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없었다

양은경 기자 2021. 7.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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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채널A 기자 1심서 무죄

기자가 검찰 간부와의 인맥을 거론하며 수감자를 압박해 여권 인사 비리를 캐려 했다는 ‘채널A 사건’과 관련,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16일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사건은 작년 3월 ‘검찰 고위 간부(한동훈 검사장)와 연결된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리 의혹을 쟁점화하려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했다’는 MBC의 ‘검·언 유착’ 보도에서 시작됐다.

작년 4월 민언련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던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8월 이 전 기자를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이날 11개월 만에 무죄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 증거만으로는 강요죄 구성 요건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으로 ‘조국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여권과 친여 매체가 몰아갔던 ‘검·언 유착’ 프레임은 이번 판결로 붕괴됐으며, 오히려 ‘권·언 유착’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부장판사는 “언론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이날 무죄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선 “무리한 기소의 예정된 결론”이란 평가가 나왔다. 검찰은 이 전 기자에게 ‘강요 미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강요죄’는 폭행·협박으로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한다. 또한 요구에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고, 이로 인해 공포감을 느껴야 한다. 한 법조인은 “아무 사법적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자가 ‘검찰이 당신을 세게 수사한다더라’고 하는 것에 이철씨가 공포를 느꼈다는 것은 애초에 비상식적이었다” 고 했다.

재판부도 이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철씨에게) ‘신라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강요 혐의 성립에 필요한) ‘해악의 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해악을 고지하는 주체(이동재 전 기자)와 실현하는 주체(검찰)가 다를 경우, 이 전 기자가 검찰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검찰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이철 전 대표가) 믿게 하는 행동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철씨에게 보낸 편지 다섯 통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철씨는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 가운데 암 투병 중인 자신의 아내를 언급한 네 번째 편지에서 가장 공포감을 느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그 편지에서조차 이 전 기자가 ‘검찰과의 연결이 어렵다’ 등의 표현을 쓴 만큼, ‘강요’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작년 3월 이 전 기자는 이철씨의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X’ 지현진씨를 접촉하면서 “검찰 간부의 목소리”라며 녹음 파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검·언 유착’과 ‘강요’의 방증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지씨의 요구에 따른 것일 뿐 구체적으로 이씨에게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기자는 작년 7월 구속 전 본지 인터뷰에서 “지현진씨가 집요하게 검찰 간부가 보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녹취록은 검찰 간부가 아닌 지인과 녹음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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