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사상운동? 프랑스서 일고 있는 '깨어있는 시민(wokisme)' 논쟁

이두형 2021. 11.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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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 "워키즘이 민주주의와 공화국 훼손하고 있어"

1960년대 미국 흑인운동에서 유래…불평등에 깨어있고 행동하는 것

인종 넘어 성소수자까지 확대…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미투(Me too) 운동까지

프랑스 가치 훼손 논란…역사 파괴하고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이른바 ‘정치적으로 깨어 있는’을 의미하는 워키즘(Wokisme)이 프랑스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학가 중심으로 서구 또는 백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종 및 성평등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르피가로 에뛰디앙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부 장관 장-미셀 블랑케(Jean-Michel Blanquer)는 지난 10월 25일 Europe 1과 가진 인터뷰에서 “무엇이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무너뜨리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라며 “워키즘이 매우 분명하게 그러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urope 1에 따르면 그는 워키즘을 ‘반계몽주의’라 칭하며, 결국은 ‘집단주의’로 향하게 한다는 우려를 표했다.

앞서 블랑케 장관은 지난 10월 13일 르몽드에서도 “프랑스와 프랑스 젊은 세대는 워키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라며 “공화국 정신은 워키즘과 대척점에 있다”라고 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워키즘’은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깨어 있는 시민’, 즉 정치적 의식을 지닌 시민과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일컫는다.

이러한 경향의 기원으로 1960년대 미국에서 전개됐던 흑인 인권운동을 꼽는다. 사회적 약자로서 겪는 차별과 폭력에 예민하고 이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권리를 확보하고 이를 지킨다는 의미다.

시앙스포 교수이자 미국 사회적 소수자 역사 전문가인 팝 은디아예(Pap Ndiaye)는 지난 2월 8일 르몽드에서 “'깨어있는(woke)'은 '깨다(awake)'에서 나온 말로 의식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며 또 행동하는 것은 의미한다”라며 “지난 1965년 6월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오벨린 대학교에서 가진 대중연설에서 학생들에게 깨어 있으라 설파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르피가로 에뛰디앙의 10월 14일 보도를 보면 지난해 경찰 폭력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워키즘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워키즘은 인종뿐 아니라 여성, 성 소수자 등 광범위한 사회적 소수 계층의 권리를 대변하는 의미를 지닌다.

여성들 스스로 본인이 겪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도 워키즘과 일맥상통한다고 보기도 한다. 인종 차별, 성차별 등 사회 불평등을 조장하고 전파하는 문화를 거부하는 ‘캔슬 컬쳐’ 역시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시선에 비판의식을 던진다는 점에서 워키즘과 같은 맥락에서 다뤄진다.

워키즘이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이와 관련한 일부 사례들이 프랑스의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예로 프랑스 쿨튀르의 지난 2019년 5월 23일 보도를 보면 앞서 4월 25일 소르본 대학에서 예정됐던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연극 ‘탄원자들’이 거센 반발에 직면해 취소됐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백인 배우들이 흑인 가면을 쓰고 나오는데 이는 유럽중심주의적이자 인종 차별적 시각이라는 것이다.

흑인단체 대표협의회 CRAN의 대표 귀슬랭 브두(Ghyslain Vedeux)는 “이 방식은 지난 17세기 유럽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프리카계 흑인들을 동물화하고 악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백인 배우들을 검게 칠했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는 고대 그리스의 극적 장치일 뿐이며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시킨다며 반발이 이어졌다. 연출가 필리프 브루네(Philippe Brunet)는 “고대 아테네에서 배우들은 마스크를 썼으며 이는 인물을 대변하는 것이다”라며 “배우는 퇴장했다가 다른 마스크를 쓰고 다시 등장하는데 이는 다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르뿌앙은 프랑스 노르망디의 주도인 루앙(Rouen)의 시장 니콜라 마이어-로시뇰(Nicolas Mayer-Rossignol)이 시청 광장에 있던 나폴레옹의 동상을 여성운동가 지젤 할리미(Gisèle Halimi)의 동상으로 바꿨다고 지난 9월 21일 전했다.

이 조치는 논란을 일으켰는데 루앙 대학연합회 학생회 책임자이자 프랑스 공화당 자문역이기도 한 에두아르 바랭(Édourard Varin)은 “우리는 지젤 할리미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이 인물을 선택한 것은 우리의 역사를 훼손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마이어-로시뇰 시장을 워키즘주의자라며 힐난했다.

한편 워키즘은 우파진영에서 좌파 진영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렌느 2 대학 소속 연구자인 알뱅 와그너(Albin Wagenenr)는 지난 10월 25일 BFM TV를 통해 “워키즘은 불평등에 반대하는 것들과 연결되며 이는 다양한 분야를 막론한다”며 “다만 오늘날 워키즘을 말할 때는 보수진영에서 좌파를 중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 이두형 글로벌 리포터 mcdjrp@gmail.com

■ 필자 소개

파리 소르본대학(파리 4) 사회학 석사

전 서울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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