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로 태어난 소년
믿고 뽑은 신인. 인터뷰를 준비하며 여러 기사를 읽었을 때 이 말이 단번에 떠올랐다. 고교 시절부터 검증된 선수였던 이승현은 삼성 라이온즈의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2021 연고지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로 뽑혔다. 신인에게 보내는 기대가 어깨에 얹어진 짐이 될 수 있었을 텐데도, 승부를 내야 하는 마운드 위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긴장하지 않았다. 패기 넘치는 고등학생이 말했던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라는 포부가 현실이 됐듯이, ‘삼성의 투수’ 하면 이승현이지, 하는 날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소년의 성장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다.
Photo 삼성 라이온즈 Editor 김나래

#나타났다, 삼성 유망주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단독 인터뷰예요. 반갑습니다! 구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해주세요. (6월 2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2021년 삼성 신인 투수 이승현입니다.
작년 10월 ‘더그아웃 리포트’에서 본인을 ‘능글능글한 선수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하하. 음, 패기 있는 투수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자신감 있고, 패기 있는 투수라고 할 수 있어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뼛속부터 삼성 팬임을 밝히기도 했어요. 본인에게 삼성은 어떤 팀인가요?
팀 분위기도 좋고, 야구도 엄청나게 잘합니다. 좋은 선수도 많고, 삼성이 최고의 명문 팀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삼성에 입단했을 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봐왔던 선배들과 함께 프로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었어요.

아버지도 삼성 팬이라고 언급한 인터뷰가 있더라고요. 프로가 된 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삼성이라서 더 기뻐했겠어요.
크게 축하하고 기뻐해주셨어요. 다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조언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1군 데뷔 첫 경기를 어떻게 지켜보셨어요?) 경기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웃음)
입단 후 구단 유튜브에서 제구력과 구속,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맞춰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시즌 초반이지만 훈련의 성과가 느껴지나요?
2군에서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보나요?) 아직 제구가 완벽하게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고, 퀵 모션 등의 운동을 더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남은 시즌을 위해 어떤 훈련에 집중할 예정인가요?
퀵 모션과 수비 기본기요. 할 운동이 너무 많아요. 수비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서 세트 포지션을 더 연습하려고요. 아직 송구할 때 제가 가진 힘을 오롯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순간적인 힘을 100퍼센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 중이에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매일매일 꾸준히 하고 있고요. 또, 투수 정면 타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수비가 계속 부족하게 느껴져서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5월 14일 잠실야구장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같은 팀인 오재일이 데뷔 공을 챙겨주기도 했어요. 성공적으로 데뷔한 기분은 어땠어요?
꿈만 같았어요. 다시 생각해봐도 그냥 꿈만 같았어요. (김현수를 삼진아웃 시켰잖아요.) 딱히 삼진아웃을 시켜야겠다고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일단은 경기에서 이겨야 하니까 ‘상대 선수를 막자’, ‘아웃 카운트를 잡아야겠다’라는 각오만 하고 마운드 위에 올랐어요.
1군 리그에 등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요.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습니다. 팬들의 반응을 보니 기분이 아주 좋더라고요. 열렬히 응원해주시니 힘이 됩니다.
벌써 신인왕이 나타났다는 반응도 있어요. 올해 수상하면 삼성에서 투수로서는 두 번째로 신인왕에 오르는 것이라고 해요. 기대해도 될까요?
기대해도 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신인왕이라는 타이틀에 큰 욕심은 없어요. 타이틀을 노리는 것보다는 팀을 우선으로 두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개인의 실적보다는 팀이 우선인가요?) 팀 성적이 좋아지면 제가 잘했을 때 개인 성적도 높게 평가받는 것이니까 신인왕은 알아서 따라오지 않을까요?

9⅓이닝, 평균자책 0.96, WHIP 1.29, 탈삼진 12개 등 지금까지 좋은 활약을 보였는데요.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어떻게 보나요?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더 잘할 수 있어요. 더 잘해야 하고요.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가요?) 볼넷을 줄이고 싶어요. 그리고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공을 던지고 싶습니다.
2018년 인터뷰에서 삼성의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가 되고 싶다고 예언이 된 포부를 밝혔는데요. 올 시즌에 임하는 포부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포부까지는 아니지만, 팀을 우선으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구원투수로 오르고 있지만, 선발투수로서의 모습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훈련 중인가요?
선발투수가 되기 위한 훈련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형들과 함께 똑같이 운동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경기를 지켜본 감독님과 코치님의 반응은 어때요?) 경기 전에 잘 던지라는 이야기는 안 하세요. 대신 패기 있게, 시원시원하게 던지라고 하시죠.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경기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따로 주지는 않으세요.

#과거는 거들 뿐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을 롤모델 삼은 것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좌완투수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원래 왼손잡이였던 건가요?
원래부터 왼손잡이였어요. 그래서 좌완투수인 류현진 선수를 보고 야구를 시작하게 됐죠. (혹시 왼손잡이가 아니더라도 좌완투수가 됐을까요?)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웃음)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야구에 빠졌어요. 류현진 선수는 그때부터 제 롤모델이 됐어요.
프로가 되기 전부터 야구 실력으로 유명했잖아요. 삼성에서는 “기량은 고교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라고 말하며 연고지 1차 드래프트로 발탁했고요. 아마추어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지는 않지만, 여러 코치님이 저를 도와주셨던 건 기억나요. 투구폼이나 공을 던지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셨죠. 어떻게 하면 힘을 더 잘 사용하고, 순간적으로 100퍼센트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공의 회전을 좀 더 빠르게 하고 구속력과 제구력을 좋게 할 수 있을지 등을 코치님과 상의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갔어요. (프로가 되고 나서 고민하는 지점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그런 셈이죠.
삼성 내에서 롤모델로 삼은 선수가 있다면요?
오승환 선배님이요. 자주 교류하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이야기해봤어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18회 삼성기 초·중 야구대회에서 우승 후 선수상을 거뒀어요. 그때 졸업한 원태인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같은 팀에서 뛰고 있어요. 여전히 좋은 선후배 관계인가요?
당연하죠. 운동할 때 노하우를 잘 가르쳐주세요. 태인이 형과 운동할 때가 재밌고 웃겨요. 형이 팀 내 분위기 메이커 같은 존재거든요. (장난을 주로 치나 봐요.) 장난을 제가 치는 게 아니고, 태인이 형이 일방적으로 저를 괴롭혀요. 툭툭 치고 간다든지요. (구단 유튜브에서 원태인이 엉덩이를 때리고 가는 장면이 잡혔더라고요.) 그게 엉덩이가 아니라 옆구리였어요. 옆구리를 때리고 가더라고요. 장난을 종종 치기는 하지만, 챙겨주는 게 더 많아요. 좋은 관계입니다.
5월 14일 원태인이 인터뷰에서 “(이승현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줘야 할 것 같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1군 생활 방법, 지도받았나요?
많이 받았어요. 생활하는 방식이나 예의와 태도 등 이런저런 지도를 해줬어요. 제가 막내다 보니, 막내로서 지켜야 할 행동도 배웠죠.
삼성 내에서는 원태인을 제외하면 어떤 선수와 친한가요? 혹은 친해지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김)지찬이 형이나 (이)승민이 형이요. 심창민 선배님도 좋은 말씀 자주 해주세요. 친해지고 싶은 선수는, 삼성 선수들과 다 친해지고 싶어요. (발이 되게 넓은가 봐요.) 제가 발이 큰 편이긴 한데 넓지는 않아요.

프로에서 선발투수로 첫 승을 거두면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치킨과 피자를 사겠다는 공약을 걸었는데요. 아직 선발로 첫 승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무언가 해준 것이 있나요?
아직 해준 건 없어요. (웃음)
아마추어 시절,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야구 모자에 적은 ‘성공의 이유’라는 글자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어요. 어떤 의미인지, 여전히 지키는 의식인지 궁금해요.
성공의 이유는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아직도 경기하기 전에 그 글자를 새기면서 준비해요. 늘 떠올리면서 운동하고 있어요. (징크스인가요? 아니면 자연스러운 행동인가요?) 징크스는 아니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경기를 준비하는 거죠.
그와 더불어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밝히기도 했죠. ‘프로 데뷔하고 나서 이런 효도 했다!’ 자랑 한번 해주세요.
효도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데뷔하고 아버지께 지갑을 사드렸어요. (아버지가 엄청나게 좋아했겠어요.) 네. 아주 좋아하셨어요.

성공하면 부모님께 어떻게 효도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어요. 넉넉하지 않다기보다 금전적으로 힘들게 살았어요. 아버지가 제 뒷바라지에 모든 걸 쏟으셨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맘껏 못 하고 사셨죠. 프로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진다면 아버지가 하고 싶으신 건 다 해드리고 싶어요.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집도 사드리고 싶어요. 제게 지원해주셨던 것처럼 어떤 것이든 저도 보답하려고요.
프로 데뷔 후 아마추어 때와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운동 루틴이나 습관 등이 달라졌어요. 고등학교 때는 정해진 시간이나 방법대로 규칙적으로 운동하지 않았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기는 했지만, 정해진 목표에 맞춰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만 했죠. 프로가 되고 나서는 구단의 지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바뀌었어요. 먹는 것도 신경 쓰게 됐고요. 그러니까 아마추어 때보다 몸이 좋아지더라고요. (식단에서는 어떤 걸 중점으로 두나요?) 구단에서 정해주는 대로 따르는데, 단백질 위주로 챙겨 먹으려고 해요.
<더그아웃 매거진>에서는 누구에게나 잘 던지고 싶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고, 다른 인터뷰에서는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와 대결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앞으로 대결해보고 싶은 다른 선수가 있다면요?
없어요. (웃음) 그때도 인터뷰하신 기자님이 ‘굳이 꼽자면’이라고 물어보셔서 대답한 거였어요. 지금은 딱히 대결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지는 않아요. (그럼 삼성에서 대결해보고 싶은 타자는 누가 있을까요?) 호세 피렐라? 잘 치는 선수이기도 하고, KBO리그 외국인 타자 중에서도 실력으로 손꼽히는 선수잖아요. 굳이 꼽자면 피렐라와 대결해보고 싶어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도 엿보이는데요?
모든 야구 선수의 로망은 메이저리그가 아닐까요? 기회가 된다면 진출하고 싶어요. (가고 싶은 팀이 있나요?) 딱히 가고 싶은 특정 팀이 있지는 않아요. 메이저리그에서 불러주기만 하면 어느 팀이든 가고 싶어요.
6월 2일 SSG 랜더스 추신수를 상대로 공을 던졌는데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추신수 선배님과 대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어요. 평소에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선수가 아닌 데다, 추신수 선배님은 메이저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수잖아요. 그런 분과 마운드 위에서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어요.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어요. 혹시 긴장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딱히 방법이 있지는 않아요. 마운드 위에서는 잡생각을 비우고 경기에 임합니다.
투수가 전날 경기가 떠오르면 다음 날 경기에 임하기 힘들다고 말하잖아요. 구단 유튜브에서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지면 경기를 복기하느라 잠을 못 잘 정도라고 인터뷰하기도 했고요. 마음가짐을 다잡는 루틴이나 습관이 있는 건가요?
경기 전에 생각을 비우는 루틴 같은 것은 없고요. 야구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그날 경기에만 집중해요. 경기가 끝나면 그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했는지는 두고두고 생각이 나겠지만요.
5월 26일 경기에서는 차분한 인터뷰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어요. 원래 그렇게 말을 잘하나요?
저 말 잘 못 해요. (전혀 안 떨려 하던데요? 일부 누리꾼은 구자욱처럼 인터뷰를 잘하는 선수가 나타났다고 언급했어요.) 아니에요. 티가 안 나서 그렇지, 그때 엄청나게 떨렸을걸요? 저 정말 말을 잘 못해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삼성’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삼성의 간판 투수요. ‘이승현’ 하면 삼성의 대표 투수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런 투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삼성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선수인데 뜨겁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열심히 던지며 경기에 임할 테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인터뷰 내내 그가 답변을 마치면 “와, 멋지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피겨스케이팅 영웅 김연아가 선수 시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변했던 인터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선수로서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을 위한 노력을 힘들어하기보다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여기는 프로의식이 느껴졌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해 아마추어 경력이 긴 편인데도, 어떤 일화가 기억나기보다는 그때 집중했던 훈련이 무엇이었는지를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평생 좋은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했던 성실함이 엿보였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선발투수로, ‘삼성’ 하면 생각나는 투수가 될 그의 미래가 지금처럼 꾸준하기를 염원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3호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3호(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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