았던 화장도 하지 않고 출근한다. 그동안 하루 겨우 5분 앉으면서도 화장대를 고집했다. 신혼살림 장만할 때 화장대는 으레 있어야 하는 가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없는 살림에 텔레비전도 포기했고, 장롱도 안 샀으면서 화장대만큼은 지켜냈다. 나의 정체성이 과연 아름다움에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화장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아니다. 그저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했던 일이다.

민낯, 이게 정말 안 될 일일까? 확인해보고 싶었다. 첫 시도는 독서 모임 때였다. 로션에 선크림만 바르고 사람들을 만났다. 부끄러웠냐고? 아니다. 다 같이 화장을 안 했으니,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사회적 체면 구길 일도 아니었다. 그 덕분에 본격적으로 ‘꾸밈’과 ‘기능’에 대한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꾸밈은 시간과 돈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감정 소모도 심한 노동이었다.

이제는 노동에서 해방됐다. 출근길이든, 카페든, 대형마트든, 백화점이든 어디로 가더라도 화장을 선택한다. 하지 않을 때도 있고 할 때도 있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라는 말에 삐딱하게 반문한다.

화장대를 만 원에 팔아버린 건, 단순히 덩치 큰 거울 수납장을 버린 것 이상의 결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물건을 살 때 신중하고 싶다는 표현이었다. 유행에 맞춰,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려고, 남들 다 있으니까, 신제품이라는 이유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구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렇듯 할지 말지 선택하려면 안 해도 괜찮은 상태를 경험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으면 가진 것을 지켜야 해서 자유롭기 힘들다. 반면에 가진 것이 줄어들면 신경 써야 할 요소들도 함께 줄어 자유롭다. 해방이다.

나에게 화장대가 그러했듯, 있는 물건 중에 버릴 것은 없는지부터 둘러보자.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갖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버리자. 가진 물건을 없애다 보면 다음 물건을 살 때 ‘뭘 사지’가 아니라 ‘뭘 사지 않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사랑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집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애쓴 집주인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열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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