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vs학교 교복 외투 전쟁 근황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절기. 수능. 수능이 끝나면 어김없이 칼바람이 불어온다. 양털 후드 안에 걸치고 롱 패딩으로 몸을 감싸면 정말 따뜻한데… 이게 일부 학교에선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교복이 구스다운도, 캐시미어도 아니고 방한은 되는 건지… 유튜브 댓글로 ‘학교에서 외투 착용을 규제하는 이유가 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졸려 한다’ ‘빈부격차 위화감을 조성한다’ 등 다양한 이유를 댔다. 그런데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복장 규제를 하지 말라고 최근 권고했다. 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외투 규제 학교 vs 인권위

수도권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에게 외투 규제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학교와 교사마다 다르다면서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다음과 같다고 했다. 첫째, 수업 시간 히터를 세게 트는데 외투를 입고 더워서 조는 학생이 있어서. 둘째, 외투의 종류에 따라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어서. 셋째, 외투 자락에 걸려 넘어지는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것. 아니, 나는 외투를 안 입어도 수업시간마다 졸리던데…

20년 전에 학교를 다닌 나도 복장 규제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요즘 시대에도 복장 규제를 하는 학교가 있는지청소년인권행동 단체 아수나로에게 물어봤는데 최근 받은 제보들을 소개해주었다.

① 교복을 다 입고 그 위에 외투를 입는 유형
‘교복 재킷을 입지 않고 외투를 입었다고 벌점을 받았습니다’
‘교복을 전부 다 입어야 외투 착용이 가능합니다’
② 패딩만 교외에서 허용하는 유형
‘후드집업과 후리스는 아우터로 입을 수 없어요’
‘교내에선 겉옷 착용 금지입니다’
③ 무채색만 가능한 유형 ‘붉은색 외투는 음란한 색이라 말씀했어요’
‘겉옷은 회색과 검정색만 가능해요’
④ 그냥 다 안 된다는 유형
‘겨울엔 동복 교복 치마와 바지로만 버텨야 하고 추운 실습실에서 담요도 사용 못 하게 합니다’
‘조끼 패딩 바람막이 착용이 불가합니다’

교복을 모두 다 입고 패딩을 입으면 팔이 끼여서 움직이기 힘들 텐데… 그런데 아수나로는 이 제보들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더라.

인권위는 진정이 접수된 31개 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일방적인 복장 규제를 하지 말라고 11월 23일 권고했다.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12조 ‘개성을 실현할 권리’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복장 규제가 학생의 행동자유권, 자기결정권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학생마다 체감 온도가 다르고, 교복을 전부 착용하고 외투를 착용하는 것은 학생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며, 만약 규제하더라도 학생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구체적인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인권위 의견은 꼭 복장 규제를 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 수업 시간 졸린건 집에서 충분히 못자기 때문이고 빈부 격차는 외투 말고도 우리가 사는 내내 경험하는 일이다. 외투 자율화를 위해 투쟁한 치이즈 아수나로 활동가의 의견도 비슷했는데 학생들이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외투를 착용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이즈 아수나로 활동가
“외투와 관련해서 (학교가) 전혀 다른 말을 또 한단 말이에요. 춥더라도 학생들이 너무 덥게 지내면 졸린다던가 일관성이 없고 사실 건강을 위한다고 했다가 건강보다는 학습이 먼저라고 했다가 규제만을 위한 규제라는 생각이 들고 정말 학생들이 어떤 자유가 필요한지 어떤 권리가 필요한지내 몸 상태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추우면 외투를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