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정권교체론이라는 허상

이준희 입력 2021. 9. 23. 18:00 수정 2021. 9. 2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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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종교 얘기 절대금지!" 매번 다짐해도 이번 연휴 여러 모임의 화제 역시 대선이었다.

정권교체론이 일관되게 50%를 넘어 정권유지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분열과 적대, 배제를 정치동력 삼아 질주해온 정권 탓이다.

과거 DJ, 노무현처럼 경륜과 개혁 의지로 사전 여론을 뒤집은 경우가 여럿 있듯 실력과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권교체론 따위는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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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 높아도 지지후보는 다른 모순
구태 못 벗는 보수후보에 대한 실망 반영
실력·자질 뒷받침 없는 정권교체론 무의미

“정치 종교 얘기 절대금지!” 매번 다짐해도 이번 연휴 여러 모임의 화제 역시 대선이었다. 도처에서 아슬아슬했던 논쟁의 결론은 대개 미완성의 문장으로 끝났다. “정권교체가 필요하긴 한데…”로. 바꾸고 싶어도 사람을 떠올리면 다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들어 대부분 여론조사의 추세도 같다. 정권교체론이 일관되게 50%를 넘어 정권유지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딱 부러지게 적시한 문항에 답한 결과다. 이래 놓고는 같은 응답자들이 윤석열 홍준표보다 이재명 이낙연을 더 많이 택했다. 이게 대선 향방을 가를 중도층 민심이다.

정권을 교체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특히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의 분노 체감도는 어느 정권보다도 높다. 생각과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절반의 국민이 마치 비(非)국민처럼 대접받았다는 한을 품고 있다. 분열과 적대, 배제를 정치동력 삼아 질주해온 정권 탓이다.

이건 그래도 한가한 얘기일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서민과 젊은 층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은 과(過)는 하도 커서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다. 눈 뜨면 수억 원씩 올라 전국 대부분 도시에서 저 성층권 밖으로 날아가 버린 아파트 값은 말할 것도 없다. 채 2억 원이 안 되던 서울 평균 전셋값이 6억 원으로 부풀었고, 심지어 연립주택 지하방 전셋값까지 억대로 치솟았다.

현재의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은 막연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연휴에 모처럼 만난 옛 대학 제자는 “아무리 애쓴들 살아생전 몸 누일 공간 하나 마련할 희망이 안 보이는 판에 연애 결혼 출산 같은 건 다 헛소리”라고 울분을 쏟아냈다. 20·30대의 이 정권 지지가 유독 박한 이유도 태반은 부동산 절망감 때문일 것이다.

정권교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다. 정파 아니어도 사람만 바뀌면 정권교체란 주장은 말장난이다. 기본적인 이념과 사고의 틀, 국가 운영 방식, 정책 결정 구조가 유사한 상황은 정권교체가 아니다. 더욱이 유력한 여당 후보들 모두 이 정권의 팬덤식 지지층에 갇혀 충실한 계승자 경쟁을 벌이는 형국에선 어떤 변화의 기대도 갖기 어렵다.

그래서 문제는 야당 후보들이다. 여론조사로는 이미 정권교체의 밥상을 받아든 그들이 도리어 상을 걷어차는 짓만 하고 있다. 지난 방송토론회에서 두 유력 후보가 ‘보수궤멸 책임론’으로 치고받은 장면은 상징적이다. “검사 시절 잔인한 수사로” “당대표 시절 지방선거에 져서” 보수를 궤멸시켰다는 논쟁이다.

4·15 총선 직후의 논지를 재론하자면 보수진영은 그래서 망한 게 아니다. 수십 년 주류의 허상에 안주해 어떤 합리적 개혁이나 자기 정화 노력조차 방기한 채 그저 늙고 병들어 자멸한 것이다. 인물 정책 도덕성 개혁성 등에서 우위와 신뢰를 보여주지 못해 궤멸한 것이다. 급기야 최근엔 턱도 없는 부정선거 주장까지 끌어냈다. 지독히도 변하지 않았다.

안으로 부동산,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양극화 등에다 밖으로는 미중 대결에 북한의 핵 질주, 난맥의 한일관계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당장 팔 걷고 뛰어들어야 할 난제들이다. 제발 이런 문제들을 논쟁하고 여기서 믿을 만한 실력을 보여 달라. 그게 궤멸한 보수진영을 다시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과거 DJ, 노무현처럼 경륜과 개혁 의지로 사전 여론을 뒤집은 경우가 여럿 있듯 실력과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권교체론 따위는 허상이다.

도대체 “정권교체가 필요해도 아무나 찍을 순 없다”는 말만큼 치욕스러운 평가가 어디 있나. 대통령을 꿈꾼다는 이들한테.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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