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구교환, 끌리는 악의 얼굴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2021. 8. 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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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모가디슈'는 남한과 북한 대사관의 탈출기를 그린다.
태준기는 북한 측 참모관이자, '모가디슈' 공식 트러블메이커다.
그리고 이는 인물에 서사로운 설득력을 더한 구교환의 다채로운 얼굴 덕에 잘 형상화될 수 있었다.
조인성을 보러 갔다가 구교환에 치이고 나온다는 말이 나올 만큼 '모가디슈' 속 그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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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최근 이 배우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갑툭튀'란 신조어가 떠오른다.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단숨에 스크린을 집어삼켰다. 낯설고도 신선한 얼굴, 배우 구교환의 이야기다.
구교환이 대중에 각인된 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반도'에서 서대위를 연기하면서부터다. 좀비에 빗대 계급과 자본의 폭력성을 은유했던 해당 작품에서 구교환은 인간성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꽂혔다. 폐허 속 세계의 권력자로 호의호식을 누리던 리더이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악의 본능을 폭발시켰던 인물. '부산행'에 김의성이 있다면, '반도'엔 구교환이 있었다. 관객이 상상하기 어려웠던 얼굴이 구교환을 통해 비죽 튀어나왔다.
그리고 올해 '모가디슈' 태준기와 '킹덤:아신전'의 아이다간으로 다시 한번 복잡한 인물의 어려운 얼굴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태준기와 아이다간은 사는 시대도 인종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끌리는 악의 얼굴을 하고있다는 점이다. 악역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한 가지 명확한 이유만이 존재한다. 연기를 잘 할 때다.

1991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내전을 배경으로 하는 '모가디슈'는 남한과 북한 대사관의 탈출기를 그린다. 태준기는 북한 측 참모관이자, '모가디슈' 공식 트러블메이커다. 남측 참모관인 강대진(조인성)에게 시비를 일삼으며, 늘 뒷수작을 부린다. 덕분에 등장 내내 얼굴엔 상처로 가득한데, 그게 또 눈길을 잡아끈다. 분명 밉상인데, 늘 얻어터지는 쪽도 태준기이기 때문. 남한의 UN 가입을 막기 위해 뒷수작도 서슴지 않고, 빌붙어 지내는 남한 대사관에서도 누구에게도 품을 내주지 않는다. 늘 눈빛은 경계심으로 가득 차있고, 곧 잡아먹을 기세로 날이 곤두서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도 결국 무리와 어울리지 않고 홀로 동떨어져있다.
그럼에도 태준기는 좀처럼 미워할 수 없고 오히려 마음이 간다. 신념으로 가득한 자의 우직함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에 대한 충성을 드러내며 상사에게 일갈했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는 인물에 서사로운 설득력을 더한 구교환의 다채로운 얼굴 덕에 잘 형상화될 수 있었다. 생존과 이념 사이에서의 갈등, 불안과 긴장감을 끌어올린 강렬한 액션, 그리고 긴박감과 탄식을 자아내는 마지막 등장신까지. 조인성을 보러 갔다가 구교환에 치이고 나온다는 말이 나올 만큼 '모가디슈' 속 그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좀비 탄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생사초의 기원을 그린 프리퀄 '킹덤: 아신전'에선 잔혹한 성정으로 북방과 조선에 위세를 떨친 파저위의 수장 아이다간으로 등장한다. 조선의 이간질에 아신(전지현)의 부족을 몰살 시킨 무리의 수장이 그다. 러닝타임 자체가 짧아 등장분이 많진 않지만, 작품을 끝난 후 아이다간이 계속 생각날 만큼 존재감은 짙다. 김은희 작가가 "구교환은 눈빛만으로도 서늘함을 표현해준 고마운 배우"라고 말했을 정도다. 단숨에 일족을 몰살하는 잔혹한 성정인 만큼 남다른 아우라가 필요했던 캐릭터인데, 구교환은 이마저도 잘 포용했다. '눈빛이 다했다'는 말은 마치 그를 위한 말 같았다.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전지현과의 벌판신에선 그저 갸우뚱한 얼굴만으로 궁금증을 일게 하던 그였다.
구교환은 두 캐릭터 속에서 비정함과 호감 어린 악의를 동시에 품어야 했다. 두 작품 모두 피튀기는 광분의 상황에 놓여있지만 인물 간의 교감은 정적인 탓에 과하지 않게 표현의 경계도 잘 지켜야 했다. 전사나 분량도 많지 않기에 한정된 폼 안에서 관객에게 어필해야 했다. 하여 연기는 물론 외양까지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했고, 관객이 그의 존재를 직시하면서 이를 성실하고도 잘 수행했음이 입증됐다.
'D.P.' '괴이' 등 앞으로 출연 예정인 작품들에선 타이틀롤로 척척 이름을 올렸다. 독립 영화 주연부터 상업 영화 조연으로 차근히 다진 계단식 행보는 주연으로써의 그의 활약에 더욱 기대감을 실어넣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걷는 길의 당연한 수순처럼 꽃길이다. 구교환의 앞길은 꽃길이다. '독립 영화계의 아이돌'로 불리던 지난 과거를 지나 '충무로의 아이콘'이 될 도약의 미래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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