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필수! 가을 나들이 하기 딱 좋은 전시 2 #인싸 전시_35

라효진 2021. 9. 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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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제닉한 두 전시와 함께 가을 맞이.
「 조각의 시퀀스 」
〈조각의 시퀀스〉

공간 설계 및 디자인, 인테리어를 하는 ㈜메이디자인에서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공간 타이프 신당. 여러 층에 걸쳐 전시장, 카페, 오브제 숍, 스튜디오가 자리한 무지개 떡 같은 타이프 신당에서 층마다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 조각가 권오상의 전시 〈조각의 시퀀스〉가 열리고 있다. ‘사진 조각’이라는 유니크한 개념으로 등장해 20여 년 간 스타 작가로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 온 권오상 작가와 메이디자인 그리고 빈티지 가구 숍 원오디너리맨션이 협력한 전시다. ‘사진 조각’의 다양한 층위를 조각의 언어로 풀어낸 이 전시는 각 층마다 전환되는 빼어난 설치 전경으로 반드시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전시 1순위다.

〈조각의 시퀀스〉
〈조각의 시퀀스〉
〈조각의 시퀀스〉

지하 1층에는 고전적인 연극처럼 중앙에 거대한 좌대가 놓여있고 주위를 3단으로 이루어진 계단석이 두른다. 중앙의 빛나는 무대에는 지지 하디드의 사진으로 조형화한 거대한 3인의 와상이 관람객을 바라본다. 현대 조각의 고전이 된 헨리 무어의 ‘기대 누운 형상’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된 〈Reclining Figure〉 시리즈다. 작가는 무어가 만든 추상적인 인체 형상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방공호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사람이나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등을 그린 드로잉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헨리 무어를 적극적으로 참조한 새로운 사진 조각은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 속에 들어간 지지 하디드를 보는 것 같은 초현실적인 기분을 전달한다. 2층은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패션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곡선으로 이어진 낮은 좌대 위에 사물이 가진 고유의 기능에서 탈피해 새로운 구조적 덩어리로 만든 〈Mass-patterns〉 시리즈와 미드센트리 디자이너의 빈티지 가구가 합을 이룬다. 권오상 작가의 작업실로 상정하고 원오디너리맨션의 출중한 빈티지 가구가 총출동한 4층까지 어느 하나 놓칠 곳 없는 신(scene)들의 연속이다.

공간 타이프 신당에서 9월 25일까지.

「 덕수궁 프로젝트 」
권혜원,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고종이 1887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나와 1919년까지 거처로 썼던 덕수궁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주요 무대였다. 조선이 세워진 지 500여 년이 흐른 뒤 도시화가 진전된 도심에 세워진 덕수궁의 혼종성은 석조전 앞 일제가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정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덕수궁을 드넓은 전시장으로 보고 현대미술가, 조경가, 식물학자 등 다양한 작가 9팀이 ‘정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이 개막했다.

권혜원,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
신혜우, 〈면면상처〉
황수로, 〈홍도화〉

덕수궁 정문인 대안 문에 들어서서 훗날 복각한 금천교를 지나면 미디어 아티스트 이예승이 설치한 QR 코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스마트폰에 인식하면 AR로 구현한 상상의 정원이 펼쳐진다. 18~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이 화선지에 붓으로 상상의 정원을 그려냈다면 21세기의 미술가는 최첨단 기술로 가상의 정원을 만들어낸다. 식물학자이자 식물 세밀화가인 신혜우는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가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을 토대로 함녕전 행각에 전시를 꾸렸다. 한국 식물학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시작됐다. 작가는 덕수궁에서 발견되는 모든 식물을 채집하여 기록한 표본, 그림, 글 등으로 ‘대한제국의 황궁’을 스치고 간 사건들을 풀어낸다.

김명범, 〈원〉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지천에 꽃이 피었어도 생화를 꺾어 실내를 장식하는 것을 금했다. 대신 명주, 모시, 밀납, 송화가루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벌과 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날아들었다는 ‘채화’를 만들어 궁중 의례와 향연에 사용했다. 무형문화재 황수로는 고종 황제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임진년 진연을 기록한 의궤를 바탕으로 도화 꽃을 피워냈다.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청으로 장식되지 않은 석어당에 뿌리 채 뽑혀 붉은 꽃이 돋아난 나무 한 그루가 가르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역사에서 사라진 중화전 행각의 열주를 상기시키는 황금빛 구리 큐브(지니서의 〈일보일경〉), 세 점의 괴석과 함께 선계를 연출하는 사슴 조각(김명범의 〈원〉),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꿨을 정원사들, 사람은 물론이고 새처럼 비인간적 존재를 상상하는 영상 작업(권혜원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까지 가을볕이 드리운 설치작들을 돌아보는 산책을 놓치지 말 것.

덕수궁에서 1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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