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대장동 의혹 수사' 검찰, 의혹을 부채질하지 마라

김병헌 입력 2021. 10. 18. 00:00 수정 2021. 10. 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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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중 식사를 위해 이동하기에 앞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사안의 중대성 고려, 수사과정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대장동 특혜' 의혹의 키맨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속한 수사 지시를 내린 후부터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 보이지만 탄력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해 로비 의혹의 실마리를 풀어내려 했지만 청구한 구속영장은 지난 15일 기각됐다. 검찰이 김 씨의 범죄 혐의부터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재판부의 설명이 이를 방증한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 씨가 "성남시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 원'이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핵심으로 주목받는 남욱 변호사도 방송 인터뷰에서 "저희끼리 '350억 로비 비용' 이야기를 했었다"며 "7명에게 50억씩 주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 씨는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 변호사 또한 "김 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씨는 천화동인 1호가 '본인'의 것이며, '그분'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재판거래 의혹'의 출발점에도 김 씨가 있다. 김 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총 9차례 대법원을 방문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만났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화천대유의 법률 고문을 맡았다.

야권에서는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판결 전후로 김씨와 여러 차례 만나고,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서울행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방문 기록과 관련한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남윤호 기자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검찰은 김 씨의 신병 확보를 시도했지만, 영장기각으로 스텝이 꼬인 셈이다. 검찰은 김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9시간 만인 15일 오전 8시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보유한 A씨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해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창문 밖으로 버렸던 휴대전화는 경찰이 지난 7일 확보해 현재 포렌식 중이다.

물론 주요한 물증이 될 옛 휴대전화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경찰도 비슷한 단서를 포착해 검찰이 확보한 옛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13일 수원지검에 신청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수원지검이 청구를 미루는 사이 "서울중앙지검이 가로챘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 측은 휴대전화 확보 직후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냈다. "지난 11일 지인의 주소를 파악했고, 다음날 오전 유 전 본부장 조사 과정서 휴대폰 소재를 파악해 이날 압수한 것"이라며 압수물 특정 과정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수원지검은 "영장 뭉개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검찰은 같은 날인 15일 오전 9시쯤부터는 성남시청을 수사 개시 후 20일 만에 뒤늦게 압수수색을 하지만 '윗선의 제동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물론 검찰은 16일 이같은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에 "사실과 다르다"며 "수사팀은 수사단계에 따른 수사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집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사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일선 지청급 규모인 검사 20여명으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관계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도 정작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 자료가 있는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미뤄져 왔다.

법원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부실 수사’ 비판이 일자 검찰이 부랴부랴 그 다음날 증거 확보에 나섰다고 주장해도 아니라고 반박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관리·감독기관이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사업 승인과 인허가를 담당했다. 그렇다면 검찰의 내부사정이 어떠했는지 잘 모르지만 수사 초기에 이곳부터 압수수색을 하는 게 당연하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다음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JTBC 캡처

앞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총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 전 본부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사업자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한 사실까지 드러나 지난 3일 구속됐다. '뒷북' 압수수색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여기에 검찰은 스스로 또 다른 의혹을 만들었다. 지난 12일 검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맡겼다가 그 다음 날 사건을 다시 수원지검으로 넘겼다고 한다. 관할이 수원지검이라서 그랬다고 검찰은 설명하지만 역시 이해가 잘되지 않는 대목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상황인데, 관련성 유무도 들여다봐야 할 고발 사건에 대해 '손바꾸기'를 거듭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한 번쯤은 의심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야권의 검찰 ‘부실수사’ 주장이나 "검찰이 봐주기 수사쇼"라는 공격을 정치적 수사로만 볼 것만도 아닌 셈이다. 대통령의 ‘신속 수사’를 직무유기하거나 야권의 특검 요구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놓고 봐도 수사과정에 한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안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 또 다른 키맨(?) 남 변호사도 18일 오전 5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탈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재명 경기자시가 출석하는 경기도 국감도 같은 날 열린다. 검찰이 즐겨 쓰는 표현 중에 '추상열일(秋霜烈日.가을의 서리와 뜨거운 태양)'이라는 게 있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는 엄격한 수사와 법 집행을 뜻한다.

추상열일까진 아니더라도 심기일전해 대한민국 검찰의 자존심은 지켜가길 바란다. 검찰이 대한민국에서 위치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는 아니지 않는가. 의혹을 자초하는 검찰의 최근 행보를 보면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테라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생각난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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