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카카오 'T퀵' 1일 라이더 해보니..2시간 달린 후 7840원, 최저임금도 못 벌어

김양혁 기자 2021. 7.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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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1조 퀵서비스 시장 진출
퀵서비스 라이더 체험..투잡으로 하기엔 비효율
쿠팡이츠 체험도, 벌이 괜찮지만 철저히 주문자 위주
카카오T 퀵 서비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6월 30일 퀵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전화 호출 업체의 점유율이 80%에 달하지만,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 하다는 판단에서다. 약 1조원으로 추산되는 퀵서비스 분야도 ‘모빌리티 천하’를 꿈꾸는 카카오로서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非)대면 확산에 따라 달아오른 배달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의 퀵서비스 시장 진출 소식에 라이더(배달기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5월 기사 모집 10일 만에 1만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기사들로서는 배달 플랫폼이 늘어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업체들이 배달기사 진입 문턱을 낮춘 것도 한몫했다. 도보, 자전거, 전동 퀵보드, 오토바이, 자동차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 업무 할당 화면. /김양혁

◇ 두 달 만에 문 연 카카오 퀵서비스…2시간 달린 후 꽂힌 돈은 ’7840원’

지난 5일 카카오 퀵서비스 라이더로 직접 뛰어봤다. 오전 9시쯤 ‘카카오 T 픽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을 수락했다. 출근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 T 픽커 앱을 내려받아 들어가서 퀵 서비스 기사로 등록한다. 이후 파란색 퀵 배너 내 ‘출근’을 누르면 된다. 자신이 있는 곳이 표시가 되고 지도가 나온다. 상단 목록에서 주문을 확인할 수 있다.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가입자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눌러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 업무를 완료한 후 정산한 금액. /김양혁

첫 주문은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입구역 인근 빌딩에서 물건을 받은 뒤 영등포구 여의도 한 빌딩에 전달하는 업무였다. 거주지에서 출발하는 거리를 제외하고 배달지 간 거리는 약 16㎞다. 배달 요금은 7440원이다.

배달을 수락하자 물건을 픽업하라는 안내가 떴다. 카카오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데, 경쟁사인 T맵은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 거주지에서 목적지까지 거리는 약 7㎞였는데, 픽업완료 시각은 오전 9시 46분이었다. 출발 당시 내비게이션에는 9시 42분을 도착 예정 시각으로 안내했다. 운전대를 잡고 나섰지만, 월요일 도심의 도로는 꽉 막혀있었다. 정차 중인 가운데 양옆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이 야속하면서도 부러웠다. 결국 약 10분 늦게 도착했지만, 고객은 별 말 없이 물건을 건넸다. 물품 정보는 ‘중형’이었는데, 부피만 꽤 있을 뿐 무게는 부담 없는 공예 가방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퀵 서비스 물품. /김양혁

중간 도착지에서 늦은 터라 물건을 건네받고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당시 배송 완료 시각은 10시 40분이었다. 답답한 도로 사정을 이미 경험한 탓에 다급해졌다. 자동차라는 배달 수단은 편하기는 하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조금씩 정체가 풀려 예정 시각보다 이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배달 완료 후에는 수령자의 서명을 받으면 된다. 수령자가 비대면을 요청했을 경우 전달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된다.

일을 마친 뒤 차로 들어와 노동의 대가를 정산했다. 배달 요금 7440원에 주문 수락과 물품 픽업 때 각각 200원씩 프로모션 비용이 더 붙어 7840원이었다. 1시간 넘게 운전하고 올해 최저임금(872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 들어왔다. 집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거리까지 더하면 2시간을 운전했다. 시간과 차량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안 하는 게 나을 수준이다. 카카오 측은 묶음 배달을 할 수 있게 했지만, 현재 주문이 많지 않을 뿐 더러, 정해진 시간에 꽉 막힌 도심 속에서 다수의 물건을 배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결론은 자동차로는 답이 없다. 카카오 퀵서비스 첫 주문이자, 마지막 주문이었다. 또 다른 주문을 받아 수행하다 자칫 약속된 시간을 지키지 못해 주문자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카카오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출시한 만큼 수요 대부분이 도심에 몰려있다. 카카오는 주문을 강제하지 않는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쿠팡이츠 배달 완료 후 정산한 금액. /김양혁

◇ 벌이는 쿠팡이츠가 나았지만…라이더 배려심 돋보인 카카오

비교를 위해 쿠팡이츠도 경험했다. 자동차로 할 수 있으며, 비용 정산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라이더가 직접 고객으로부터 음식값을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쿠팡이츠 배달 지역은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다. 결론적으로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3건을 배달했고, 9000원가량을 벌었다. 1건당 단가는 적지만, 짧은 시간 내 단거리 위주로 주행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카카오 퀵 서비스 이동 지역과 비교해 한적했던 교통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배달요금 책정 자체는 ‘물음표’다. 오전 11시쯤 4000원대였던 기본금액은 본격적인 점심시각인 낮 12시부터 2500원으로 하락했다. 점심시간에는 더 많은 주문이 몰릴 텐데, 오히려 단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카카오와 달리 쿠팡이츠는 주문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주문을 수락하고 안 하고는 이용자 판단이지만, 인공지능(AI)이 계속해서 일감을 준다. 물론 터무니 없는 곳으로 할당했을 때는 반응하지 않았다. 추후 계속해서 일을 미루다 보면 일정 시간 배정을 주지 않는 패널티도 있다고 한다. 반복적일 경우 아예 퇴출될 수 있다는 ‘협박’도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퀵 서비스 기사(픽커)에 공지한 추가요금 정책. /카카오모빌리티

벌이는 쿠팡이츠가 괜찮았지만, 배달기사에 대한 배려심은 카카오가 나아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문자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물품을 픽업할 경우 10분당 2000원, 물품 크기가 가로·세로·높이 합 140㎝ 또는 무게 20㎏을 초과할 경우 5000원의 추가 요금을 직접 퀵 기사가 주문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약관을 규정해놨다. 물론 배달기사가 줄자나 저울 등을 들고 다니며 이를 확인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주문자가 늦게 올 경우를 대비해 주문자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물어 배달기사에게 일종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배달기사에게 ‘시간은 돈’이다.

반면 쿠팡이츠 라이더는 그저 ‘전달책’에 불과해 보인다. 철저히 주문자 위주다. 시간, 거리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달기사를 배정한다. 인공지능(AI)이 실제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직선거리로 배달 거리를 계산해 일감을 준다. 산을 넘어 가면 3㎞에 불과하지만, 실제 도로를 이용할 경우 6㎞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식이다. 음식 배달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부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고스란히 배달기사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미 음식점이 주문을 받은 이후기 때문이다. 주문자가 매기는 ‘별점 테러’는 비단 음식점만의 고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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