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은 없다'..분기 최대 매출 낸 SK하이닉스 '기술 경영'의 의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리더십을 가진 SK하이닉스가 3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다. 26일 오전 열린 컨퍼런스콜(기관투자자 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분기 흑자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업계 호황에도 과거와 같은 ‘치킨 게임’은 없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영업이익을 생산 능력에 투입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의 경쟁보단 기술 경쟁으로 나가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 측 발언은 유의미해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6일 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 4조1718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2%, 220.4% 증가하며 창사 이래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긴 건 2018년 4분기 이후 11분기만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서버와 스마트폰(모바일)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고 제품 가격이 상승한 것이 최대 매출의 주요인”이었다고 밝혔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도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우려가 있음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 언급했다.
제품별로 D램은 PC향 수요 감소와 일부 고객사의 재고 소진 계획에 따라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초반 출하량이 하락했다. 다만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10% 가까이 상승하했다.
SK하이닉스 측은 “3분기 기저효과로 4분기에는 기존 출하량 목표치였던 낮은 한 자릿수 성장 대신 한 자릿수 중후반으로 성장률 목표치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고객 재고 상황에 따라 팔지 못한 D램을 4분기에 추가로 팔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낸드는 서버향 수요 강세와 모바일 신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출하량이 당초 계획이었던 10% 후반을 뛰어넘는 20% 초반대를 기록했다. 주력 고성능 제품인 128단 3D V낸드 생산이 3분기 말 기준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하며 ASP도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의 상승을 기록했다. 낸드 매출은 분기 기준 처음 3조원을 넘었고 영업손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전분기 대비 출하량 감소에도 1znm 수율 개선과 비중 확대, 2분기 일회성 인건비 상승 효과가 3분기 줄어들면서 단위당 원가개선이 있었다”라며 “낸드는 128단 제품 추가 수율 개선과 비중 확대, 인건비 기저효과, 높은 출하량 증가로 인한 고정비 분산 효과로 두 자릿수 이상의 단위당 원가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감가상각·무형자산 상각비는 2조71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에비타(EBITDA·이자, 세금 미지급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은 6조8800억원, 에비타 마진율은 58%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도 함께 공유했다. 최근 벌어지는 중국 전력난과 동남아의 코로나19 델타바이러스 변이 확산 등의 문제에 대해선 “메모리 쪽은 여전히 양호한 공급과 예측 가능성에서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공급 이슈도 없었고 고객 대응도 기존과 다르지 않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에 따른 시장 점유율 축소 우려에 대해서는 “메모리는 산업의 쌀이며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정하는 게 조심스럽다”라며 “D램은 고객 단위 재고가 어느 정도 쌓여있고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공급업체 재고는 낮은 상황”이라며 “자체 재고를 쌓을 여지가 있어 시장에 유연히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낸드는 D램 대비 성장시장이라 보고 여전히 성장 폭이 크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데이터센터 기반 서버 관련 어플리케이션은 성장성이 크다고 보는 만큼 그에 맞는 공급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캐팩스(자본적 투자)에 중점적인 투자 해왔다면, 사실 향후 메모리 미래를 생각하면 이제는 캐픽스 경쟁보단 다음 단계의 메모리를 향한 R&D에 보다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기존 D램, 낸드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회사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덧붙였다.
D램 시장이 다소 경색될 것이란 우려와 다르게 SK하이닉스는 특히 서버를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낙관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SK하이닉스는 “2017~2018년 있었던 서버, 데이터, 클라우드 붐과 더불어 당시 투자된 장비들이 올해와 내년으로 가며 본격적 교체 수요기로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라며 “여기에 더해 CPU 업체들의 신규 제품이 이어지며 스팩 고사양화와 DDR5 채용 등도 늘고 있어 전 응용처별로 가장 강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승인만 남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대해선 “4분기 내 승인을 받아 연내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고 본 합병이 메모리, 특히 낸드에 있어 여러 경쟁을 제한할 요인은 없다고 본다”라며 “관련해 2~3개월 늦어지는 클로징 타이밍에 대한 백업 시나리오도 있으며, 예전 계획에 비해 크게 흔들리지 않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