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ula 1] 다시 달아나는 베르스타펜, 2021 F1 미국 그랑프리


지난 22~2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COTA(Circuit of the America)’에서 2021 F1 17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서킷 디자이너 헤르만 틸케(Hermann Tilke)가 설계했으며, 영국 실버스톤과 독일 호켄하임 서킷 등의 특징을 조금씩 담고 있다. 미국 그랑프리는 2년 만인데, 넷플릭스 <F1, 본능의 질주>의 흥행으로 관중석이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파워트레인 교체로 인한 출발 순서 변동이 있었다. 예선을 4위로 마친 발테리 보타스가 9번 그리드에서, 12위로 마친 세바스티안 베텔이 18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 페르난도 알론소와 조지 러셀은 맨 마지막 줄로 나란히 밀려났다. 막스 베르스타펜-루이스 해밀턴-세르지오 페레즈가 1~3번 그리드에 섰으며, 그 뒤로 페라리와 맥라렌 드라이버가 자리했다.

최근 스타트 실수가 잦았던 해밀턴. 이번에는 베르스타펜보다 빠르게 1번 코너로 달려 나갔다. 오히려 베르스타펜이 해밀턴을 견제하다가 라인을 잡지 못하고 트랙 밖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뒤따르던 페레즈가 충분한 자리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해밀턴을 뒤쫓기 시작했다.

노면 온도와 포장 상태를 완벽히 파악한 레드불은 평소와 다른 타이어 전략을 시도했다. 겨우 11랩 만에 베르스타펜을 불러, 미디엄→하드 타이어로 교체했다. 2바퀴 뒤에는 페레즈의 타이어도 바꿨다. 보타스가 뒤처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밀턴을 조금씩 압박할 계획이었다.

맥라렌과 페라리는 난전을 펼쳤다. 1랩부터 카를로스 사인츠와 맥라렌의 두 선수가 뒤엉키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두 팀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포인트 차이는 단 4.5점.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최상위권 팀 경쟁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날 최종 순위는 페라리가 조금 앞섰다. 그 사이로 불쑥 끼어든 보타스는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중위권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알파 로메오 듀오를 홀로 상대했다. 무리한 접촉으로 키미 라이코넨 레이스카 옆구리에 상처를 내고,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를 트랙 밖으로 밀어내며 달렸다. 그러나 외로운 싸움은 실패로 돌아갔다. 팀 메이트 에스테반 오콘과 함께 리타이어해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했다.

30랩, 베르스타펜이 두 번째 타이어를 교체했다. 해밀턴은 8바퀴를 더 버티다가 피트로 들어왔다. 이제 두 선수의 격차는 약 8초. 메르세데스-AMG는 마지막 3바퀴에서 승부가 결정 날 거라고 예측했다.

종료 1바퀴 전, 해밀턴이 놀라운 추격 속도를 선보이며 1.1초 간격까지 따라잡았다. 조금만 더 접근하면 DRS(Drag Reduction System)를 이용해 추월도 노릴 수 있었다. 그런데 백마커였던 믹 슈마허가 길을 터주자, 베르스타펜도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수 없이 레이스가 끝났다. 베르스타펜이 2경기 연속으로 해밀턴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드라이버 포인트 격차를 벌려나갔다.

3위로 마무리한 페레즈는 남모를 고통을 겪고 있었다. 결승 당일 아침부터 복통을 호소했는데, 레이싱 슈트 속 음료 공급 장치마저 고장 났다. 무더위 속에서 56바퀴를 달린 그는 경기 후 ‘커리어에서 가장 긴 레이스였다’라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다음 경기는 11월 5~7일, 멕시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F1, 각 레이싱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