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가던 이가 묻는다. “5시리즈와 M5는 알겠는데 M550i가 도대체 뭐죠?” 요즘 새로 나오는 BMW 고성능 차들이 줄줄이 형광으로 단장하지만, M550i x드라이브는 티를 안 낸다. 차분하고 묵직하게, 마치 수트 입고 정중하게 선 프로레슬러 같다.
글/사진 신동빈
이번에 만난 M550i xDrive(이후 x드라이브)는 V8 4.4L 엔진이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m를 낸다. 평범한 5시리즈에 모터스포츠 감성을 흥건히 적신 고성능 모델이다. 국내 기준으로 540i와 5시리즈 ‘끝판왕’ M5 사이에 자리 잡았다. 625마력 M5는 너무 맵고 340마력 540i는 싱겁게 느껴지는 이들을 겨냥한다.

이 차를 타고 이제 막 20개월이 된 딸을 포함해 네 가족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거창한 고성능 차지만 결국 밑바탕은 패밀리 세단인 까닭에 실생활에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다. 보통 이런 차들은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시트가 불편해 함께 타는 걸 꺼리는데, 정작 우리 가족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①익스테리어
자동차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일반 5시리즈와 M550i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530마력은 외모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마세라티 같은 차들은 고성능 버전만 있으니 실루엣부터 뭔가 남다르지만, M550i는 190마력 기본 모델과 디자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도로 위 존재감이 그리 강하지 않다. 요란한 컬러로 화장 할 수도 있으나 그런 건 M5에 맡겨두고 차분한 길을 택했다.
540i xDrive보다 차체 높이는 9㎜, 최저지상고는 8㎜ 낮다. 미세한 수치지만 실제 눈이 느끼는 안정감은 사뭇 다르다. 앞뒤 범퍼는 새로 만들었다. 앞은 공기를 벌컥벌컥 들이켤 수 있게 흡기구를 키웠고, 뒤는 공기 흐름을 결결이 찢어 소용돌이 막을 디퓨저를 더했다. 그릴과 사이드미러 캡, 측면 공기 배출구 컬러도 새로 입혔다. 트렁크 끝에는 얇은 리어 스포일러를 덧대 역동적 이미지를 더했다.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와 4피스톤 캘리퍼가 멋진 디자인의 20인치 휠을 가득 채우지만 옆모습에서 스포티한 느낌을 더할 뿐 전반적으로 점잖다. 그나마 이번에 시승한 차는 '프로즌 블랙 메탈릭'이라는 무광 검은색 옷을 입어 나름 고성능 포스를 자랑한다.
이처럼 튀지 않는 디자인은 ‘소비를 뽐낸다’는 뜻의 유행어 ‘플렉스(FLEX)’가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요소다. 반대로 잠재된 530마력을 이처럼 ‘은근히’ 드러내는 방식이 M550i x드라이브의 매력일 수도 있다. 모두가 요란한 고성능 차를 원하진 않으니까.

②인테리어
M550i 실내 기본 구성은 일반 5시리즈와 같다. 530마력 화끈한 차지만 ‘고성능’ 보다는 ‘럭셔리’이미지를 추구한다. 시트와 도어 안쪽 패널 대부분을 천연가죽으로 감싸는 등 더 고급스러운 재질과 컬러로 아랫급 모델과 차이를 둔다. 이번에 탄 차는 크림색 시트와 피아노 블랙 내장재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역대 5시리즈 중 가장 부유한 분위기를 뽐낸다.
실내에서 M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그 흔한 카본은 자취를 감췄다. M 고유 하늘색-빨간색-파란색 세 가지 컬러로 짠 안전벨트, 문턱과 계기판에 심은 M550i 로고가 조용히 신분을 암시할 뿐이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새로 집어넣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각종 전자 장비들도 5시리즈에서 익히 봐왔다. 계기판은 풀 디지털 방식으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띄운다.
처음 이 시스템을 접했을 때, 너무 비슷한 크기 폰트로 표시해 원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여전히 그런 감이 있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고,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점은 디지털 계기판의 장점이다.


무선으로 지원하는 애플 카플레이는 정말 편하다. 차에 탈 때마다 케이블 연결할 필요 없고, 같은 이유로 보기도 한층 깔끔하다. 단, 카플레이로 티맵을 사용할 때 계기판이나 헤드 업 디스플레이와 연동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넓고 안락한 뒷좌석을 원한다면 7시리즈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5m에 살짝 못 미치는 대형 세단이지만 뒷좌석 착좌감이 위상에 어울리진 않는다. 유럽 프리미엄 세단 대부분이 몸에 꼭 맞는 수트 재단하듯 실내를 구성하기 때문에 5시리즈만의 단점은 아니다. 트렁크는 4인 가족의 캐리어와 백팩, 보스턴백 각각 2개씩 너끈히 소화했다.

③파워트레인 및 주행느낌
M550i x드라이브는 먼 거리를 고속으로 편하게 달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정해진 구간을 촌각 다투며 달리는 스포츠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드문 엔진 출력을 자랑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좀 피곤한 날 타도 그리 예민하게 다가오지 않아 좋다.
V8 4.4L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손 들어갈 공간조차 없을 만큼 엔진룸을 꽉 채운다. 최고출력 530마력을 5,500~6,000rpm에서 내고, 1,800rpm에서 나온 최대토크 76.5㎏·m를 4,600rpm까지 지속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늘 최대토크를 뿌리는 셈.

3.8초. 이 차가 처음 나왔을 때 내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제원이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으로, 요즘 좀 달린다는 수십 억대 하이퍼카들이 2초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웠다.
이런 고성능 차들은 힘을 적절히 컨트롤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M550i xDrive는 그런 걱정이 없다. 급가속 시에는 뒤통수가 헤드레스트에 꽂히곤 하지만, 내 의지를 정확히 반영해 전 구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가속페달 반응이 날카롭지 않아 일상 주행이 늘 편안하다. 고성능 차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난다.

8기통 엔진의 정숙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4기통 디젤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다. 실린더가 많을수록 엔진 진동은 줄어들기 마련. 평소에는 전기차처럼 숨을 죽이지만, 가속 페달을 짓이기면 으르렁거리며 돌변하는 게 8기통 엔진의 매력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반응이 민첩하면서도 부드럽다. 듀얼클러치처럼 킥다운과 동시에 당황스러울 만큼 빠르게 엔진회전수 치솟는 상황은 좀처럼 겪기 어렵다. 물론 자동변속기 중에서는 기어 갈아타는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특히, 원하는 때 적절한 기어를 물어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특히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황급히 오가는 굽잇길 주행 때 전혀 허둥대지 않는다. 반응과 판단 모두 운전자의 수동 조작보다 낫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방식. 여기에 ‘자세제어장치(DSC)’와 연동하는 사륜구동 x드라이브를 짝 지었다. 코너에서는 안쪽 바퀴에 더 많은 제동을 걸어주는 똑똑한 브레이킹 기능(CBC)까지 가세한다. 덕분에 롤링 없이 넓은 타이어로 지면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매우 든든하다. 전체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여유로운 움직임이 일품이다.
4피스톤 캘리퍼가 움켜쥐는 브레이크는 드라이 브레이킹 덕분에 날씨에 개의치 않고 일정한 제동력을 보장한다. 페달 반응은 살짝 예민하다. 가속 페달보다는 발목을 좀 더 들어 미세하게 조작해야 동승자의 불평이 없다.
복합 연비는 7.9㎞/L다. 이번에 시승하면서 총 569㎞를 달렸다. 이 가운데 75%는 고속도로 주행이었는데, ‘에코 프로(ECO PRO)’ 모드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함께 사용했다. 시승차 반납 때까지 기록한 실연비는 11.4㎞/L. 기름 값 걱정할 사람은 애초에 이 차를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일상에서는 충분히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④IQ 높인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더 똑똑해졌다. 현재 널리 쓰는 시스템은 고속도로에서 옆 차선 차가 내 앞으로 들어올 때, 완전히 차선 안에 들어와야 속도를 줄였다. 따라서 내 설정 속도가 해당 차보다 빠를 경우 급감속으로 이어져 가슴 철렁한 순간이 있었다.
반면 M550i x드라이브의 최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가 반쯤 들어올 때부터 감속을 시작해 한결 안전하면서도 부드럽게 대응한다. 아직 옆 차의 방향지시등 깜빡임을 인식하고 차선 진입 전부터 속도를 줄여주는 시스템까진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운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M550i x드라이브는 대배기량 엔진의 압도적인 출력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고성능 차지만 신경 곤두세울 필요 없이 여유롭게 몰 수 있다. 또한, 원할 때는 언제든 압도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스펙트럼이 M550i xD드라이브의 매력 포인트다. 특히 M5가 너무 젊고 화끈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대안이다.
1억 원 훌쩍 넘는 차를 놓고 여러 장점을 끝없이 나열할 수 있겠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이런 차를 타고 있다’는 종합적 느낌이다. 탄탄한 하체, 넓은 타이어가 구르는 감각, 창문 타고 흘러가는 미세한 바람 소리, 천연가죽의 촉감과 향기, 이따금 들려오는 8기통 엔진 소리. 이들이 한 데 모여 만족감을 끌어올린다.
차만 놓고 보면 약 1억1,660만 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다. 시승 전엔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그냥 5시리즈 아니야?”라고 하지 않을까 은근히 신경 썼는데, 운전대 잡는 순간 까맣게 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