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민원 수백건"..참다 못한 건물, '동성애자 출입금지' 붙였다

오진영 기자 입력 2021. 7. 9. 05:50 수정 2021. 7. 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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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지하 4~6층 화장실 입구에는 '동성애자 출입 신고로 화장실을 폐쇄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지난 5월부터 1년 넘게 붙어 있는 이 공고문은 건물 관리단이 직접 써붙였다. 자칫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처럼 비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으나 이 건물은 공고문을 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건물 관리단에서 13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모 과장(48)은 기자와 만나 "절대 성소수자를 차별하기 위해 붙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면서 건물 화장실·계단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저질러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김 과장은 "손님으로 오시면 언제든 환영이다"라며 "다만 공연음란죄를 저지르는 분들은 단호하게 출입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성관계 민원 늘어 경찰 출동한 적도…어르신들 근무 어려워 불가피한 조치"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에 '동성애자의 출입 등으로 화장실을 폐쇄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의 이 건물은 내부에 콜라텍·노래방·당구장 등 유흥업소와 학원이 있는 대형 건물이다. 인근에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탑골공원, 종묘, 청계천 등이 있어 '어르신들의 홍대'라는 이명을 갖고 있을 정도다. 음식점이나 교육시설 등도 내부에 있어 젊은층도 이 건물을 많이 방문한다.

건물 관리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건물 지하 4~6층에 있는 지하주차장을 방문하는 고객들로부터 "성소수자들이 성관계를 갖고 있다"는 민원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이 건물 지하의 계단과 엘리베이터 옆의 화장실 등에서 민원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관리단이 순찰팀을 꾸리기도 했다. 지난해 50대 여성 손님이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과장은 "이제껏 관리단에 접수된 성소수자 관련 민원을 합치면 수백건이 넘는다"며 "손님들 민원도 민원이지만 화장실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어서 근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또 "절대 성적 지향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범법행위를 막자는 의도다"라고 강조했다.

건물 측은 '계단에서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목격 민원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최근 계단의 조명을 센서등에서 상시 켜져 있는 등으로 교체했다. 또 화장실 폐쇄 이외에도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인근 지구대에 즉각 신고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에 관련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는 것은 맞으나 신고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건물 측은 이 공고문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공고문을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공고문이)성소수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공공장소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해 손님들이 피해를 입게 만드는 건물이라는 오명은 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고문이 불법은 아니지만…"자칫 성소수자 혐오 유발할 우려도"
/사진 = 게티이미지

일각에서는 이같은 공고문이 자칫 성적 지향에 따라 출입을 막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건물이 성소수자의 범법행위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있었는지 등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데다 일부의 사례를 놓고 '성소수자는 원래 나쁘다'는 식의 그릇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특정 성적 취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은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며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사례를 놓고 '성소수자 때문에 폐쇄한다'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19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불허한 것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당시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성소수자 단체의 체육관 예약을 취소했다. 인권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시설 이용을 못하게 한 것은 차별"이라며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다만 법조계는 불법행위를 이유로 개인 소유의 건물이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설명한다. 김기윤 변호사는 "성소수자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공공장소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은 공연음란죄에 해당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며 "해당 행위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다"고 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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