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군사법원 없앴지만.. 평시 군사법원 유지 '절반의 개혁' [심층기획]
무엇이 달라졌나
성범죄 수사·재판 1심부터 민간서 담당
1심 군사법원도 국방부장관 소속 통합
항소심, 민간법원인 서울고등법원 이관
'제식구 감싸기' 논란 심판·관할관 없애
보통검찰부도 폐지하고 검찰단 설치해
지휘관의 군검사 지휘·개입도 제한시켜
군사법원 존치 찬반 팽팽
軍측 "북한과 휴전 중인 안보상황 고려
엄정한 지휘권 확립을 위해 유지해야
지휘관이 재판 좌지우지 비판은 기우"
반대측 "수사·재판 모두 軍내서 이뤄져
회유·협박·은폐·2차 가해 막기 어려워"
군검찰과 군판사들 역량 부족 지적도


국회가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때는 지난달 31일이었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알려진 뒤 3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나마 개정안에 따라 △성폭력 범죄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 △군인·군무원이 그 신분 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에 관한 수사와 재판을 1심부터 민간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외 범죄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면서 항소심을 민간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군판사 외에 일반장교와 지휘관을 군사재판에 참여시킨 근거가 됐던 심판관 제도(장교 재판관 참여)와 관할관 제도(지휘관의 법원장 임무 배정)도 폐지됐다. 심판관·관할관 제도는 군 사법제도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됐던 1심 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통합해 5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장성급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에 설치된 보통검찰부를 폐지하고 국방장관과 각 군의 참모총장 소속으로 검찰단을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지휘관 또는 부대장의 군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권 행사나 개입을 제한해 군검사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게 되고, 엄정한 검찰권 행사로 군 사법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 2018년부터 국방개혁 과제로서 추진해 온 군 사법개혁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의 군 사법제도는 1948년 국방부 전신인 통위부에서 국방경비법을 제정하면서 태동했다. 관련 정보가 부족 상황에 미국의 군법회의 제도를 바탕으로 법이 제정됐다. 1962년 군법회의법 제정으로 단심제는 현재의 3심제로 바뀌었다. 군사법원 명칭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도입됐다. 이후 세부적인 법 개정에도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군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사법제도개혁위원회(대통령 자문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2004년 대통령에게 건의한 사법개혁안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해 설치된 기구다. 당시 청와대 주도로 군사법원 폐지 등이 논의됐지만, 군의 반발로 이 내용은 개혁안에서 제외됐다. 결국 최종 개혁안에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상 강화 방안 등이 담기는 데 그쳤고, 이마저도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 논의는 2017년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2018년엔 비상계엄 선포 시 또는 국외파병 시에만 군사법원을 두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본회의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군 기강 확립에 필요” vs “법이 우선돼야”
일반형사절차와 구별된 별도의 군 사법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우리 군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북한과 휴전 중인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엄정한 지휘권 확립을 위해 군사법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군사법원 존치론자들의 주장이다. 기밀 등 보안이 중요한 군의 특수성도 고려 요소라고 강조한다.

군사법원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금껏 군의 기강 확립을 위해 군사법원을 유지했기 때문에 각종 병폐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특히 군 내에서 사건 수사와 재판이 모두 이뤄지는 현 체제에서는 사건 은폐와 피해자 회유·협박, 조직적 2차 가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군 형사사건의 대다수가 교통사고·폭행 등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라는 점도 평시 군사법원 폐지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군사법원 체계는 군의 기강이라는 이름으로 상급자들이 전횡할 수 있는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군의 기강은 원칙과 법의 지배를 통해 확립해야 하지, 상관의 카리스마로 잡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통계적으로 군사기밀 관련 범죄나 내란죄처럼 재판 과정상의 보안이 요구되는 범죄는 전체 군범죄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평시 군사법원을 존치시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다양한 안보 상황에 맞게 군사법원을 존치하는 나라도 꽤 많다.
지난해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의 ‘군 사법제도 개선논의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법원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영국, 이스라엘, 호주 등이 꼽힌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군사법원과 민간 법원을 혼합해 운영한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 대만, 터키 등은 군사법원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도 지난 2013년 ‘훙중추 하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 및 군검찰 운영을 중단했다. 터키는 지난 2016년 일부 군 세력의 쿠데타 실패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판사 및 군법무관을 해임했다.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군사법원 폐지를 포함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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