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기부왕' 이종환 회장, 장남과 경영권 갈등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
"現경영진 무능과 허구 심각
신기술 개발 실패까지 숨겨
정도경영 안하면 소송할것"
장남 이석준 대표측 반박
"李회장, 삼영重 경영권위해
삼영화학 음해·모함하는것
신기술 개발 아무 문제없다"

지난 16일 매일경제와 만난 이 명예회장(99)은 이 대표를 향해 "정도(正道) 경영을 하지 않으면 부자간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는 "이 대표가 비현실적인 경영목표에 집착하고 신기술 개발 실패를 숨기면서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본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안에 민·형사 소제기는 물론 기관투자자와 손을 잡고 전문경영인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게 이 명예회장 측의 입장이다.
반면 삼영화학은 이같은 이 명예회장 측의 터무니 없는 공세가 삼영중공업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법적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삼영화학 관계자는 "오는 23일 계열사인 삼영중공업 주총이 있는데 여기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 명예회장 측이 허위·음해 정보를 살포하고 있다"면서 "초고령의 명예회장을 이용해 일부 재단관계자들이 도를 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맞섰다.
플랜트 제작 및 선박용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삼영중공업은 삼영화학이 37.5%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영화학 이 대표가 36.25%로 2대주주이다. 이 명예회장과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각각 22.5%, 3.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삼영중공업을 제외한 다른 회사 지분은 모두 처분한 상태로, 아직 삼영중공업을 직간접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부자 간에 극적인 합의가 없을 경우, 양측은 삼영중공업에서 표대결을 벌이고 이후 경영권 분쟁의 불길이 모회사인 삼영화학에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은 매일경제와 만나 삼영화학 현 경영진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삼영화학이 전기차용 초극초박막 필름개발에 실패하고 친환경 포장용 랩에 대한 정부지원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신뢰성 위기에 내몰렸다"며 "현 경영진이 주도한 두 가지 신규사업이 큰 관심을 받았지만 추진방법의 허구성과 개발능력의 부실, 자금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실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59년 합성수지인 CPP 필름을 생산하며 국내 1호 석유화학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삼영화학은 현재 전기·수소차에 들어가는 2.3μ(미크론) 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을 정부 지원과제로 인정받아 개발 중이다. 삼영화학을 비롯한 글로벌 화학업체들은 현재 3μ급 필름을 생산할 수 있지만, 2.3μ필름은 일본 도레이가 독점 양산 중이다. 이석준 대표는 도레이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지난달 270억원을 캐파시터 필름생산 설비 확충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명예회장 측은 2.3μ급 필름개발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음에도 경영진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캐파시터 필름을 생산하려면 증착 공정이 필수적인데, 국내 주요 필름 증착회사들이 이미 삼영화학의 시제품에 대해 '불가' 판정을 내렸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삼영화학 관계자는 "전기차용 초극초박막 캐파시터 필름의 경우 A업체와 관련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업계가 요구하는 시험결과를 넘어서는 긍정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테스트를 통과해 완성차에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친환경 포장용 랩 정부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명예회장 측은 "지난 5월 삼영화학이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 최종절차에서 탈락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영화학 측은 "친환경 포장용 PO랩은 이미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이후 추가적인 다른 연구개발건을 진행 중"이라며 "지난 7월 열린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에 친환경포장용 PO랩을 출품해 호평을 받았고 정부지원 사업은 예정대로 올해 12월 종료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회장은 본인 재산의 97%를 기부해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서도 자녀의 개입을 완전배제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최근 '유언자 본인의 직계 비속(卑屬)은 재단의 임직원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유훈을 작성해 공증받았다.
이 명예회장 측은 "창업주로서 정도경영으로 이끌어온 회사가 망가지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 나서게 됐다"며 "이 대표에 대한 민사 소송과 우호지분과 연합한 경영진 교체 등 여러가지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장남에게 차명으로 신탁한 삼영화학 주식의 반환소송, 수백억원의 사적대출 회수 소송 등이 포함된다.
[전범주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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