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레스토랑·카페.. 여기, 재래시장입니다
임차료 저렴하지만 입지는 좋고 젊은층 붐비며 시장도 르네상스
중년층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빈대떡 부치는 냄새와 칼국수 미는 소리가 들리는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상인과 손님들로 붐비는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빨간색 조명이 켜진 ‘히든 아워(hidden hour)’ 간판이 보인다. 요즘 종로 일대에서 가장 인기 핫한 ‘와인바’가 재래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모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재래시장 내 핫플레이스
재래시장 내 핫플레이스(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 우선 젊은 층은 낡은 곳에 들어선 새로움이라는 모순을 신선하게 느낀다. 중년 층은 익숙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의 탄생을 반긴다. 시장 상인들도 새로운 고객의 유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히든 아워’.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00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초 상설 시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풍경이 펼쳐진다. 파란색 조명으로 바닷속 같은 ‘파란방’, 남산타워 등 서울의 야경이 보이는 ‘루프톱’, 광장시장 아케이드와 상점 건물들이 통창으로 보이는 ‘홀 좌석’. 서울이 아닌 홍콩에 온 것 같다.

이곳을 만든 추상미 대표. 광장시장 터줏대감인 ‘박가네 빈대떡’ 3세다. 시장 밥을 먹고 자란 그는 광장시장을 청담동이나 한남동만 다니는 트렌디한 사람들도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전 세계에 김치를 알린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류시형 총괄과 손잡았다.
이들은 광장시장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었다. 테이블마다 공간 콘셉트가 다른 이유는 원래 있던 시장 건물을 자투리 부분까지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원래 광장시장은 돼지 부속 고기로 유명했다. 오소리감투를 넣어 ‘히든 피자’를 만들고, 돼지 껍질과 스지로 부각을 만들었다. 부각도 ‘돼지 껍질로 이런 식감을 낼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바삭하다.
50년 전통의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금남시장은 ‘금리단길(경리단길+금호동)’로 불린다. 와인바, 이자카야, 카페 등이 줄줄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앂비스트로. 2019년 8월 임형일 대표가 호주 유학을 다녀온 후 문을 열었다. “어릴 때 이 근처에서 살았어요. 유학 갔다 와보니 너무 시장이 죽어있더라고요. 재미난 젊은 사람들이 몰리게 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가게를 만들었죠.”

그의 성공을 본 여동생 임미현 대표는 2020년 시장 안에 2호점인 ‘앂아로마’를 만들었다. 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유럽 술집 같은 공간. 대표 안주는 시장 골목에서 숯을 피워 만든 ‘풀드 포크(pulled pork·장시간 구운 돼지고기를 결대로 찢은 것)다. 바비큐를 하는 셰프 뒤에서 채소와 생선을 나르는 시장 상인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성수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도 뚝도시장 안 ‘카멜커피’다. 고소한 카페라테 위에 쫀쫀하고 달콤한 크림이 올라간 ‘카멜 커피’가 대표 메뉴. 최근 청담동에 2호점을 냈다. 경리단길 유명 인사였던 장진우 셰프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이촌종합시장’ 내에서 레스토랑 ‘스스무’를 열었고,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 안에 있는 ‘술술 317′도 다양한 술과 시장 안주를 편하게 즐기고 싶은 젊은 층으로 붐빈다.
◇'시장’은 원래 사람들이 모이던 곳
재래시장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것은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원래 시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목이 좋은 곳에 생겼다. 과거부터 사람들은 시장에 모여 음식을 즐기고 담화를 나눴다. 류시형 히든아워 총괄은 “광장시장이 원래 좋은 입지여서, 그런 곳에서 좋은 콘텐츠를 하면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남시장과 뚝도시장은 성수동과 금호동이 뜨면서 상권 확대 효과를 누렸다. 한남동 상권은 가격대가 있고, 성수동 상권은 포화다. 그렇다 보니 여기서 살짝 떨어져 임차료가 저렴하지만 입지는 좋은 재래시장 내에 새로운 레스토랑과 와인바들이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시장 상인 텃세’는 옛말. 류 총괄은 “상인들은 ‘너희가 잘돼야 우리도 잘된다’며 홍보도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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