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라면, 라멘, 라몐

기자 2021. 7. 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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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누구의 것인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니 중국이 소유권을 주장하겠지만 그 쓰임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주변으로 전파되고 지금도 쓰이고 있으니 중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모두 주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포용력 있는 답이다.

그런데 한자와 그것으로 만든 단어는 공유하는데 그 뜻은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우리의 '라면'은 아무래도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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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누구의 것인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니 중국이 소유권을 주장하겠지만 그 쓰임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주변으로 전파되고 지금도 쓰이고 있으니 중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모두 주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포용력 있는 답이다. 그런데 한자와 그것으로 만든 단어는 공유하는데 그 뜻은 서로 다른 경우가 있다.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라면’도 그중 하나다.

‘라면’이란 단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어 ‘라몐(拉面·lamian)’에 다다르게 된다. 한자 ‘拉(끌 랍)’이 끈다는 뜻이니 라몐은 밀가루 반죽을 잡아끌어 가늘고 길게 만든 국수를 뜻한다. 국수는 가늘게 썰거나 작은 구멍이 뚫린 틀에 눌러 뽑아내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데 라몐은 이와 달리 손으로 길게 늘여서 만든 것을 가리킨다. 중국집의 수타면도 결국 라몐의 일종이다.

일본의 ‘라멘’도 이 한자어에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자를 쓰지 않고 외래어임을 나타내기 위해 가타카나로 ‘ラ-メン’이라고 쓴다. 이 라멘은 국수 자체보다도 이 국수로 끓여낸 중화풍 요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국수는 공통으로 들어가지만 굵기가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육수, 조미료, 고명 등에 따라 여러 종류의 라면이 구별된다.

우리의 ‘라면’은 아무래도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자 그대로 발음한다면 ‘납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본어를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어서 국수를 나타내는 ‘麵(밀가루 면)’의 한국 한자음을 쓰고 있다. 요리 자체에 대한 인식도 달라서 우리에게 라면은 가늘게 국수를 뽑아 꼬불꼬불하게 겹친 후 기름에 튀겨낸 즉석 음식이다. 말의 뿌리와 음식의 뿌리는 같아도 현실은 제각각이다. 이름도 음식도 공동으로 소유하며 돌려쓰다 보니 각자 상황에 맞게 조금씩 바뀐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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