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는 원래 ESG 민족".. '한국인 에너지' 저자 홍대순 원장

채민석 기자 2021. 1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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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이 물려준 전통·문화·기술이 ESG에 부합"
"한국인의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을 기업 현장에 발현해야"
우리 민족의 ‘흥’과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비밀병기가 될 것이다

2021년 가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억1100만가구가 시청하면서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된 것. BTS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3관왕에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종횡무진 활약중인 손흥민은 1139억원의 이적료로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우리나라의 저력은 빛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절반을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판매량 기준)를 지켰다.

‘세계 최고·최초’ 타이틀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5000년 역사를 지닌 한국은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과 세계 최초 목판 인쇄물을 보유한 나라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표기한 세계 최초의 유라시아 아프리카 전도이며, 세계 최초의 목선, 세계 최초의 볍씨를 가졌다.

세계 최초와 최고를 만들어내는 한국인이기에 가능한,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한국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러한 에너지가 산업현장과 기업경영에 접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조들이 물려준 역사와 문화를 활용해 세계 최고 강국으로 거듭나는 대한민국의 신명나는 미래를 꿈꾸는 ‘한국인 에너지’의 저자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을 만나봤다. 홍 원장은 연세대에서 응용통계학 학사, 경제학 석사 및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글로벌 경영전략컨설팅 회사 아서디리틀(ADL) 코리아 대표와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인 에너지' 저자 홍대순 글로벌정책연구원장

- 산업계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우리 조상 때부터 이어져온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원래 ESG의 민족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전통이나 문화, 기술이 ESG에 부합한다. 저 위에서 조상들이 후손들에게 ‘ESG는 우리가 몇천년 전에 했던 건데, 너희가 원조가 돼야지 뭐하고 있냐. 우리는 원래 삶이 ESG야’라고 꾸짖고 있을 것 같다. 일례로 조선의 건축 기술을 살펴보면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이를 ‘차경’이라고 부르는데, 자연의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이다. 애초에 환경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지의 경우 1000년 이상 썩지 않고 버티는 종이로, ESG적 가치가 충분하다. 2017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의 자물쇠를 복원하는 데 한지를 사용했고,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에도 한지가 사용됐다. 소재 경쟁 시대에서 한지는 저탄소, 친환경 소재 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잠자고 있는 전통 기술을 현대 기술에 접목시킨다면 성공적인 ESG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의 어떤 문화적인 특성을 산업 현장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문화유산 보유수가 전 세계 200개국 중 3~5위권이다. 우리 핏속에 흐르고 있는 신명과 신기야말로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유전자다. 한국인은 무슨 일이든 한번 불이 붙으면 거침이 없고,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BTS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 5000년 선현들의 끼와 열정, 그리고 후손들의 노력의 합작품인 셈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잘 놀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지닌 나라가 없다. 지능지수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지런함 역시 세계 최고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함께 움직이는 홍익인간 정신도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진 탁월한 유전자로 진검승부를 펼칠 때가 됐다. 우리는 반도체, 의료, 스포츠, 게임, 스마트폰, 문화 등 전 세계를 집어삼킬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저력과 힘을 올바르게 보고, 이제껏 잘 몰랐던 우리 것의 위대함을 찬란한 미래에 담아야 한다.”

-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칫 ‘국뽕’이 아냐니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진정으로 국뽕을 해봤냐고 반문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내세우려고 할 때 국뽕이라고 치부하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진정한 의미의 국뽕은 외국을 배격하는 국주주의나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명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맛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 다음에 다른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 다른 문화의 맛을 느끼는 등 문화적인 풍유를 향유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위), 오징어게임(왼쪽 하단) 그리고 손흥민.

- 한국인으로서 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세대에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우리나라에 대해 ‘왜 이 정도 밖에 안 될까,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을까’라고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체에 퍼져 유행어가 됐겠냐.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문제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머리도 좋은 민족이다. 우리가 우리를 제대로 보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훨씬 더 행복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이유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담았다. 현 대통령 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도 읽고 우리나라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나 특성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좌뇌보다 우뇌가 중요시 될 것이다. 인간이 하던 일들을 기계가 다 하게 되면서 인간에겐 뇌만 남았는데, 기계적 합리성을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을 반납하게 됐다. 논리성보다는 통찰력을 담당하는 우뇌의 기질이 중요시 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우뇌가 발달된 민족이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정주영, 이병철 회장은 전형적인 우뇌형 기업가다. 한국인의 ‘종특’(종족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과 신명이 빛을 볼 시기가 온 것이다. 자유분방함이 너무 과다하면 자칫 사고를 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둔다면 많은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 세계화의 시대에서 우리 민족만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물질 자본주의에서 많은 한계들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따뜻한 자본’ 같은 개념들이 제시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자유분방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동체 인본주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것을 5000년 전 단어로 표현하면 ‘홍익인간’ 정신이다. 현재 국제 정세를 보면 G2가 갈등을 빚고 있고, 외교·무역 갈등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구촌 시대 정신에 부재가 생기게 됐다. 유엔도 정치적으로 좌지우지 되고 있고, 설립 당시의 정신도 훼손되고 있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휴머니즘’이 부활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 우리나라가 홍익인간 정신을 발휘해 세계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어머니이자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홍익인간 정신으로 선진국 위치에서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 지원을 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어 견제를 심하게 받지도 않으면서 개발도상국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그 판을 만들 수 있다. 지구촌 200개 국가 중에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역할을 하라고 5000년 역사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물려주셨고, 홍익인간 정신으로 지구촌 공존과 번영을 이뤄내자는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지(위), 조선 전기 금속활자(왼쪽 하단), 혼일강리역대국지도

- 홍익인간 정신이 산업현장에도 적용될 수 있나.

“산업현장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기업은 ‘와이’(Why)와 ‘하우’(How)를 잘 구분해야 한다. 하우는 어떻게 기술을 확보할 지, 어떻게 제품을 구성하고 기능을 구현할 지 등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지금 시대에는 ‘왜’ 이 제품을 만드는지, 그 정신과 철학을 제품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홍익인간 정신으로 구분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은 ‘고객이 아니라 팬덤을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왜 이 제품을 만드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이 더 대범하게 생각하면서 이 제품이 어떻게 인류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문화와 문명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파괴적 혁신’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

- 현재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잘하고 있지 않나.

“우리 기업들이 불량품을 잘 만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타고난 명품도 없다. 이를 유발하는 것이 ‘경영 사대주의’다. 우리는 외국 기업을 자꾸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에 모방은 살아남을 수 없다. 숙제를 하는 나라가 아닌 출제를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기업은 출제에 익숙하지 않다.”

- 어떻게 하면 숙제를 하는 기업에서 출제를 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유분방하다. 끼와 흥으로 가득찬 민족인데, 그것을 밤에 술과 놀이에 발현한다. 이러한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을 기업 현장에 발현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넷플릭스는 룰이 없는 자유분방한 경영의 모범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하려고 하는데, 우리 민족 DNA에 뿌리 박힌 특성인 자유분방함을 왜 우리가 구현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유연한 경영 방식의 원조가 돼서 외국에 설파한다면 경영 사대주의를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독과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기업 간의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고차원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독과점은 한정된 파이 내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에 불과해 국부 창출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신사업을 고민할 때도 인본주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무작정 수익을 보고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인류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지, 국민과 국익에 기여하는 지 등을 고민해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인가.

“‘팍스 코리아나’ 선언문에도 썼듯이 우리가 1등 국가의 1등 국민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에 7번째로 가입했다. 나아가 우리 국민 연봉 1억원을 달성해 100-50클럽에 첫번째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른 국가가 갖지 못한 특성과 문화 자원을 활용해 세계를 주도할 판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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