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위기론? 오디오북 녹음 바빠요"

이기문 기자 2021. 11.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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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선 더빙·해설 줄었지만 게임·OTT 등 새 분야서 각광

오디오북·게임·OTT(동영상 스트리밍) 등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 서비스에서 성우(聲優)들의 목소리가 각광받고 있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외화를 한국말 더빙보다 자막으로 보는 시청자들이 많고, 다큐멘터리나 예능 프로그램 해설자로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성우 위기론’이 줄곧 제기됐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윌라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오디오북 시장.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수혜를 입었다. 오디오북 업체 ‘윌라’에 따르면 회원 평균 재생 시간은 지난해 2시간 18분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자책 업체 ‘밀리의서재’ 오디오북 이용자는 2년 만에 2배 증가했다. 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공하는 오디오북 수도 올해 초 1000권에서 9월 3000권까지 늘렸다고 한다. 게임 산업도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약 18조원) 커졌다.

덩달아 성우들이 바빠졌다. 경력 8년 성우 박요한(32)씨는 “전체 일감에서 오디오북 분야는 30%, 게임은 30%, 애니메이션·영화 더빙은 30%, 광고·내레이션은 10%”라고 말했다. 성우를 시작했을 때 방송 더빙 일이 전체의 70%였던 것과 비교하면 활동 분야가 다양해진 것이다. 박씨는 “특히 오디오북 일감이 5배 이상 늘었다”며 “2년 전만 해도 한 해에 오디오북 3권을 제작했지만, 요즘은 한 달에만 1~2권을 읽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중 3번 스튜디오에 방문해 평균 2시간씩 책을 읽는다.

오디오북 제작 방식도 1인 낭독에서 탈피해 대형화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고(故)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 오디오북은 성우 16명을 투입해 1년간 제작했다. 내년 출시를 앞둔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 오디오북은 성우 31명이 참여했다.

성우들은 보통 KBS·EBS 같은 지상파, 투니버스·대원방송 등 케이블 방송 공채 시험에 합격한 뒤 2년 정도의 전속 기간을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MBC는 2004년 이후 성우 공채를 중단했고 다른 방송사도 2~3년마다 한 번씩 성우를 뽑는 까닭에 한번 시험이 마련되면 200~3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성우협회에 소속된 성우는 현재 800여 명. 비회원까지 합치면 국내 성우는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원로 성우 배한성(75)씨는 “시청자들이 사실감과 현장감 면에서 더빙보다 자막을 선호한다 해도, 넷플릭스·아마존·디즈니 등 OTT가 커지면서 애니메이션·영화 더빙 수요는 더 늘고 있다”며 “연기력이 뒷받침된 성우는 정년 없이 롱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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