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전신 경성감옥 사형장 위치 확인..일제하 최소 493명이 처형돼
[경향신문]
서대문형무소 전신인 경성감옥의 사형장 위치가 확인됐다. 1908~1945년 서대문형무소 사형 집행 인원은 493명(추정)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승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연구사는 ‘서울과 역사’ 108호에 실은 ‘1908~1945년 서대문형무소 사형 집행의 실제와 성격’에서 “(1908년의 경성감옥 신축 전경 평면도와 1923년 서대문감옥 배치도를 비교하면) 경성감옥 당시 사형장 5.93%자리는 현 10옥사와 11옥사 중간 위치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2개의 교수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성감옥이 처음 설치된 1908년부터 감옥 안에 사형장이 배치됐다. 사형 집행 원칙은 ‘감옥 안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형장은 감옥 내에서도 가장 깊은 안쪽에 배치됐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사형집행은 ‘감옥법 제71조’에 따라 감옥 안에서 이뤄졌다. 사형장은 경성·대구·평양 공소원 관할인 경성·대구·평양 감옥에만 설치됐다.
경성감옥 사형장은 감옥 서북쪽에 자리 잡았다. 판벽이 사형장을 둘렀다. 동쪽 입구는 형무소 직원과 사형수가 이동할 때 사용했다. 북쪽 출구는 감옥 담장 밖 길로 연결된다. 이 연구사는 “사형 집행이 끝난 후 시신을 옮기는 문 즉, 시구문(屍軀門)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성감옥 당시 사형장엔 지금 작은 연못이 들어섰다. 이 연구사는 “사형장 설치 당시 시신수습실을 만들기 위해 파놓은 지하공간을 그대로 연못으로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형장은 감옥 확장이 이뤄지던 1922년 전후(추정) 지금 서대문형무소 남서쪽으로 옮겨 1987년까지 사용됐다.
이 연구사는 <조선총독부관보> 등을 분석해 1908~1945년 8월까지 서대문형무소 사형 집행 인원은 493명 이상이라고 했다. 서대문·대구·평양 형무소(감옥)의 집행 인원(총 1372명)의 35.95%다. 493명 중 독립유공자 인정 인물은 총 92명(18.66%), 정치·사상범은 136명(27.59%)이다. 이 연구사는 “독립운동을 했다고 추정되는 경우까지 합치면 27%가 넘는다”고 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전병무 강릉원주대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의 논문 ‘일제강점기 사형제도의 운영과 실태 : 사형 통계 자료와 사형집행을 중심으로’에선 1910~1945년 총 사형 집행 인원 1071명, 서대문형무소(경성감옥)는 376명(35%)이다. 1908~1909년 관보엔 사형집행장소가 기록되지 않았다. 이 연구사는 이 시기 판결문 등을 분석해 1908~1909년 사형 집행 장소를 추가로 집계(추정)했다.

1906~1910년 진행된 의병에 대한 재판 중 사형 선고 비율은 12.78%다. 1909년 사형 집행 인원이 77명인데 의병이 가장 많다. 이 연구사는 “이 시기 의병활동이 왕성했으며, 사법권을 확보한 일본이 ‘엄격하게’ 처벌했기 때문이다. 의병들은 주로 내란죄, 강도죄, 살인죄 등의 적용을 받았다”고 했다. 그중 강도죄 비중이 높았다. 일제는 의병들의 군수품·군자금 모집 행위에 강도죄를 적용했다.
이 연구사는 “일제는 정치범에 대한 사형이 (독립운동이라는 궁극의 목적은 지우고) 살인·강도 등의 행위로 ‘치안을 위협’한 자들에게 대한 정당한 처분으로 보이게 했다”고 했다. 지금 국가보안법의 본이 된 치안유지법(1925년 제정)은 ‘살인’과 무관하게, 결사를 지원하거나 결사의 조직을 준비한 자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치안유지법 적용 범위를 독립운동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이 연구사는 특히 일제는 사형 집행 후 시신의 인수·장례 등까지 법률로 규정해 사형 집행이 반일정서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했다고 했다.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해 사형이 집행(1921년 7월8일 대구감옥)된 최수봉의 경우 밀양경찰서는 조위금 모집자·참여자를 조사하고, 모집자 10여 명을 ‘범죄인 사체 취체 규칙 위반’으로 검거했다.
이 연구사의 논문은 서울역사편찬원(history.seoul.go.kr)에서 볼 수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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