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병원갈때 휴가내지 마세요, 저희가 갈게요"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일 없을까?
지천명 앞두고 억대연봉 포기하고 창업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 만들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병원에 가야 하는 날, 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령의 부모님을 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 이걸 속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고위드유(Gowithu)’다. 고위드유는 병원 동행 서비스다. 자식을 대신해 병원 동행 매니저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해 진료나 검사를 마치고 집까지 모셔다 준다. 병원 동행 매니저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출신 전문가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동행한다. 메이븐플러스 김원종 대표는 고위드유의 0호 병원동행매니저다. 20년 넘게 해왔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메이븐플러스를 창업해 새로운 직업과 서비스를 만들었다. 김원종(49) 대표를 만나 고위드유에 대해 물었다.

메이븐플러스 김원종 대표/ 메이븐플러스 제공

-‘고위드유’는 어떤 서비스인가?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고령층이나 고객들의 병원 방문을 도와주는 병원 동행 서비스다. 보호자 대신 병원 동행 매니저가 함께 병원을 방문해 당일 진료와 검사, 퇴원 등을 돕는다. 고위드유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할 때 진료가 필요한 날짜와 시간, 방문할 병원, 거주 지역 등을 입력하면 동행 가능한 매니저를 매칭한다. 혼자 거동이 가능한지, 휠체어나 앰뷸런스가 필요한지 등의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병원 동행 매니저는 예약 당일 집 앞에서 환자를 픽업해 진료실과 검사실, 약국까지 동행하고 귀가까지 함께한다. 환자의 동의가 있으면 보호자와 가족에게 진료 내역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어떤 분들이 주로 이용하나?
“이용자의 70%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다. 혼자 병원까지 이동해 진료와 검사 등을 받기 어려운 경우다. 자식들이 동행할 수 없어 예약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예약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다. 젊은 여성들이 보호자가 필요한 수면 검사나 성형수술을 위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 때 병원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이용자는 많은가?
“2019년 10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한 달에 30~40건 정도이던 예약이 올해는 한달에 200건 정도로 늘었다. 이번달 이용자 50%가 코로나 백신 접종자다. 백신 접종이 늘면서 이용자도 많아졌고 서비스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졌다.”

고위드유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병원 방문을 돕는 병원 동행 서비스다. /메이븐플러스 제공

-병원 동행 서비스의 장점은?
“요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자식들이 많지 않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 병원 갈 일이  많아지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혼자 갈 수가 없다. 그럴 땐 자식들이 휴가를 내거나 멀리서 와야 하는데 매번 그럴 수가 없다. 타지나 해외에 산다면 더욱 난감하다. 택시를 이용한다고 해도 집앞까지 이동하거나 병원 진료 과정이 또 다른 숙제다.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지 못하는 자식도 괴롭지만 휴가를 내고 온 자식을 보는 부모도 괴롭다. 자식에게 짐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다. 병원 동행 서비스는 이런 자식과 부모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병원 동행 매니저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출신의 전문가다. 이동에서부터 진료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적으로 도와준다.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가장 안전하게 이동하는 방법을 찾는다. 병원마다 다른 진료 체계나 검사실 위치, 건물간의 이동 등 동선을 파악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르신들의 말벗도 돼준다.”

-서비스 비용은 얼마인가?
“1시간당 2만원, 최소 예약 시간은 2시간이다. 최대 1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시작한 계기는?
“좋은 회사를 다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억대 연봉을 받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막상 그렇게 살아도 행복하지 않더라.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좋을까 고민했다. 23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47살에 회사를 창업했다.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입고 안 아플 때 행복하지 않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모두가 행복한 일을 찾은 게 병원 동행 서비스다. 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인 만큼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내 가족을 생각하며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다.”

-원래는 어떤 일을 했나?
“대학에서 의용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선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실데아, 필립스, 노바티스, 휴렛팩커드 등 외국계 회사에선 영업 엔지니어, 전략, 고객지원 등의 업무를 했고 대표 자리에도 올랐다”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가?
“매일이 기대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즐겁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하면서 가족 같은 인연이 많이 생겼다. 병원 동행 매니저에게도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1억~2억원의 연봉을 받았겠지만 그 돈이 없어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

고위드유 0호 병원동행매너저 김원종 대표가 환자의 이동을 돕고 있다 /메이븐플러스 제공

-힘들 때도 있을 텐데.
“기업이다보니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아직은 이 서비스만으로 운영을 하긴 힘들다.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병원 동행 서비스나 병원 동행 매니저 모두 새로운 사업, 직업이다보니 풀어야 할 규제가 너무 많았다.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사업을 시작하고 가장 보람 있을 때는?
“병원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신 분들이 건강해졌을 때가 아닐까. 거동이 불편해서 업어서 이동했던 분이 치료를 시작하면서 걷게 되고 업으러 갈 일이 없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수원까지 가서 환자 업고 계단으로 이동한 적이 있다. 따님들이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갈 때마다 계단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했다. 아들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딸들이 고맙다고 우는 바람에 같이 운적도 있다. 일을 하다보면 내 부모님 같은 경우도 있고 가족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난다. 병원 진료를 편하게 받고 건강이 좋아지면 내 가족 일처럼 기쁘고 또 보람 있다.”

메이븐 플러스 김원종 대표. /메이븐플러스 제공

-병원 동행 매니저는 어떻게 뽑나?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병원 동행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일할 수 있다. 1:1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발부터 교육까지 까다롭게 하는 편이다.”

-병원 동행 매니저의 수입과 업무 만족도는?
“병원 동행 매니저는 프리랜서 개념이다. 시급은 1만5000원, 한달 수입은 평균 120만 정도다.  매일, 하루 8시간을 모두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입은 차이가 있다. 병원 동행 매니저 중에는 50대 경력단절 여성이 많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유 시간에 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업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병원 동행 매니저의 미래는?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800만명이 넘는다. 2030년에는 전체 인구의 30%, 2060년에는 40%가 넘는다. 병원에 갈 노인은 더 많아진다. 병원 동행 서비스 이용자는 한달 1000명 이상 늘어날 것이다. 병원 동행 매니저 수요도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프리랜서가 아니라 정규직,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도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병원 동행 서비스로 병원 가는 문제를 해결했다. 고령층을 위한 돌봄이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중증이 생겨서 병원이나 시설이나 입원하기 전까지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최근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을 위해 ‘네츠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다. 차와 이동용 리프트를 도입해 병원 동행 서비스가 더 편리해졌다. 계단 이동을 돕는 리프트는 해외에서 수입해왔는데 국내에서 만들어보고 싶다. 세상에 없던 일을 하다보면 새로운 기술과 일자리가 생긴다. 앞으로 새로운 플랫폼과 젊은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만들고 싶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