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기자들Q] 표류하는 대학 저널리즘 교육 어디로 가나?

90년대 중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트콤 전성시대를 열었던 '남자 셋 여자 셋' 기억하시나요? 같은 하숙집에서 사는 남학생 3명과 여학생 3명의 이야기를 다룬 시트콤이었는데요, 최고 시청률 36%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학생만 되면 '남자 셋 여자 셋'에 나오는 장면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상상을 전국의 중, 고등학생들에게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갑자기 '남자 셋 여자 셋'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이 시트콤에 나오는 6명의 주인공이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과 별개로 당시 신방과를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입시 커트라인도 매우 높았는데, 이 시트콤 역시 신방과 인기에 한 몫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신방과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신문방송학과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지고 있어섭니다.
■신문방송학과 대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사라지고 있는 저널리즘 교육
국내에서 저널리즘 전공 강의를 개설한 대학교 70곳을 대상으로 2017년과 2021년 학과명을 비교해봤습니다. 4년 사이 '언론'이나 '신문', '방송'이라는 단어를 학과명에서 빼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혹은 '미디어 영상' 등 '미디어'라는 단어를 포함한 학과명으로 바뀐 학교만 16군데였습니다.

이제 저널리즘 관련 학과명에 언론, 신문, 방송이 들어가는 학교는 70곳 가운데 29곳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학과명만 바뀌는 건 아닙니다. 저널리즘 관련 수업이 줄어드는 대신 광고나 PR, 마케팅 등 미디어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저널리즘 전공을 원하는 학생들의 수요가 적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기자들의 사회적인 처우, 인식, 급여 등이 갈수록 악화 되고 있는 탓입니다. 저널리즘 교육의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옵니다.
"저널리즘 교육이 상당히 위축돼 있고 거의 소멸해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제가 처음에 2007년도에 이 대학에 왔을 때는 언론 전공이라는 게 따로 있었습니다. 매 학년에 한 3, 40명 정도 되는 학생이 언론 전공에 진입을 했어요. 근데 지금은 언론 전공이 따로 없고, 기자하겠다는 학생이 한 학년에 한 5, 6명? 이 정도 되려나요?"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법학전문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고, 각종 공무원 시험이라든가, 대기업이라든가 이쪽으로 나가려는 수요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서 언론 쪽으로 나가겠다는 학생은 확실히 약화된 게 사실입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저널리즘 교육 공백이 일으키는 불신의 악순환…"윤리 교육 강화해야"
대학 저널리즘 교육이 부실해지면 언론 현장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언론사마다 자체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미디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체계적인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기자들이 많아지면 저널리즘 원칙과 가치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고 수준 낮은 기사들을 양산하게 됩니다. 시청자나 독자들은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언론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이런 분위기가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까지 줄어들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만들게 되는 겁니다.
저널리즘 학계도 이러한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언론 현장의 문제를 학계에서 해결하긴 어렵지만, 학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안과 노력은 지속적으로 논의 중입니다. 대표적인 게 저널리즘 윤리 교육을 강화입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저널리즘 윤리를 지키지 않은 기자와 기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광우병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을 때 언론이 취했어야 할 어떤 공정한 입장은 무엇이었느냐? 이런 거를 가지고 토론을 해간다면 학생들이 너무 흥미로워 할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극심한 진영갈등을 겪고 있다는 거는 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갈등을 조정하고 제대로 된 여론을 형성하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을 제대로 교육하는 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다만 단순한 윤리 이론 교육보다는 다양한 실제 사례 스터디를 통해서 자신이 기자라면 어떤 가치와 윤리를 지켜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방법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학원 차원에서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학부 차원에서 저널리즘 스쿨을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대학이 더 많은 걸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학 입장에서도 수요가 있어야 되거든요. 수요가 없는데 대학에서 교육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저널리즘 교육에 필요한 모든 과목을 신문방송학과라는 전공 안에서 소화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려면 저널리즘 스쿨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전공에서 기자가 되길 원하는 수요를 모아야지만 조금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저널리즘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의대에서 이론만 배우나요?"…저널리즘 실무 교육 실험하는 시빅뉴스
실무 교육에서 독자적인 답을 찾은 학교도 있습니다. 부산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은 반드시 인터넷 신문 시빅뉴스 기자 활동을 해야 합니다. 저널리즘 글쓰기 기초 수업을 비롯해 시빅뉴스 현장 실습이 전공 필수입니다.
학생들이 만드는 인터넷 신문이지만 일반 학보사와는 다릅니다. 2013년에 사업자 등록까지 마치고 정식 학교 기업으로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뉴스를 보도합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사 심사를 통과해서 2017년부터 네이버 뉴스 카테고리에도 기사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빅뉴스 홈페이지 하루 평균 페이지뷰만 1만 회를 넘을 정도로 어엿한 인터넷 신문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윤리 교육을 이론으로만 배운 기자와 실제 기사를 쓰면서 배운 기자는 다르다는 게 시빅뉴스 설립자 정태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생각입니다. 실무 중심적인 교육을 통해 저널리즘 가치를 체득한 기자들을 많이 키워야 결국 저널리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정 교수는 국내 언론 환경에선 언론사마다 '의견과 사실의 분리',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의 차이', ' 출처 표시 방법' 등 기사 쓰는 방식이나 저널리즘 윤리 기준이 다르다면서 대학 차원에서 기본적인 저널리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만약에 의대에서 병리학, 세포학 이론만 가르치고, 수술하는 건 병원가서 배워라 이러면 그건 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로스쿨도 그런 개념입니다. 법학 이론만 배워서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법적인 절차에 필요한 소송, 서류 같은 걸 작성하는 법도 다 배우거든요."
"저널리즘 학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가 직접 취재하고 기사 작성을 하면서 '이렇게 쓰면 비윤리적인거지'라고 배우는 것과 그냥 이론으로만 '이런 건 초상권에 걸리고, 성명권에 걸리고, 명예훼손에 걸리고, 공인의 정의는 무엇이다.'라고 배우는 것은 근본적으로 감이 다릅니다."
-정태철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시빅뉴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국내 저널리즘 교육 환경에서 시빅뉴스 모델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 그리고 시빅뉴스 기자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25일(일) 밤 11시 3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질문하는 기자들 Q> 2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부에선 <무분별한 커뮤니티 보도, 부끄러움 모르는 언론> 편이 방송됩니다. 서지영 KBS 기자가 진행하고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부 미디어트랙 교수, 홍석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본방'을 놓치셨다면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홈페이지 : news.kbs.co.kr/vod/program.do?bcd=0193#20210620&1
▲ 유튜브 계정 : www.youtube.com/c/질문하는기자들Q/featured
이현준 기자 (hjni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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