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힐'만든 전통의 담배회사 연초담배 판매 줄인다는데..전자담배는 과연 애연가 건강의 미래일까

글로벌 담배 회사들이 잇따라 담배 판매전략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필립모리스가 연초형 담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공표한 데 이어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연초형 담배판매 비중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중보건 증진이라는 '더 좋은 내일'을 위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회사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품목은 최근 10년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전자담배다. 불을 붙여 담뱃잎을 태워 피우는 연초담배 대신 발암 확률이 낮은 전자담배로 시장을 옮겨가겠다는 전략이다. 담배를 피울바엔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연초보다는 최근 그보다는 덜 위험한 궐련형 전자담배를 팔겠다는 담배 기업들의 설명에, 건강단체와 금연단체는 전자담배 역시 건강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데 이를 희석시키는 현혹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중보건 증진이란 표현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8년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높다는 분석을 내놓은 일이 있다. 무연무취해 눈에 잘 안띄는 전자담배의 속성상 청소년층 흡연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담배 회사들은 최근 과학자와 의사 등 전문가들을 직접 고용해 과학적 근거로 대중 설득에 나서고 있다. 동아사이언스는 최근 BAT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담배기업들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
데이비드 오라일리 BAT 과학연구총괄은 지난달 19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초형 일반담배가 인체에 유해한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이를 BAT도 인정한다"며 “연초형 일반담배 판매비중을 줄이는 것은 ’더 좋은 내일'을 목적에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몸에 유해한 연초형 담배에서 덜 유해한 비연소 담배제품으로 전환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외제담배 던힐과 켄트로 더 잘 알려진 BAT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담배회사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BAT 전 세계 매출은 2019년 331억달러(약38조1808억원)로 미국에 본사를 둔 담배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이나 영국 임페리얼타바코그룹보다 앞선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오라일리 총괄은 BAT의 모든 과학 연구를 관장하는 총책임을 맡아 약 1500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위해저감 담배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오라일리 총괄은 연초형 일반담배가 몸에 유해한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듯 궐련형 전자담배가 몸에 덜 유해한 것도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BAT의 이런 주장은 필립모리스 등 궐련형 담배회사들이 최근 제시하고 있는 공통된 주장이다. 오라일리 총괄은 “담배를 태우는 형태의 연소형 제품은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연소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은 그보다는 훨씬 덜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BAT의 이런 주장의 근거들은 무엇일까. 오라일리 총괄에 따르면 물질을 태우는 연소 과정에서는 연료와 산소, 충분한 열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 조건이 제대로 갖춰진 상황에서는 탄화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이 생성된다. 다만 공기 중에는 이렇게 완전한 연소가 될 만큼 충분한 양의 산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면서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 산화물이 배출된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온도를 유지해 담배연기 대신 니코틴이 함유된 에어로졸이 생성된다. 대신 불완전연소가 일어나지 않아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설명이다.

오라일리 총괄은 현재 BAT는 이런 과학적 근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BAT 연구팀은 지난달 1일 국제학술지 ‘내과와 응급의학저널’에 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핀 집단이 연초형 일반담배를 끊은 집단과 유사한 수준의 독성물질 노출 정도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영국에 사는 23~55세 사이 흡연자 466명을 금연 의사가 없는 사람 79명과 의사가 있는 사람 387명으로 나눴다. 여기서 다시 금연 의사가 있는 집단은 둘로 나눠 387명 중 197명을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도록, 나머지 190명은 연초형 일반담배를 피지 못하도록 하고 6개월 간 관찰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전자담배를 핀 사람들이 연초 담배를 끊은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독성 노출 정도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
흡연 관련 질환에 연관된 잠재적 위해성 지표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전자담배를 핀 사람들은 폐암 위험성 생체지표와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 등 흡연 관련 질병을 암시하는 염증성 표지인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밀도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성 저감, 폐 건강 관련 지표 개선과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등 흡연 관련 질병과 연관된 산화 스트레스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라일리 총괄은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를 6개월 간 추적한 것으로 관련 연구 중 최장기 연구결과에 해당한다"면서 "결과를 종합해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형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흡연에 따른 건강 유뮤를 확인하기에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오라일리 총괄은 “오히려 6개월 정도만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해도 독성물질 노출이나 질환 연관 잠재적 위해성 지표가 상당한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1년만 지나도 사실상 담배를 아예 피지 않은 집단과 유사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오라일리 총괄은 이 연구 결과가 철저한 관리를 통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담배 유해성 연구들은 대부분 관찰기간 동안 금연 집단에서 흡연자가 속출하고 실험자에게 이를 속이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험자들에 궐련 담배 흡연 여부를 확인하는 생체지표인 ‘시안화에틸아미노산’ 검사를 도입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한 피험자들을 걸러냈다. 흡연 유지 그룹 79명 중 20명을, 궐련형 전자담배 그룹 197명 중 70명을, 금연 그룹 190명에서 81명을 분석에서 제외해 정확한 분석을 이끌어 냈다는 설명이다.

BAT는 이번 연구 결과와 추가 연구를 통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운영하는 ‘위해저감 담배제품(MRTP)’ 인증제도’ 인가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 MRTP는 위해저감 담배제품에 보건당국이 직접 인증을 해주고 판매를 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지난해 7월 이와 관련해 노출 저감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MRTP는 담배 제품 속 유해물질이 줄었다는 ‘노출저감’과 흡연 관련 질병발생률을 낮췄다는 ‘위험 저감’ 2단계 인증으로 구성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인증을 받기 힘들다. 오라일리 총괄은 “일반 담배보다 위해성이 낮다는 사실을 입증받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MRTP 신청을 준비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BAT를 포함해 담배회사들은 실제로 최근 담배 판매전략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향후 10년 안에 영국에서 불을 붙여 피우는 연초형 담배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 밝혔다. 일반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결과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담배를 끊는 인구가 늘면서 연초 고형물을 가열한 증기를 들이마시는 좀더 덜 해로운 제품으로 전환을 회사의 목표로 삼은 것이다. 담배회사라는 죄악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사업의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기업 인수 방식을 통해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계획도 밝혔다.
BAT는 역시 미국 바이오테크기업인 켄터키바이오프로세싱을 인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오라일리 총괄은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연초형 일반담배에서 덜 유해한 대체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다년간 주력하고 있는 방향성”이라며 “온실가스인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하는 것과 같다.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포함해 BAT의 과학연구는 이런 방향성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담배 애연가들은 전자담배 도입에 대해 기존 흡연을 고수하겠다는 입장과 전자담배로의 전환, 이럴 바엔 끊겠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담배 회사들은 "소비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공중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된다. 더 좋은 내일을 위한 목적과 선택"이라고 주장하며 담배 패러다임의 전환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건강을 위해서는 '차악'인 전자담배보다 완벽한 금연이 필요하다는 보건단체와 과학자 사회의 비판적 질문에는 여전히 확실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약처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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