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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너무도 수치스러워요

조회수 2021. 12. 1.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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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너무도 수치스러웠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우울증이 발작할 때마다 그는 한밤중에 어머니를 끌고 나와 여인숙에서 잤다. 이웃들도 아버지의 정서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었고 무슨 일이 터지면 둘러서서 구경이나 하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그는 알아서 자신을 지켜야 했다.

매일 밤 엄마를 챙겼고 아침이 되면 아무 일 없는 듯 학교에 갔다. 수많은 유무형의 조롱과 경멸에 맞서다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가 또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너 이 자식, 이리 와! 벙어리야? 아비를 보고 아는 척도 안하냐?”

슬금슬금 집에 들어가는 그를 향해 아버지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욕했다. 그럴 때마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다녀왔습니다!”라고 겨우 한마디를 쥐어짜 대꾸한 뒤 혐오가 가득 담긴 마음으로 아버지를 흘겨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2층으로 올라가곤 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 짧은 대답조차 간신히 내뱉었다. 아버지와는 그 어떤 형태로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한 번은 아버지가 커다란 렌치로 그의 방문을 마구 두드리더니 결국 손잡이를 부수고 쳐들어왔다. 그리고 무서운 폭력이 시작되었다. 그날은 그도 지지 않고 반격했고 둘은 뒤엉켜 한바탕 주먹질을 하고 싸웠다. 머리가 터져 피가 흘렀고 부자는 나란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런 일이 그의 가정에서는 일상 다반사였다.

아버지가 우울증이 도져 이성을 잃는 날이면 어머니는 여지없이 묵사발이 되도록 맞았고, 결국 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된 처자식을 버려두고 제풀에 지쳐 집을 나가면 그들은 각자 이 불쾌한 헤어짐을 대충 수습하고는 이튿날 또 같은 집에서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었다.

온 가족이 공포와 긴장에 떨면서도 아무 일 없었던 듯 굴었고 또 다른 분란이 일어나지 않기만 바랐다.

“아무리 그래도 네 아버지야!”

“엄마는 이것저것 따질 생각 없어. 그저 너한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어…….”

“아버지를 건드리지 말자. 그저 참고 넘어가면 된다.”

그에게 아버지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심리적 금기를 넘어서 이미 치욕이었다.

‘저런 사람이 아버지라니 너무 창피해!’


그는 자주 수치심을 느꼈고 늘 관계에서 거절당할 것을 예견했다. 폭력과 고성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란 그는 모든 일에 무감각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쳤다.

타인의 연민은 필요치 않았다. 과도한 관심은 더욱 사절했으며 되도록 자기 자신에게만 기댔다. 상처투성이로 세상을 살아갔지만 정작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없었다. 하지만 온 가족의 무거운 원죄를 짊어진 것처럼 살았다.


'수치심'을 갖고 자란 아이는 도망치는 어른이 된다

집안에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른이 있으면 아이는 모든 상황을 흡수해버리고 수치심을 느낀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기에 어른의 심기가 불편해졌을까?’라고 생각하지만, 행동을 잘 골라 비위를 맞추고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어른의 세상에는 여전히 난해한 문제가 있음을 차츰 깨닫게 된다.

아이는 현실의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무력감에 빠진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로 수치심으로 가득 찬 성장기를 보낸다.

‘내 잘못이야’

‘내가 별로여서 그래’ ‘우리 가족은 잘못됐어’

‘우리 가족과 내가 모두 별로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이러한 수치심으로 가득 찬 아이는 심리 상태가 보통 위축되어 있고 ‘나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문제를 예민하게 고민한다.

이들은 마음을 활짝 열면 배척당할 거라고 믿는다. 타인의 시선은 그들에게 스트레스 수준을 넘어선 강박이다. 자신을 개방해서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너무나 어렵지만, 그에 앞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도 버겁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환경으로부터 도망치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도망친다.

어떤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그 무엇에도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주목할 일도 없게 한다. 자책과 죄책감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가벼운 우울감을 표출하거나 자책하고 잔뜩 위축된 모습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아예 숨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서 페이드아웃되다가 마침내 삭제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신경증적 반응은 모두 방어이고 무장이다. 그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나쁜 점이 발견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다친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내면 아이에게 힘을 주는 심리 조언

과거의 생존 전략은 한 사람이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내린 중요한 결정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 전략이 현재 삶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맞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면 바꿔야만 한다.

어린 시절 나를 만나 어떤 상처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아차림으로써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은 패턴으로 또다시 관계를 망치는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관계 문제로 상처받아 밤새워 뒤척이는가?

그 상처에 내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용기 내어 직면해보자. 어른이 된 당신은 어릴 적 받은 오래된 상처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다시는 같은 상처로 혼자 아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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