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뮬러 1(이하 F1) 2021 시즌이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첫 경기는 지난 27~29일 열린 벨기에 그랑프리. 스타벨로 지역에 위치한 스파-프랑코샹(Spa-Francorchamps) 서킷은 첫 번째 F1 시즌을 치렀던 역사 깊은 장소 중 하나다. 모든 F1 서킷 중에서 가장 긴(7.004㎞) 트랙이기도 하다.

예선전 당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운영진이 안전을 위해 경기 시작을 수차례 미룰 정도였다. 드라이버들은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와 웨트(Wet) 타이어를 끼우고 트랙으로 나섰다. 결국 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3번째 퀄리파잉 시작 후,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가 빗물 때문에 스핀하며 벽에 충돌했다. 폴 포지션을 얻어낼 만큼 좋은 기록을 세운 뒤라 더 아쉬운 사고였다.

예선 1위는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 2위는 놀랍게도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이 차지했다. 그 뒷자리는 메르세데스-AMG의 루이스 해밀턴인데, 팀 메이트 발테리 보타스는 13번 그리드로 굴러 떨어졌다. 예선전을 8위로 마무리하고, 지난 경기에서 5그리드 패널티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결승전은 한국 시간 기준 29일 오후 10시에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장대비는 멈출 줄 몰랐다. 선수들이 세이프티카를 따라 2바퀴를 돌았는데, 레이스를 시작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시 피트로 복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1시 17분. 다시 한번 세이프티카와 함께 트랙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중계 화면 왼쪽 상단에 1시간 타이머가 떴다. 남은 바퀴 수와 상관없이 1시간 뒤에 무조건 경기를 끝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날씨는 3시간 전과 똑같았다. 드라이버들은 2바퀴를 엉금엉금 돈 뒤 피트로 들어왔다. ‘2바퀴 이상 달려야 포인트를 받을 수 있으며, 전체 주행거리의 75% 이하로 달렸을 경우 포인트는 절반만 지급한다’라는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다. 예선전에서 활약한 베르스타펜과 러셀, 해밀턴이 그대로 1·2·3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러셀은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F1 첫 포디움에 올랐다. 다음 경기는 이번 주말, 네덜란드 잔부르트(Zandvoort) 서킷에서 열린다.

한편, 드라이버와 팀들의 재계약 소식도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레드불은 세르지오 페레즈와의 계약을 내년까지로 연장했다. 페레즈는 “시즌 초반에는 경주차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후 문제를 해결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 내년에 새로운 규정을 바탕으로 레드불과 함께 정상에 오르는 게 목표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따라서 레드불의 자매 팀인 알파 타우리 드라이버가 레드불로 이적하는 그림은 볼 수 없다.
페르난도 알론소 역시 알핀과 내년까지 함께한다. 3년 만의 F1 복귀, 4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덕분이다. 12번의 레이스 중 8개 경기에서 10위 안으로 골인했으며, 지난 헝가리 그랑프리에서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시즌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팀 동료 에스테반 오콘도 내년 시즌 알핀에 남는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러셀의 메르세데스-AMG 이적 여부다. 해밀턴은 이미 1년 재계약을 마친 상황. 러셀과 보타스는 벨기에 그랑프리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할 내용이 없다”라며 말을 줄였다. 메르세데스-AMG 팀 CEO인 토토 볼프 역시 “이미 결정은 내렸다”라고 전했지만, 그 이상의 힌트는 남기지 않았다. 과연 러셀은 보타스를 밀어내고 F1 최상위권 팀에 합류할 수 있을까?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