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골프 클럽의 로프트 '1도'가 의미 하는 것

오늘 아침 임성재 선수와 고진영 선수의 동반 우승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특히 최근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 소식이 좀 뜸한 것 같았는데,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게다가 목발을 짚지 않은 타이거 우즈의 모습도 기사에 실린걸 보니, 그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스포츠에는 다양한 숫자들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점수'라는 숫자가 최종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숫자가 의미 있지만, 유독 골프는 많은 숫자가 연관된 스포츠입니다.

한국 골퍼들의 특성 - 숫자에 익숙하다

이 명제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의 골퍼들은 유독 숫자에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아마도 상당 부분 스크린 골프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칠 때마다 비거리는 물론 클럽 스피드, 볼 스피드, 론치 앵글과 같은 데이터를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주는 훌륭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캐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꽤 많은 골퍼들이 거리 측정기를 사용해서 정확한 비거리를 측정하거나, 캐디의 비거리 산정에 대한 하나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오늘 주제를 논하기 전에 숫자를 말하는 이유는, 골프의 여러 요소 중에서 비거리 이외에도 이해하거나 기억해야 할 숫자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크린 골프장'에 가면 샷에 관련된 다양한 수치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출처: 골프존파크>

로프트(Loft)는 무엇인가?

골프 클럽에는 '로프트(Loft)'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이 역시 하나의 숫자로 표현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골프에서, 골프채에 공이 닿는 면의 각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샤프트와 클럽 페이스가 이루는 각도 정도로 해석됩니다. 로프트가 높으면, 즉 각도가 크면 클럽 페이스는 좀 더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형태이며, 영어로는 위크(Weak) 하다고 표현합니다. 반대인 경우, 즉 조금 헤드가 서 있는 형태가 되면, 스트롱(Strong)하다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로프트는 퍼터를 포함해서 모든 클럽에 존재하는데, 드라이버 헤드에 표기된 9.5도, 10도, 혹은 웨지에 표기된 52도, 56도 등이 로프트 값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클럽의 퍼포먼스, 특히 피팅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로프트가 낮을수록 클럽 헤드 혹은 페이스가 좀 더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스릭슨 홈페이지>

아이언 클럽의 로프트 1도 - 2~3야드의 거리 차이

일반적으로 아이언 클럽의 경우, 1도의 로프트가 변할 때마다 약 2.5 야드 정도의 거리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스윙 스피드에 따라서 2~4야드 정도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아이언 클럽의 번호 간 비거리가 약 10야드 정도가 나는 점, 그리고 로프트가 4도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1도의 로프트는 약 2.5 야드 정도의 거리 차이가 난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단순하게 로프트의 변화로 인한 결과뿐만이 아니라, 샤프트가 길어짐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거리에 유리하다고 해서, 로프트를 계속 낮출 수도 없습니다. 특히 아이언 클럽의 경우 로프트가 지나치게 낮아지게 되면, 골프볼을 띄우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피팅 전문가 중 한 명인 톰 위숀(Tom Wishon)은 "24/38 룰"이라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아이언 클럽의 로프트가 24도 이하, 그리고 샤프트의 길이가 38인치를 넘어가면,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 스피드로는 충분한 비거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통 4번~5번아이언 정도가 24도 내외의 로프트를 갖게 되는데, 롱아이언 간의 거리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 듯합니다. 물론 최근의 클럽 기술이 발전하면서 롱아이언이 치기 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3번, 4번, 심지어 5번과 같은 낮은 로프트의 클럽은 참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 많은 골퍼들이 동의하실 겁니다.

골프 시뮬레이터를 통해 샷을 측정하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드라이버 클럽의 로프트 1도 - 200~300 RPM의 스핀량 차이

클럽에 있어서 스핀량은 대단히 중요한 퍼포먼스 수치입니다. '적절한' 스핀량은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향상해주며, 아이언과 웨지 샷에서는 그린 위에 떨어져서 너무 많이 구르지 않게 해 줍니다.

골퍼의 스윙 스피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클럽이 짧아질수록 높은 스핀량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의 높은 스핀량은 비거리에 불리하지만, 숏 아이언 그리고 웨지에서는 그린에 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클럽의 목정상, 아무래도 높은 스핀량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프 클럽에서 로프트 1도의 차이는 약 200-300 RPM 정도의 차이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8000 RPM 이상의 스핀량을 가지는 웨지에서는 작은 숫자이지만, 3000 RPM 내외의 스핀량을 보여주는 드라이버와 같은 긴 클럽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숫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1도의 로프트 차이가 가지는 의미가 더 크고, 작은 로프트 변화를 통해 얻어지는 효과 역시 큽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클럽이 어떤 로프트로 어떤 스핀량을 만들어내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PGA 투어 그리고 LPGA 투어 선수들의 클럽별 데이터들, 클럽이 짧아짐에 따라 스핀량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자 골퍼의 경우 LPGA 투어의 평균치를 참조하는 것도 좋습니다. <출처: Trackmangolf.com>

로프트 - 일반 골퍼에게 의미하는 것

로프트 1도의 차이는 골퍼가 직접 인지하기 어렵지만, 클럽의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꽤나 중요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일반 골퍼의 입장에서도 아래의 사항들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번째, 내 아이언의 로프트를 알고 있는가

제조사와 모델별로 아이언은 서로 다른 클럽별 로프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반자의 7번 아이언과 나의 7번 아이언 클럽의 로프트가 다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동반자가 같은 거리에서 몇 번 아이언을 쳤는지를 아는 것이 의미 없을 수 있습니다. 동반자의 8번 아이언이 나의 7번 아이언과 로프트가 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언의 로프트를 알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웨지 클럽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가진 피칭 웨지가 44도인데, 다음 클럽을 50도 혹은 52도의 웨지로 구성하게 되면 클럽 사이에 15야드에서 20야드의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클럽별 비거리 차이가 유난히 크다면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확한 로프트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회사의 아이언이지만, 모델에 따라 로프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7번 아이언이라도 로프트 각도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테일러메이드 홈페이지>

두번째, 로프트 조절 옵션을 활용하자

최근 출시되는 클럽, 특히 드라이버와 같은 메탈 우드에는 로프트 조절 옵션이 들어 있습니다. 사실 구매 이후에 전혀 손을 안대는 골퍼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클럽 헤드의 작은 로프트 변화를 통해 발사각 혹은 스핀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드라이버의 경우 1도의 변경 만으로도 론치 앵글 즉 발사각과 스핀량을 바꿀 수 있고, 이는 골퍼들의 숙제인 '비거리'를 향상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론치 모니터를 활용할 수 없더라도, 동반자에 비해 발사각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다면 이러한 조절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한 번쯤 스핀량을 직접 확인하면 더욱 좋겠지요.

골프는 즐기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정보들이 참 많습니다. 평소 스코어는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골프를 좀 더 알게 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클럽의 로프트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