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45, 중년에 접어들어 합기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중년이 되면서 저는 심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불룩한 배와 듬성듬성한 앞머리, 여기저기 뚜렷한 주름을 보면 세월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모습이 싫어서 사진도 찍기 싫더라고요.

어느 날, 주말에 만날 친구도 없고 집에서 티비를 보다가 젊은 사람들이 합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백 번 메쳐지고 내팽개쳐지지만 매우 환하게 반짝거리는 청년들의 눈을 보니 “나도 저렇게 열정이 넘치던 적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주말에 종일 티비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이 참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애처롭게 느껴졌습니다.

중년이 오면 크던 작든 변화가 생긴다고 하던데 무슨 자신감인지 그 티비 프로그램을 계기로 합기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합기도 도장은 생긴 지 18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파란 띠(중간)보다 높은 수련생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검은 띠였던 사범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 같았습니다. 제가 감히 오르지 못할 경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합기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실력이 꾸준히 향상되리라고 기대했는데 1년 반쯤 지났을 무렵 심각한 정체기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력이 나아지기는커녕 몸이 더 따라주지 않아서 실망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그동안 인생에서 주어진 목표를 향해 항상 최단 거리를 택했습니다. 투지는 넘쳤으나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어떤 목적도 없이 훈련 그 자체를 위해 열심히, 꾸준하게 훈련했습니다.

정체기를 어찌어찌 지나간 후 폭발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었고, 몇 개월 후 또다시 눈에 보이는 발전이 없자 ‘아휴, 정체기가 또 왔네’하고 중얼거렸습니다.

또 몇 개월 동안 아주 조금씩 향상되다가 또다시 정체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 정체기네. 잘 됐어. 여기서 계속 머무르면서 훈련하면 돼. 머지않아 실력이 훌쩍 느는 시기가 오겠지.’

이 마음은 합기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여유 있고 편안하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두 시간 동안 수백 번 메쳐지고 내팽개쳐지고 나면 온몸이 욱신대지만 살아 있음을 느끼며 행복으로 가득 차 도장을 나서고 있습니다.

그날 밤은 매우 환하게 반짝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이 행복과 기쁨은 '실력'이 늘거나 '목표 달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주말, 고된 훈련을 마친 후 사범이 나와 수련생 한 명을 사무실로 불러 검은 띠 바로 아래인 갈색 띠를 건넸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어느 날 밤, 도장에서 가장 높은 갈색 띠 네 명이 모여 언젠가 검은 띠를 하게 될 순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검은 띠 생각을 하자 흥분이 되는 동시에 묘하게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수업 시간에 낯선 뭔가가 느껴졌어요.

야망의 벌레가 아무도 모르게 제 속을 좀먹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넷이서 대화를 나눈 이후 3주 동안 모두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발가락이 부러졌고 어깨가 탈골되거나(내 경우) 팔이 부러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이후 전처럼 목표 없이 꾸준히 훈련하던 때로 돌아갔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훈련을 했습니다.

도장에 들어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안내데스크에 마련된 선반에서 회원증을 꺼내고, 탈의실에서 도복을 갈아입는, 항상 똑같고도 늘 새로운 이 의식을 사랑했습니다.

매트에 발을 내디디며 다른 수련생들과 인사하는 것도, 발바닥에 차갑고도 단단한 매트의 표면이 느껴지는 것도, 사범이 들어와 다시금 인사하고 준비운동이 시작되면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동작에 속도와 힘이 더해지고 숨이 거칠어지는 순간을 정말 즐겼습니다.

그렇게 외적 보상없이 묵묵히 훈련을 계속 해내다보니 1년 후 네 명 모두 검은 띠를 땄습니다.

저는 부상 사건을 통해 현재의 위치보다 앞서 생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배웠고 그 후부터는 필요한 만큼 정체기에 충분히 머무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물론 야망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그 야망을 다스릴 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훈련을 즐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체기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정체기를 사랑한다는 건 현재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가장 오래 지속되는 뭔가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노력에 따른 비약적 향상과 성취의 달콤한 열매를 즐기고, 또 한 번 맞이할 새로운 정체기를 담담하게 수용하며 빛나는 삶을 살아가세요.

※ 이 글은 30년 동안 수만 명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가 숨어있는 단 한 권의 책 <마스터리> 일부를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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