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혀도 너무 안 잡히는 심야 택시, 왜 그런가 했더니..

택시 지키려고 운송 플랫폼 퇴출했지만
일상 회복 이후 밤마다 ‘택시 대란’
카카오 꽉 잡은 시장에 우티·타다 도전장


서울 광화문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얼마 전 당직 근무를 마치고 밤 11시에 늘 그렇듯 앱으로 옥수동 집까지 가는 택시를 불렀다. 보통 미리 부른 택시를 제 시간에 타고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 30분쯤. 그러나 이날 김씨가 집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김씨는 “택시가 하도 안 잡혀 아예 자정까지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 차가 잡히지 않아 택시 앱 3개를 돌려서 겨우 한 대를 잡았다”고 했다.

요즘 김씨 같이 ‘택시 대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가 시행되면서 특히 밤 시간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수요는 급증한 반면, 코로나 시국에서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2년간 배달업체 등으로 빠진 택시 기사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실제 2021년 8월 기준 법인 택시 운전자 수는 약 7만8000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2만4000명 정도 줄었다. 서울시는 승차난을 해소하겠다며 개인택시 운행 3부제를 내년 초까지 일시 해제하기로 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심야 시간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TV조선 뉴스 캡처

일각에서는 차량 공유서비스 등 택시 외 운송 수단을 허용해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운송 수단이 택시 일변도로 굳어지면서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탄력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택시 외 운송수단을 활용한 서비스가 새로 나올 때마다 정부는 택시 업계 손을 들어줬다. 2013년 글로벌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는 일반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가 기사로 일할 수 있게 승객을 이어주는 ‘우버엑스’를 국내 선보였다가 서울시 압박에 서비스를 접었다. 렌터카를 택시처럼 운행하는 ‘타다 베이직’도 2020년 3월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플랫폼 기업이 택시 외 수단을 활용할 경우 운행 대수가 제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빌리티 시장이 제도적 장벽으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한동안 택시 앱은 카카오모빌리티 홀로 질주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후발 주자인 ‘우티’와 ‘타다’도 사업 확장에 나섰다. 우티는 우버와 국내 티맵모빌리티 합작회사인데, 최근 두 서비스를 통합한 앱을 새로 출시했다. 11월 한 달간 요금 20% 할인 등 물적 공세에 나섰다. 목적지까지 택시 요금을 미리 정하는 ‘사전 확정요금제’, 합승 서비스인 ‘우티 풀’ 등 소비자 편의를 높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주춤했던 타다도 반격에 나섰다. 그동안은 규제 때문에 가맹 택시를 확보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타다는 10월 핀테크 업체 ‘토스’에 인수돼 간편결제를 접목할 전망이다. 2021년 말부터는 승합차를 이용한 대형 택시 서비스를 새로 시작한다. 본격적인 모빌리티 3파전이 벌어지며 카카오모빌리티가 과점하던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주도권을 잡고 있던 시장에 우티와 타다가 경쟁업체로 나섰다. /각 사 캡처

모빌리티 업계 경쟁에 택시 기사는 ‘귀한 몸’이 되었다. 타다의 경우 기사들에게 “1000만원을 일시금으로, 이후 12개월 동안 매월 50만원씩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계약 기간에 플랫폼 수수료도 50% 깎아준다. 우티 역시 기사들에게 최대 15만원까지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모빌리티 3파전’이 결국 핀테크 대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뱅크나 페이 등 금융계열사와의 협력을 모색 중이고, 우티는 티맵과 결합해 손해보험사에 안전운전 할인 특약을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토스도 자체 보험 플랫폼과 연계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플랫폼 기업에 반발하며 택시 업계에서는 기사가 분신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지만, 모빌리티 업계가 금융 플랫폼과 결합하며 결국 플랫폼사로의 종속이 가속화하고 있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그렇게 떠난 기사들이 많은데 이제 와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기사를 데려가려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jobsN 글 유소연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