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과 동시에 넘어야 할 수많은 관문 중 하나. ‘배변 훈련’이다. 모든 아이는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런데 낯선 착용감에 입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 덩달아 배변 훈련도 늦어진다.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도 이런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언니와 함께 5년간 아이 속옷을 개발했다. 하루 종일, 잘 때도 입고있어야 하는 옷이기에 민감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불편하면 조금도 참지않는다. 그런데 이 속옷을 입고 자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가서도 이 속옷만 찾는다. 재구매율이 무려 82%에 달한다.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청담동 팬티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마이민 김예나지(37) 대표 이야기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리미엄 유아속옷 브랜드 ‘마이민’ 디렉터이자 대표 김예나지입니다. 2015년 브랜드를 처음 론칭해 6년째 운영 중입니다. 아이들 팬티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자매가 함께 만든 브랜드 ‘마이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요?
“기저귀를 떼고 살에 처음 닿는 것, 하루 종일 입고 있어야 하는 옷, 그래서 가장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아이 팬티라고 생각해요. 아이 속옷도 품질 좋고 세련되게 만들자는 각오로 만들었어요. 속옷하면 캘빈클라인이라는 브랜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듯, 저희는 아이 속옷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시작했죠.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친언니와 경영학을 전공한 제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브랜드예요. 아이들의 돌림자 ‘민’을 따와 마이민(MYMIN)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창업하기까지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해외에서 관련 인턴 생활을 한 후 국내로 돌아와 프랜차이즈 커피숍 운영을 맡아 인테리어부터 위치 선정 등의 업무를 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학부를 졸업하고 쭉 일을 해왔기 때문에 결혼·출산과 동시에 찾아온 경력 단절이 낯설었어요.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일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죠. 그런데 그 시기가 3년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어요. 재취업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육아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사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육아와 사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아이들이 2~3세 일 때 사업 계획을 시작해 시장조사부터 샘플링, 계획서, 브랜드 소개서 등을 준비하는 동안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어요. 또 아이가 자는 밤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수면 시간도 늘 부족했고요. 거래 공장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닐 때는 부모님 도움을 받기도 했죠. 사업 초기 제품 개발과 업체 선정 등 세팅 과정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고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창업 아이템이 ‘아이 속옷’이에요. 어떻게 떠올린 아이디어인가요?
“아이가 자라면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어야 하는 때가 찾아와요. 그 시점에 정말 많은 아이 속옷을 찾아보게 되죠. 엄마들은 기저귀 하나를 고를 때도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는데, 국내에서 ‘유아속옷’ 카테고리로 전문화된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해외 브랜드는 동양인 체형에 맞지 않아 아이들이 불편해하고요. 선택지가 많지 않으니 아이가 불편해하더라도 무작정 입힐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죠. 그러다보니 첫 배변훈련을 하는 아이에게 속옷이 안좋은 이미지로 남는 경우가 많더군요. 입기를 거부해서 배변 훈련이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아이가 입고 싶어하는 착용감 좋은 속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아동산업은 점점 커질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시장 조사를 해보니 아이 속옷도 캐릭터가 있는 디자인보다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무지 팬티를 시작으로 세련된 디자인의 키즈 속옷을 선보이고 있어요.”

-마이민 키즈 속옷은 일반 아동용 속옷과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원단이에요. 팬티는 신축성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에 순면보다 혼합섬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속옷은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옷인 만큼 편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이 중요하죠. 저희는 100% 순면으로 오가닉 국내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요.
밴드와 봉제에서도 차별점이 있어요. 아이들은 배가 나와있기 때문에 너무 조이거나 자국이 나면 불편함을 느끼기 쉬워요. 잦은 세탁에도 밴드의 탄력이나 사이즈에 변동이 생기지 않도록 민감하게 작업했어요. 또 허벅지 안쪽 부분에 면이 닿는 면적이 불편하지 않도록 단순 셔링 잡은 고무줄 마무리가 아닌 원단과 원단 사이에 고무줄을 넣은 랍바봉제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어요.
라벨 얘기도 빠질 수 없어요. 어른도 옷 입을 때 라벨이 살에 닿으면 따갑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마이민은 인체에 무해한 천연염료를 이용해 라벨을 안쪽에 프린팅하는 기법을 사용했어요.”
-아동체형에 맞는 ‘인체 공학적 패턴’ 개발은 어떤 의미인가요?
“몇년째 자체개발하며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패턴이에요. 아이와 어른의 신체구조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어른 패턴을 작게 만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배를 어디까지 덮어주면 좋을지, 클러치 넓이 1~2cm 차이 등을 계속 고민하면서 여러가지 샘플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개발 기간도 무려 5년이나 걸렸다고요.
“5년 걸렸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지금도 업그레이드를 위해 계속 보완하고 개발하고 있거든요. 패턴뿐 아니라 허리와 허벅지에 각각 어떤 밴드가 들어가면 좋을지 테스트하고, mm단위로 사이즈를 조절해가며 샘플을 만들고 있어요. 제품 개발에 가장 도움을 많이 준 건 저희 아이에요. 주변 친구들의 아이들도 마이민 샘플팬티를 입어보면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성인 속옷과 달리 아이 속옷을 만들 때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들은 정말 솔직해요. 입는 순간 불편하면 벗어버리거든요. 특히 첫 속옷은 더욱 낯설고 불편하기 마련이에요. 입기 싫다는 편견을 없애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또 아이들은 개월수로만 사이즈를 측정하기엔 체형이 너무나도 다양해요. 원단과 패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에게 처음 속옷을 입히기 위해선 배변 훈련이 필요한데, 교육 팁이 있나요?
“우선 배변 훈련을 하기 좋은 시기는 아이가 ‘응가’, ‘쉬’ 등 배변 욕구를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할 때에요. 배변 리듬이 규칙적이거나, 변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때, 가족들의 배변활동에 관심을 갖고 따라할 때, 낮잠을 자도 기저귀가 젖어있지 않을 때, 대소변을 보고 갈아달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때도 훈련을 시작하기 적절한 때입니다.
먼저 변기에 앉는 연습을 해야하죠.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심리적 안정감이에요. 아이가 좋아하는 색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변기를 이용해 친근감을 주면 도움이 돼요. 앉아있는 시간은 너무 길지 않게 하루 3번, 5분 간격으로 조정합니다. 마려울 때마다 변기에 반복적으로 앉히는 연습도 필요해요. 그래야 ‘대소변=변기’라는 인식이 생기니까요.
이런 연습 과정 중에 잘하다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변기에서 잘 가리다가 갑자기 팬티나 바지에 대소변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나무라지 않는게 중요해요. 아이들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나 생활변화가 있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부담 가지 않도록 천천히 훈련해주면 좋습니다. 기저귀 떼기가 너무 늦다고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마이민 론칭때 부터 아이 속옷을 꾸준히 구매하는 고객분들이 있어요. 초기부터 구매했던 고객들의 경우 아이가 자라면서 5살, 6살이 되고 어느덧 초등학생이 된거죠. 다른 브랜드의 팬티를 입히려고 해도 어릴 때 입던 팬티만 찾는다는 연락이 많이 와요. 저희 회사랑 아이가 같이 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해요. 그정도로 재구매가 많이 이뤄진거니까요. 점점 주니어 속옷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어요.”
-반대로 가장 힘든 때가 있다면요?
“패션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요. 봄·여름 시즌 촬영을 끝내고 본격적인 홍보·판매를 마치기도 전에 가을·겨울 시즌이 돌아와요. 하지만 저희는 트렌드를 쫓지 않아요. 언제나 ‘기본’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고, 기본적인 것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나요?
“‘아이가 마이민 속옷만 입는다’, ‘세탁 대기해서라도 그것만 입는다’는 후기가 많아요. 아이들은 솔직하니까 불편하면 입지 못하죠.”
-현재 키즈 속옷 매출은 얼마나 되나요?
“얼마전 유아팬티로는 처음 펀딩을 했는데 2021년 3월 일주일 동안 매출 2000만원을 기록했어요. 자사몰에서는 팬티 재구매율이 84%에요. 온라인몰 동일 제품군에서 재구매율이 이렇게 높은 곳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속옷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까지 마이민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현재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 수출도 준비 중이에요. 키즈속옷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주니어 속옷도 개발하고 있어요. 단순히 속옷을 판매한다기보다 마이민이 만들어진 히스토리와 마이민 팬티가 필요한 이유를 알리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