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50대에게 미래는 없다?.. 'U자형 행복곡선'의 새 출발점

나윤석 기자 2021. 8.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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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조너선 라우시 지음│김고명 옮김│부키

나이·인생만족도 조사결과

50대 이후 상승기 접어들어

“중년의 위기는 미신에 불과”

삶의 정상적 전환기에 해당

선진국·후진국 여부는 무관

‘인생 여로의 반 고비에/나는 똑바른 길을 잃어버린 채/어두운 숲 속에 서 있었네.’

단테가 14세기에 쓴 서사시 ‘신곡’의 지옥 편에 나오는 시구다. 단테는 이 지옥 방문기를 반 고비, 즉 ‘중년’에서 시작했다. 그가 보기에 중년이 자리한 ‘어두운 숲’은 ‘야만스럽고 사납고 가혹한’ 곳이었다. 벌써 80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중년의 이미지는 단테의 묘사와 별 차이가 없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과거는 실망스러우며, 미래는 기대되지 않는 무력감에 휩싸인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진행 단계를 ‘성장-절정-위기-쇠락’(∩)으로 인식하는 탓이다. 언론인 출신인 조너선 라우시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쓴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는 “중년의 위기란 허무맹랑한 미신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심리학·경제학·뇌과학을 아우르는 생애연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생 여로는 ∩자형이 아닌 ‘중년의 골짜기’를 지나 다시 행복과 평온을 되찾는 ∪자형임을 입증한다. 중년에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건 (쇠락 직전의) ‘위기’가 아닌 (반등을 준비하는) ‘정상적 전환기’이자 ‘리부팅’ 과정이라면서.

인생 만족도가 40대에 최저점을 찍고 50대 이후 상승기로 접어든다는 ‘∪자형 행복 곡선’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 ‘갤럽 월드 폴’이 2010∼2012년 소득·학력·취업 같은 변수를 통제하고 ‘인생 만족도’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미국·영국·독일·중국·라틴아메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자형 곡선이 도출됐다. 같은 기관이 46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2005∼2014년 조사에서도 두 나라를 빼고는 동일한 그래프가 나왔다. 미국·덴마크 등 선진국 국민의 만족도가 세계 평균보다 높긴 했으나 만족도 흐름이 ∪자형을 그린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였다. ‘나이 듦’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유독 중년에 불만과 불안, 불쾌감이 뒤섞인 ‘정서적 고난’을 겪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이를 ‘낙관 편향’과 ‘예측 오차’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독일 경제학자 하네스 슈반트는 15년간 같은 인물들을 대상으로 ‘5년 후 만족도 기대치’와 ‘현재 기대치’를 묻는 조사를 진행했다. ‘5년 후 기대치’ 곡선은 대다수 응답자가 젊은 시기의 만족도를 과대평가하고, 노년의 행복도를 과소평가하면서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반면 ‘현재 기대치’는 다른 조사처럼 ∪자형을 나타냈다. 예측 오차로 두 곡선의 상승과 하강이 엇갈린 지점은 50대 중반이었다. 저자는 “중년은 낙관이 옅어지고 우울한 현실주의에 시달리는 시기”라며 “과거에 대한 후회와 실망감, 미래에 대한 기대감 증발이 겹치며 과거와 미래를 모두 비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감정의 골짜기를 통과하면 뜻밖의 행복이 찾아온다. ‘자기중심성’에서 ‘타인지향성’으로 변화하는 가치관, ‘선택성 이론’에 따라 좁고 깊어지는 인맥, 50세 이후 20% 정도 감소하는 스트레스 비율 등이 만족도를 높인다. 저자는 “심지어 신체 건강은 저하되는데 ‘정서 건강’은 오히려 좋아지는 ‘나이 듦의 역설’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며 “나이가 들면서 우리가 잃는 것은 ‘정서적 예리함’이 아니라 짜증에 휘둘려 하루를 망치는 경향성”이라고 말한다.

신기한 것은 인간과 DNA 구조가 유사한 유인원들도 ∪자형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침팬지 336마리와 오랑우탄 172마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45∼50세에 해당하는 시기에 ‘안녕감’이 최저점을 찍었다. U자 곡선이 진화 과정에서 인간 유전자에 내장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슬럼프’ 이후의 ‘반등기’는 의학 발전에 따른 수명 연장으로 최소 10년에서 20년으로 길어지고 있다. 이에 책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새로운 인생 단계를 ‘앙코르 성인기’라고 명명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화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공적 연금을 재설계하고, 정부·기업·지역공동체가 함께 ‘앙코르 성인기’에 걸맞은 고용·여가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면의 비판자를 차단하라’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라’ 등 저자가 중년의 슬럼프를 빨리 탈출하는 방법으로 제안하는 일부 조언은 다소 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풍부한 통계에 기반한 실증적 분석은 ‘∪자형 행복 곡선을 그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수긍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추천사를 쓴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처럼 이렇게 외치고 싶어진다. “마흔 살 때 인생은 40부터라고 생각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의 착각이었다! 인생은 당연히 50부터지, 아니, 60부터!”. 432쪽, 1만8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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