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Tigers] 광주동성고등학교 김도영
전설이 되겠습니다
해태 타이거즈 팬에게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고, KIA 타이거즈 팬에게는 보기만 해도 배부른 포만감을 선사하는 이종범을 닮은 얼굴. 우리는 그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고거 참 야구 잘하게 생겼구나! 눈빛에는 매서운 호랑이의 기운이 서려 있고,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다부진 기세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다리는 바람보다 빠르니, 전설이 되겠다는 그의 말이 곧 한달음에 펼쳐질 것만 같다. 어쩌면 기대보다 더 빨리 홈플레이트에 도달할지도 모를 그의 이름은 ‘갸도영’ 아니, 타이거즈의 전설이 될 김도영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Kyunghwa So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한다. (9월 9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KIA 유격수 김도영입니다. 아, 이렇게 인사하니 어색하다.
몇 달 전 광주동성고 김도영으로 만났는데 이젠 KIA의 김도영이 됐다. 꿈이 현실로 이뤄졌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솔직히 고향 팀의 1차 지명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받고 나니까 이런 기분이구나 싶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럼 어떤 예상을 한 건가.
다른 팀의 지명을 받을 줄 알았다. KIA 1차 지명이 살짝 기대되긴 했지만, 시즌 전부터 (문)동주가 대단한 선수라는 걸 익히 들어 최대한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문김대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미디어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물론 주목을 받으면 좋지만, 그만큼 따라오는 고통도 있었을 거다.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근데 안 좋은 관심이 아닌, 좋은 관심이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기량도 확 늘었다. 동주 덕분에 내가 이렇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동주-김도영 더블 인터뷰를 진행한 게 지난 4월이다. 당시만 해도 문동주로 기세가 기울어져 있던 터라 일각에서는 너무 잔인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건 아니다.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가 첫 만남이었던 터라 그날 이후 엄청 친해졌다.
문동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주야! 네가 있었기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프로 무대에 가서도 좋은 경쟁을 펼쳐보자.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고맙다.
광주토박이 ‘갸린이’ 출신일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타이거즈 팬이기에 이번 추석 때 인기를 독차지하겠다.
독차지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추석 때 자리에 없다. WBSC U-23 야구 월드컵 대회 참가로 멕시코에 있을 예정이라 SNS로만 귀염받을 듯하다. (용돈을 보내주는 어른들도 있겠다.) 있으면 좋겠다.
곧 계약금을 받을 텐데 역으로 한턱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부모님께 다 드릴 거기 때문에 부모님이 알아서 하실 거다. (현명한 대답이다. 혹시 세뱃돈도 부모님이 다 가져가셨나.) 아주 어릴 땐 그랬지만, 지금은 머리가 컸다. 그렇다고 따로 뭘 사는 스타일은 아니고 무작정 모은다. 쓰고 싶긴 한데, 통장에 일정 금액이 없으면 불편해서 늘 채워놓으려 한다.
보기보다 알뜰한 타입인가 보다. 멋지고 힙한 거 있으면 다 살 줄 알았다.
철이 좀 빨리 들었다. (이후 인터뷰장에 함께 온 어머님께 이 이야기를 하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누나들에게 자꾸 그러면 돈 안 준다고 협박하는 막내라고 귀여운 증언을 해주셨다.)
아버지께서 초중고를 거치며 속 한 번 썩이지 않고 자기 앞가림을 해온 착한 아들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스스로 판단하기엔 어떤 아들인가.
‘츤데레’ 스타일이라 앞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못 하고 뒤에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다. (뒤에서 표현한다는 건 편지라도 쓴다는 말인가.) 편지는 써본 적 없다. 그냥 혼자 감사함을 느낀다는 뜻이다. (웃음)
말하는 걸 보면 어른인데, 인스타그램을 보면 딱 그 나이의 학생 같다.
인스타그램도 누나들이 관리해준다. 이 사진을 올리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이건 아니라며 올리지 말라고 한다. (유명한 박서준 따라잡기 샷은 컨펌이 난 건가.) 그렇다. 일부러 옷을 맞춰 입고 찍은 건데 누나도 올리면 재미있겠다고 했다.
삼 남매가 친한가 보다.
서로 장난을 많이 친다. 집에서는 내가 이렇게 큰 걸 모르니까 “네가 이 정도였냐”라는 소리도 하고, 지금은 예전처럼 막 함부로는 못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을 보니 탁구 선수 신유빈을 팔로우하고 있더라.
올림픽을 보고 팬이 됐다. 나보다 어린 데도 생각하는 게 더 어른 같다. (야구선수한테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가.) 블랙핑크 제니다. 예쁜 것보다 귀여운 사람을 좋아한다.
오늘 서울에 올라온 이유가 따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전에 구단 메디컬 체크를 하고 왔다. 또 U-23 대표팀에 추가 발탁돼 짐을 챙기고 바로 대구로 출발해야 한다. 이번 주에 계속 서울과 광주를 왔다 갔다 하느라 정말 바빴다. (그래서 에디터의 메시지를 씹었나.) 아니, 씹지 않았다. 안 떴나? (너무 안 읽어줘서 이병헌, 문동주에게 하소연했더니 김도영은 원래 그런다고 하더라.) 그건 맞다. 바로바로 못 읽는 편이다.
국가대표팀 추가 발탁 소식은 언제 들었나.
지난주에 감독님께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거기 때문에 자부심이 크고 무조건 이기는 게 목표다.
이번 도쿄 올림픽 야구는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배울 점도 많았다. (국민으로서 아쉬운 부분을 하나 얘기해보자면?) 그래도 일본을 이겼으면 일단 메달은 확보되는 건데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서…. (차마 대선배들이라 말을 못 하겠나.) 그렇다. 내년 아시안 게임 때는 어린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뽑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열심히 해서 한번 기회를 노려보고 싶다.
이제 직장 얘기를 해보자. 또래 친구보다 빨리 직장인이 된 소감은?
당연히 좋지만, 이제 시작이다. 큰 무대에서 뛸 생각에 설렌다. 주변에서 (이)의리 형 사인을 받아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따로 친분이 없어서 아직 부탁은 못 했다. 학교도 안 겹치고 광주 선후배로 이름만 아는 사이다.
벌써 팬들의 기대가 크다. 오죽하면 취업계를 내고 당장 오라고 할 정도다.
준비를 잘해서 최대한 아쉬운 면 없이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감독이 당장 선발로 나가라고 한다면?) 당연히 자신 있게 나간다. 볼 보이를 하러 갔을 때도 저기서 뛰면 어떤 기분일지 늘 상상했다. (팬들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가서 쳐도 저거보다 잘 치겠다고.) 충분히 이해한다. 근데 막상 타석에 들어가면 다르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참 타이밍이 이상하다. 어제 경기에서 유격수 박찬호가 2개의 실책을 범하며 두 사람의 경쟁 구도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나도 어제 경기를 봤다. 그래도 수비는 나보다 훨씬 잘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
지명 전날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건 최원준처럼 박찬호의 연락은 없었나.
없었다. 최원준 선배는 내가 중학생일 때부터 운동하러 학교에 종종 오셔서 안면이 있던 사이다.
올해 호랑이군단의 공격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전무하고 OPS와 팀 홈런은 최하위인데, 이 상황에서 1차 지명자로 김도영을 택했다. 본인에게 무엇을 기대한다고 보는가.
신인답지 않은 모습 아니겠나. 내가 팀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상을 마구 뛰어다니면 선배님들도 동기 부여가 돼 열심히 잘하실 거로 생각한다. 일단 내가 잘해야 한다.
욕심 나는 타순은?
물론 1번 타자다. (최원준 비키라는 말인가.) 그렇다, 아마도. (웃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매해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어떻게 하면 4할이 가능한 것인가.
달리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아마야구는 생각을 적게 하는 게 제일 좋다. 생각이 많으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내야 땅볼이든, 뜬공이든 1루까지는 전력으로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공보다 빠른 기분은?
공보다 빠르진 않다. (웃음) 나도 평소에 갑자기 뛰어야 할 상황이 오면 속도가 안 난다. 야구 할 때만 빠르다.
타격을 워낙 잘하다 보니 수비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있다.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기에 기존에 해온 대로 펑고를 받으며 감을 익히고, 프로에 가서 코치님들께 배우려 한다. 팀 합류 전까지는 많이 먹고 기본적인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3대 400 정도 치는데, 요즘은 다들 힘이 세다.
<더그아웃 매거진> 유튜브에 1차 지명 축하 영상이 올라온 건 봤나.
봤다. 흑역사가 됐지만, 그래도 좋다. 응원 댓글도 꽤 달렸더라. 근데 노래 부르는 건 오글거려서 휴대폰을 던질 뻔했다. 그래도 귀엽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만약 갸티비에서 춤과 노래를 시킨다면 어떻게 할 건가.
춤은 진짜 아니라 차라리 노래를 부르겠다. 호랑이가족한마당 출전을 대비해야 하지 않겠나. 발라드는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아예 다르게 트로트로 가겠다.
하비에르 바에즈의 팬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를 만난다면?
만나면 정말 좋겠지만, 요즘 바에즈가 논란이 있더라. 인성이 아닌 실력만 보고 바에즈를 롤모델로 삼은 거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저 야구 하는 모습이 멋있다. (논란의 행동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중을 향해 엄지를 내리는 야유 세리머니를 선보였는데?) 당연히 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건 하면 안 된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알다시피 이종범은 영구결번이다. 김도영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나도 영구결번이 꿈이지만, KIA에 쭉 있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그리고 은퇴는 KIA에서 하고 싶다.
현재 53번은 김호령이 달고 있다. 만약 선후배 상관없이 달 수 있다면 몇 번이 탐나는가.
53번이다. 김호령 선수가 좋아하는 번호가 따로 있다고 알고 있어서 충분히 가능할 거로 본다. 갸티비에서 본 바로는 27번을 좋아하신다. 지금 비어있는 번호라 내년에 바꾸시지 않을까 기대한다.
인물이 좋아서 유니폼도 잘 팔리겠다. 혹시 문동주가 자신이 김도영보다 얼굴은 낫다고 말한 인터뷰를 봤는가.
동주는 나랑 다르게 생겼다. 일단 비율이 좋지 않나. 몸이 좋아서 내가 그 부분에서는 지지만, 다른 건 다 이길 수 있다. (얼굴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머리도 기르고 피부도 좋아지면… 동주가 피부가 좋아서 그렇다.
KIA의 마지막 1차 지명자 김도영에게 묻겠다. 김도영에게 마지막 1차 지명이란?
마지막 1차 지명이란 걸 잘 모르고 있었지만, 영광스럽게 느끼고 있다. 근데 이게 그렇게까지 큰 건가. (엄청나게 소중한 거다. 김호령이 드래프트 순번 꼴찌로 뽑혀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처럼 본인이 마지막 1차 지명에서 영구결번까지 가는 스토리를 상상해봐라.) 맞네. 그럼 내가 타이거즈의 전설이 돼야 하네. 전설이 되겠다.
더 중요한 질문이다. 김도영에게 <더그아웃 매거진>이란?
가족 같은 그런 걸 뭐라 그러지? (가족이라 메시지를 씹었던 건가.) 아니, 편하니까 그런 거다. 가족 같은 잡지사! 너무 가까운 존재다. (그럼 가족이니까 계약금 받으면 우리에게도 한턱내는 건가.) 한턱내는 건 당연하고 일단 다시 나올 거다. 출연해야 한다. (아무나 못 나온다. 유명해져야 나올 수 있다.) 알겠다. 유명해지겠다.
‘갸도영’에게 진심이었던 팬들에게 끝인사를 남겨보자.
요즘 KBO리그의 인기가 떨어졌는데, 제가 가서 다시 인기를 불러올 수 있도록 열심히 잘할 테니 응원 부탁드립니다. 유니폼도 많이 사주세요.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6호(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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