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초등학교 3대 조직. 보이스카우트, 아람단, 걸스카우트. 2000년 기준 가입 회원 수 각각 36만, 35만, 17만명을 자랑했던 이 단체들은 한때 초등학교 운동장을 캠핑 텐트로 수놓았다. 유튜브 댓글로 ‘아람단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가 지금도 활동하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80~90년대 초등학교 흙바닥에 못질 좀 했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가 됐으니 궁금할 법도 하다.
대한민국 3대 청소년단체 현황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세월의 부침이 있어서 그런지 명칭도 바뀌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런저런 변화도 겪었다.

우선 아람단. 아람단은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 야영장을 차려놨다.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을 해야 하니 현실세계 캠핑장은 갈 수 없지만 또다른 세계에서의 캠핑 체험은 이어오고 있던 것. 텐트는 물론 방방(트램펄린), 제빵 체험장, 공연장, 보트 선착장, 자이로드롭까지 현실 야영장보다 더 잘 차려놨다. 축구장이 최고 인기인데 이게 축구인지 미식축구인지… 아람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메타버스 야영장에 누계 접속 인원이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다음은 걸스카우트.걸스카우트도 핵심은 언택트다. 지난 8월 ‘걸스카우트 e-국제야영’ 대회가 열렸는데 춤 경연대회,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같은 봉사활동 등 모든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여성가족부 후원도 받고 홍보대사인 오마이걸이 공연도 하면서 만만찮은 규모를 보였는데 걸스카우트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야영 대회에 비대면으로 참석한 학생 수는 30개국 8000여명이라고 한다.

끝으로 보이스카우트.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이스카우트와 걸스카우트와 합쳐 컵스카우트가 됐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 보이스카우트가 2001년 명칭을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 바꾸고, 2002년부터 여자 단원을 받기 시작한 것은 맞다. 하지만 걸스카우트는 한국스카우트연맹과 별개 조직이고, 컵스카우트는 보이스카우트 내에 6~12세 단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 보이스카우트가 ‘보이’를 빼고 스카우트가 됐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보이스카우트-남중-남고-공대-군대’ 이런 드립 치면 최소 30대 중반 이상이라는 얘기. 스카우트도 현재는 비대면으로 텐트 치기, 매듭짓기 등 야영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데 2023년 전세계 스카우트연맹 단원이 모여 열리는 ‘잼버리’ 행사는 코로나가 종식된 대면 속에서 이뤄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한때 대한민국 운동장을 점령했던 3대 조직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건 맞는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유튜브와 줌, 로블록스 등 가상공간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는 것. 그런데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청소년단체 가입 청소년 수는 2016년 98만8296명에서 2018년 85만5318명(학교생활기록부 등재 22개 단체 기준)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참고로 왱에서 최근 통계를 구하고자 했는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에서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밝히길 꺼려했다.

무엇보다 서울시교육청이 ‘청소년단체 관련 업무를 2019년부터 단위학교 업무분장에서 제외하도록 한다’는 이행계획 안내문을 2019년 각 학교에 발송한 게 활동을 어렵게 하는 치명타가 됐다. 교육청에선 청소년 단체 활동지도에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청소년단체에서는 교사들이 인솔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며 지금도 반발하는 중. 그나저나 난 캠핑하는 거 정말 재밌었는데…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마음껏 야영다녔으면 좋겠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홍어썰기학교를 졸업하면 연봉이 8000만원이라는데 사실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