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캐릭터로 떠오른 라인프렌즈의 성공 DNA

조유빈 기자 입력 2021. 11. 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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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담은 캐릭터들, 메타버스까지 진출
캐릭터가 K콘텐츠로 진화한 배경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지난 10월 말, 미국에서 특별한 여행이 진행됐다. 일명 '뉴욕 속 한국 여행'. 뉴욕 한복판에서 《오징어 게임》이 시작됐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한 한국 놀이에 참여했다. 결승 종목은 딱지치기. 최후의 2인이 맞붙었고, 우승자는 한국행 왕복 항공권을 품에 안았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한국관, 뉴욕 한국문화원, 맨해튼 내 코리아타운도 그들의 여행지가 됐다. 마지막 행선지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참가자들은 그곳에서 방탄소년단(BTS)과 라인프렌즈가 함께 만든 BT21, 오리지널 캐릭터인 브라운앤프렌즈 등 한국 캐릭터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렇게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나 BTS처럼 한국에 시작점을 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순간, 또 하나의 K콘텐츠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캐릭터다. 그 중심에 라인프렌즈가 있다. 이들이 일명 'K캐릭터'라 불리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어떤 DNA가 있기에 글로벌 인기를 견인할 수 있었던 걸까.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가 개최한 '뉴욕 속 한국 여행' 참가자들이 《오징어게임》 속 트레이닝복을 입고 라인프렌즈 스토어를 둘러보고 있다.ⓒ한국관광공사

세계관이 담긴 스토리 구축

캐릭터가 단순히 귀엽기만 하던 때는 지났다. 예전에는 세계적인 캐릭터라고 하면 미키마우스(1928년생)와 헬로키티(1974년생)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젊은 캐릭터들이 캐릭터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는 브라운앤프렌즈다. 무표정한 얼굴이 매력인 곰돌이 브라운부터 그의 여동생이자 패셔니스타인 초코, IT 천재 팬더 팡요까지 11종에 이르는 브라운앤프렌즈의 캐릭터에는 스토리가 있다. 캐릭터들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고, '재주꾼(브라운)' '미식가(코니)' '자기애(제임스)' 등 각자의 해시태그도 보유하고 있다.

브라운앤프렌즈로 시작된 크리에이티브 역량은 '프렌즈 크리에이터스'라는 프로젝트로 발전했는데, 그 첫 번째 결과물이 BT21이었다. 이전까지 아티스트를 반영한 캐릭터들은 이름만 빌리거나 외모적으로 유사한 특성만을 가져와 제작됐지만, BT21은 사뭇 다른 시도를 했다. BTS와 라인프렌즈가 함께 탄생시킨 캐릭터. 그것만으로도 이미 방대한 스토리의 시작이 됐다. BTS가 직접 초기 스케치 디자인부터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만드는 설정에까지 참여했기에, 캐릭터 자체에도 스토리가 담겼다.

그렇게 'BT21 유니버스'는 시작됐다. BT행성에서 지구에 불시착한 왕자 TATA가 KOYA, RJ, SHOOKY, MANG, CHIMMY, COOKY라는 멤버들을 만나 최고의 스타를 꿈꾸는 BT21을 만들었다는 스토리는 하나의 세계관을 꾸렸다. BT21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호자 우주로봇 VAN도 함께다. 이들의 친구들과 가족, 라이벌도 유니버스에 등장했다. 캐릭터들이 갈등하고, 화합하고, 고민하고, 도전하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실제 전 세계 MZ세대가 마주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BT21의 성공으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캐릭터가 속속 탄생했다. 이후 JYP의 ITZY와 함께 개발한 캐릭터 WDZY는 '평생 친구'를 테마로 탄생했고, YG의 트레저와 함께 개발한 TRUZ는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는 육성형 콘셉트로 제작됐다.

이렇게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들은 특히 인기를 끄는 K콘텐츠로 기능한다. 특히 드라마와 K팝 등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의 캐릭터들은 한류를 이끌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TV쇼 진행자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셀러브리티들이 개인 SNS를 통해 BT21 캐릭터 상품의 인증샷을 올린다. 해외의 캐릭터 스토어 오픈과 동시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홍보영상에도 캐릭터는 한국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로 등장한다. 손흥민 선수가 자랑하는 다양한 한국의 매력 중, 사랑스러움을 담당하는 아이콘들이 바로 브라운앤프렌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라인프렌즈

온·오프라인에서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경험

캐릭터를 콘텐츠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필요한 것은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경험이다. 경험의 영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라인프렌즈는 서울, 뉴욕, 도쿄, 타이베이, 상하이 등 주요 핵심 도시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어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각 도시의 랜드마크에서 열리는 전시회, 축제, 마라톤대회를 통해 MZ세대와 거리감도 좁혔다. 이들의 확장 통로는 오프라인에서 끝이 아니다. 본격적인 확장은 디지털 환경에서 이뤄진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은 본래 데뷔 무대가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었다. 스티커로 탄생한 이들은 SNS를 통해 MZ세대와 소통해 왔다. 그래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이라는 무대를 밟는 것도 어색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는 BT21을 활용한 스티커와 카메라 효과를 론칭했고, 틱톡에서는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대만 등 5개 국가 및 지역에서 팬들과 인터랙션할 수 있는 챌린지인 '#LINEFRIENDS텐션파티'를 진행했다. 그렇게 캐릭터들의 세계관이 담긴 디지털 콘텐츠,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셜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팬들을 캐릭터에 더욱 몰입시켰다.

OTT 플랫폼의 부흥에 맞춰 넷플릭스와도 협업했다. 브라운앤프렌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제작 중인데, 향후 이 애니메이션을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공개해 캐릭터의 글로벌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플랫폼들을 허투루 쓰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캐릭터는 제품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그 확장 자체는 다시 캐릭터에 힘을 실어준다.

이렇게 활동영역이 넓어졌으니, 과거에 단순히 상품을 장식하는 데만 그쳤던 캐릭터의 위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상품을 직접 홍보하는 모델 자리까지 꿰찼다. 캐릭터 RJ는 최근 이마트의 핫도그 모델로 발탁됐다. 파급력은 조회 수가 증명한다. 정식 광고계약을 맺고 찍은 핫도그 먹방 영상은 단 2주 만에 1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캐릭터들이 직접 자신의 일상생활을 포스팅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BT21의 이야기를 다룬 인스타그램 계정은 오픈 2일 만에 5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았다. CHIMMY는 첫 유튜브 라이브 방송(라방)을 통해 예고 없는 '랜선 집들이'를 했는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1만8000명이 접속했다. CHIMMY는 첫 라방답게 카메라를 거꾸로 들고 있거나 방송을 종료하는 법을 모르는 허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넬 줄 아는 능력 있는 인플루언서였다.

BT21 CHIMMY가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는 최근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게임 《플레이투게더》에 버추얼 스토어를 오픈하고 디지털 테마파크를 선보였다.ⓒ라인프렌즈

메타버스로의 본격적인 진화

이들은 특히 해외에서 유명 인플루언서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매년 8월8일 브라운데이를 기념해 열리는 팬미팅, 올해도 8월 브라운의 생일을 맞아 열린 랜선 생일파티는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의 인기를 입증한다. 홍콩이나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현지 팬들과 함께 팬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운앤프렌즈는 중국 최대 커머스 플랫폼인 티몰 라이브 방송에 버추얼 쇼 호스트로 등장해 현지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올해 2월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의 숏폼 영상 플랫폼 위시와 전략적 협업을 맺고, 공식 채널을 오픈해 브라운앤프렌즈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선보였다. 이렇게 디지털을 기반으로 MZ세대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캐릭터는 진화한다.

이미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면서 메타버스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캐릭터를 만날 수 있게 하는 시도까지 시작됐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 플레이투게더와 함께다. 한국과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서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플레이투게더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함께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공간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라인프렌즈는 이 게임 속에 최초의 버추얼 스토어를 오픈했다.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브라운앤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영상 콘텐츠를 보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일종의 '디지털 테마파크'를 구성한 것이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진입하는 것은 유통가의 성공 공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Z세대가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브랜드를 노출시킴으로써 잠재적 소비층을 확보하고, 브랜드의 팬덤을 유지시킨다는 전략 때문이다. 캐릭터 IP 상품 역시 이커머스의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라인프렌즈의 캐릭터들이 가상세계 영역 확장까지 노리고 있다.

# 《오징어 게임》부터 BT21까지, 해외 반응이 더 뜨거운 K컬처

《오징어 게임》, BTS, 라인프렌즈 캐릭터. 이 셋의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는 점이다. 일명 K드라마, K팝, K캐릭터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들의 성공 키워드 역시 '스토리'와 'SNS'에서 찾을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이라는 보편적인 스토리에 한국 특유의 공동체적 정서를 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데스 게임의 포맷은 서구권에서도 익숙하지만, 여기에 더해진 '정'이나 '깐부' 등 한국 문화는 해외 팬들에게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스토리로 작용했고,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배경이 됐다. BTS는 성장 서사를 담은 'BTS 유니버스'를 꾸렸다. 글로벌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고민, 고통, 사랑 등의 스토리를 그들만의 개성과 메시지를 담은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글로벌 팬에게 다가갔다. 라인프렌즈의 캐릭터들 역시 세계관이 담긴 콘텐츠다. 단순히 캐릭터의 외형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스토리에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슈를 녹여내며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라인프렌즈와 BTS가 함께 개발한 캐릭터 BT21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스토리와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예다.

BT21이 직접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자신의 춤 영상 반응을 보고 있는 BT21 MANG의 모습

여기에 더해 콘텐츠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SNS다. 해시태그는 또 한 번의 유행을 선도한다. OTT 플랫폼으로 시작해 흥행했지만 SNS라는 플랫폼을 타고 대세 콘텐츠로 급부상한 《오징어 게임》이 그랬다. 하루 15만 개 이상의 해시태그를 달고 SNS에 확산된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한국의 놀이문화, 나아가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BTS는 글로벌 팬들과 SNS를 활용해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아티스트다. 뮤직비디오나 공연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까지 중계하면서, 물리적 거리로 인해 만나기 힘든 글로벌 팬들에게 다가갔다. 이 같은 모습은 '진정성'이라는 BTS 특유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자신들의 음악에 더해 팬들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데뷔 초부터 쌓아온 이들의 콘텐츠와 이야기는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했기에 진심은 전해졌다.

브라운앤프렌즈를 비롯한 라인프렌즈의 캐릭터들이 최근 유튜브 라이브 방송, 인스타그램 운영 등을 하며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것 역시 글로벌 SNS를 통해서다. BTS와 라인프렌즈가 함께 개발한 BT21은 메신저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활용해 MZ세대와 소통하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특히 참여형 콘텐츠는 SNS를 타고 확장된다. 캐릭터의 친구를 만들어내고, 애니메이션 OST 제목을 팬들에게 짓게 하는 챌린지는 팬들이 더 깊게 캐릭터의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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