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 변천사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 해리엇 월터, 알렉스 로더, 마튼 크소카스, 윌리엄 휴스턴, 올리버 코튼, 나다니엘 파커, 브라이오니 한나
평점
8.8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물, 역사물 작품을 돌아본다.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이하 <라스트 듀얼>)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스콧 감독의 시대극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차기작 <킷백>(Kitbag) 역시 과거의 시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킷백>뿐인가.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 2>의 제작을 발표했다. <프로메테우스>(2012) 이후 <마션>(2015),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 등에서 우주로 시선을 돌렸던 스콧 감독의 작품 속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1492 콜럼버스>(1992)

<1492 콜럼버스>의 제라르 드빠르디유(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1492 콜럼버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예전부터 시대극을 잘 만드는 감독인가. 그렇다! 그의 장편 데뷔작 <결투자들>(The Duellists, 1977)이 칸영화제에서 베스트 퍼스트 워크상(Best First Work, 현재 명칭은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에이리언>(1979)도 <블레이드 러너>(1982)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스콧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시대극 대작이 바로 <1492 콜럼버스>다. 다만 스콧 감독의 시대극 재능은 이 영화에서 발휘되지 못했다. 시고니 위버가 이사벨 여왕을,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콜럼버스를 연기한 이 영화는 실패한 작품에 가깝다. 적어도 평론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중의 반응은 좀 더 좋았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예산인 5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장엄한 신대륙 탐험 스펙터클은 지금 봐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여기에 반젤리스의 주제곡 <컨퀘스트 오브 파라다이스>(Conquest of paradise)는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492 콜럼버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제라르 드파르디외, 아만드 아산테, 시고니 위버, 로렌 딘, 안젤라 몰리나, 페르난도 레이, 마이클 윈콧, 체키 카료, 케빈 던, 프랭크 란젤라
평점
8.3

<글래디에이터>(2000)

<글래디에이터> 촬영현장의 러셀 크로우(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에서 가장 앞에 놓이는 작품이다.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음향상을 수상했다. <글래디에이터>는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1959), 스탠리 큐브릭의 <스팔타커스>(1960), 앤서니 만의 <로마제국의 멸망>(1964) 등을 잇는 시대극의 고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품이다. 막시무스(러셀 크로우)를 중심으로 한 검투사들이 카르타고의 전차 부대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쉽게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기 힘들다. 영화가 시작되고 약 12분여간 이어지는, 막시무스가 로마군의 장군일 때 게르마니아에서 벌어지는 전투 시퀀스 역시 비주얼리스트라고 불린 스콧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이후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의 영향 아래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2018년 <글래디에이터 2>의 제작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속편은 전작으로부터 25년 후의 이야기라고 알려졌다.

글래디에이터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 코니 닐슨, 올리버 리드, 리처드 해리스, 데릭 자코비, 디몬 하운수, 데이비드 스코필드, 존 슈랍넬, 토마스 아라나, 랄프 모엘러, 스펜서 트리트 클라크, 데이비드 허밍스, 토미 플래너건, 스벤-올레 토슨, 오미드 다릴리, 니콜라스 맥가우헤이, 크리스 켈, 토니 커렌, 마크 루이스, 존 퀸, 알런 라글란, 데이빗 베일리, 칙 알렌, 데이빗 니콜스, 알 애쉬턴, 빌리 도우드, 레이 칼레야, 지아니나 파시오-스콧, 조르지오 칸타리니
평점
9.3

<킹덤 오브 헤븐>(2005)

<킹덤 오브 헤븐>

<킹덤 오브 헤븐>은 극장판과 감독판이 존재하는 영화다. 십자군 전쟁에서 활약한 프랑스 시골 출신의 대장장이 발리앙(올랜도 블룸)과 아유브 술탄국의 군주 살라딘(가산 마수드), 예루살렘 왕국의 시발라 공주(에바 그린)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는 극장판에서는 혹평을, 감독판에서 극찬을 받았다. 러닝타임이 대략 50여 분 늘어난 감독판을 봐야만 <킹덤 오브 헤븐>의 진가를 알 수 있다. 2020년 11월 국내에 감독판이 개봉하기도 했다. 예루살렘 공방전 시퀀스는 <킹덤 오브 헤븐>이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거대한 스펙터클과 스케일을 자랑하는 대작임을 증명한다. 여기에 더해 스콧 감독은 약 10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예루살렘을 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을 균형 있게 다뤘다. <킹덤 오브 헤븐>은 종교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영화다. <킹덤 오브 헤븐>이 지닌 뛰어난 영화적 성취다.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제레미 아이언스, 데이빗 듈리스, 브렌단 글리슨, 마튼 크소카스, 에릭 에보니, 요코 아홀라, 알렉산더 시디그, 벨리버 토픽, 존 핀치, 매튜 루더포드, 가산 마소드, 칼레드 나바위, 마이클 피츠제럴드, 이안 글렌, 마틴 핸콕, 마이클 쉰, 나탈리 콕스, 필립 글레니스터, 브론슨 웹, 케빈 맥키드,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스티븐 로버트슨, 마이클 셔퍼, 나세르 메마르지아, 로트피 야흐야 제디디, 사미라 드라, 울리히 톰센, 카림 살레, 쉐인 앳울, 지아니나 파시오-스콧, 에밀리오 도어가싱, 피터 칸트, 앵거스 라이트, 빌 페이터슨, 로버트 퓨, 피터 코플리
평점
8.6

<로빈 후드>(2010)

<로빈 후드> 촬영장의 러셀 크로우(왼쪽)와 리들리 스콧 감독.
<로빈 후드>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와 리들리 스콧이 다시 만난 대서사시. <로빈 후드>는 이런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빠진 점이 있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적 로빈 후드가 아닌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즉, 로빈 후드 프리퀄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는 <글래디에이터>보다는 <킹덤 오브 헤븐>에 더 가까운 영화일 수 있다. 로빈 롱스트라이드(러셀 크로우)가 십자군 전쟁을 치루고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영화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킹덤 오브 헤븐>처럼 <로빈 후드> 역시 감독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글래디에이터>부터 이어진 스콧 감독의 시대극의 특징은 <로빈 후드>에서도 이어진다. 9대의 카메라, 1500여 명이 넘는 스턴트 배우, 150대의 수레, 2만 5000여 벌의 의상 등으로 만든 대규모 전투 액션의 스펙터클을 <로빈 후드>에서 볼 수 있다.

로빈후드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 케이트 블란쳇, 윌리엄 허트, 마크 스트롱, 오스카 아이삭, 대니 휴스톤, 에일린 앗킨스, 마크 애디, 막스 폰 시도우, 매튜 맥퍼딘, 케빈 듀런드, 스콧 그림즈
평점
7.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촬영현장의 리들리 스콧(왼쪽) 감독과 시고니 위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 도전은 계속된다. 어쩌면 성경의 출애굽기를 다룬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이 그에게 주어진 최후의 도전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엑소더스>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대서사시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스콧 감독의 시대극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엑소더스>는 더 커졌다. 이집트에 일어난 10가지 재앙과 홍해의 비주얼 경험은 압도적이다. 이에 반해 <엑소더스>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스콧 감독이 제시한 모세(크리스찬 베일)에 관객들이 동의하지 못해서였을까. 종교적 상징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모세가 <엑소더스>에 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존 터투로, 벤 킹슬리, 아론 폴, 마리아 발베르드, 인디라 바르마, 에문 엘리엇, 골쉬프테 파라하니, 벤 멘델존, 히암 압바스, 커보크 말리키안, 다르 살림, 가산 마소드
평점
5.7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시대극을 돌아봤다. <글래디에이터>로 스콧 감독은 스펙터클을 강조한 할리우드의 시대극 부흥 시대를 열었고 자신이 그 연장선에 있었다. <엑소더스> 이후 등장한 시대극인 <라스트 듀얼>은 스펙터클과 거리를 뒀다. 중세 프랑스를 살아간 여성이 중심에 놓인다. 차기작 <킷백>에서는 다시 스펙터클이 강조될지도 모르겠다.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든다. 반대로 <라스트 듀얼>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킷백>은 나폴레옹과 조세핀(조디 코머)의 관계에 주목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이 됐든 스콧 감독의 시대극은 관객들의 기대를 만들어낸다. 스콧 감독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이 거장과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글래디에이터 2>, <에이리언> 시리즈에 속하는 영화까지 부디 계획했던 모든 영화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