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호프집에서 기본안주로 나오면 막 손가락에 끼워보기도 하고 그러는 그 과자 같은 거랑 아주 작은, 마치 모래 같은 가루를 막 섞는데, 영상의 제목은 ‘Indian Street Food’.

food? 이거 모래 같은데 이걸 먹는다고? 이메일로 “이런 영상을 수도 없이 봤는데 여기 이 가루가 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인도 모래 튀김의 진실
이 가루의 정체에 대해 취재하고 있으니 구독하고 알람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라고 예고한 건 지난달 19일.

통상 이렇게 예고를 하면 일주일 정도 뒤에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이건 거의 한 달이 걸렸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당최 이 가루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 우리가 컨택을 시도한 사람은 인도여행 가이드북 저자, 인도여행 에세이집 저자, 세계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님(빠니보틀님 유튜브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파이팅), 인도연구소 박사님, 이 대학 인도학과 교수님, 저 대학 인도학과 교수님, 그 외 인도 관련 서적 저자들 등등 아무리 컨택을 해도 이게 뭔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아,, 인도에 가서 영상 속 주인공에게 물어봐야 하나, 저 분 영어 할 줄 아시려나, 아 내가 못하지 참, 이러고 있을 때쯤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인도 동북부 비하르 주 출신의 부산외대 인도학과 스리잔 꾸마르 교수님이었다. 스리잔 교수님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음식을 드시면서 자랐다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미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이제라도 빠르게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모래가 맞다. 이 가루가 소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물론 소금이 많이 나는 지역에선 소금으로 볶기도 하지만 이 영상이 찍힌 인도 마을처럼 근처에 강이 있는 곳에선 소금보다 모래를 이용한다.

스리잔 꾸마르 부산외대 인도학과 교수
"하루 종일 이렇게 불을 피우면 모래가 아주 뜨거워지는데, 그 안에 곡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넣어서 섞으면 모래의 열로 곡식들이 이렇게 팝콘처럼 되는 거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와 해변이다~하고 맨발로 뛰어 들어가려다 한껏 달궈진 모래를 밟고 앗 뜨거 어휴 발바닥 익어버릴 뻔 했네, 할 때 있는데 실제로 모래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던 거다. 모래가 씹히진 않을까. “
"모래는 떨어져요 망이 있어요. 망을 아주 세게 흔들고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이렇게 하기 때문에 거의 모래가 없어져요.”

모래로 볶은 음식의 맛은 어떨까.
“흙의 맛을 아세요? 모래로 볶은 땅콩 먹으면 고소한 맛이 조금 더 강해요. 옥수수 수염차나 이런 거 마시면 특유의 맛이 있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왜 이런 모습을 인도에서만 볼 수 있을까. 스리잔 교수님은 확실하게 이 이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도의 ‘카스트’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분석했다. 흔히 인도의 카스트라고하면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이루어진 계급 구조를 생각하지만, 사실 카스트는 직업별로도 세분화되어 있다. 전자를 ‘바르나’ 후자를 ‘자티’라고 하는데 이런 카스트는 계속 세습된다. 고대에 기름이 부족하던 시절, 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로 음식을 조리하던 직업이 있었는데, 이 카스트가 계속 세습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옛날부터 이렇게 해오는 카스트가 있어요. 모래로 볶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카스트는 따로 있어요. 결혼식이나 이럴 때 우리가 특별히 이 사람들한테서 받아와야 되는 어떤 예식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옛날부터 사회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거죠. 지금도 필요로 하고.”

모래를 볶아 음식을 하는 직업이 지금까지 남아 있게 된 데는 인도의 힌두교도 한 몫 했다. 힌두교에는 토성과 토요일을 관장하는 ‘샤니(शनि)’라는 신이 있는데, 이 신은 불운을 상징한다. 이 ‘샤니’신은 볶은 곡식을 좋아해서, 인도인들은 토요일에는 볶은 곡식을 먹으면서 부정을 막는다. 이런 문화 때문에 고대부터 곡식을 볶는 요리사는 인도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고, 여기에 인도 특유의 카스트 문화를 만나 대대로 이어지게 된 거다.
“토요일이라는 날은 우리가 토성의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토요일 날에 이 토성의 안 좋은 역할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볶아 놓은 곡식을 먹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기름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과자를 만들었었다고 한다. 과거에 이런 방식으로 한과를 만드셨던 갈골한과의 최봉석 장인님께 물어봤는데, 기름으로 튀긴 한과가 더 인기가 많기 때문에 요즘에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