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 보다가 양조위에게 치인 당신이 당장 볼 수 있는 양조위의 영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양조위입니다. 자상한 아버지인 동시에 가족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드러내는 빌런인 만다린은 양조위를 통해서 더욱 압도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주인공 샹치를 연기한 시무 리우보다 양조위에게 더 매혹되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지금 당장 양조위의 다른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중경삼림(1994)
양조위의 팬이라면 인정하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양조위의 최고작 대부분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죠. ⟨동사서독⟩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 ⟨2046⟩까지 양조위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세계와 가장 밀접한 관계의 배우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경삼림⟩은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양조위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가 연기한 경찰 663은 집안의 모든 물건들과 대화를 할 정도로 외로움을 껴안고 사는 남자죠. 영화 역사상 가장 고독한 경찰 캐릭터가 아닐까 싶네요. ⟨중경삼림⟩을 시작으로 다른 왕가위의 영화까지 감상한다면, 양조위라는 배우의 인생을 함께 조망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
양조위의 류망의생(1995)
양조위가 의사를 연기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의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대학병원 의사가 아니죠. 주인공 유문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의료제도의 불합리함에 반기를 들고 병원을 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홍등가로 향해 진료소를 운영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죠. 겉은 차갑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남자 유문을 통해 양조위의 '츤데레'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무간도(2002)
이 영화에서 양조위가 연기한 진영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애처롭습니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인 그는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있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그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고 있습니다. ⟨무간도⟩를 본 관객들은 그런 그가 빗속에서 정보를 타전하는 장면에서 마음을 뺏겼습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남자. 그래서 위태롭고 더 매혹적이라고 할까요?
적벽대전(2008)
양조위는 오나라의 명장 주유를 연기합니다. '삼국지'가 소재인 영화이니 주인공은 '유비' 아닌가? 그럼 양조위 분량은 얼마 안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우삼 감독은 이 이야기를 주유와 제갈량, 조조를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으니까요. 영화 속 주유는 모든 남자들이 선망할 만큼 강직한 캐릭터이지만, 양조위 덕분에 낭만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탄생했습니다. 뛰어난 무술 실력과 지혜, 거기에 감성까지 더해진 인물이니 안 반할 수가 없죠.
색,계 (2007)
왕치아즈(탕웨이)의 시점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양조위가 연기한 미스터 이의 진심에 감동받고 끝나는 영화죠. 양조위는 자신을 죄어오는 살해위협에 예민한 모습부터 사랑을 담은 표정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섹슈얼한 스릴러 장르로만 보기에는 양조위의 눈빛이 계속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남자는 진짜 사랑을 했던 게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면 안타까움 와 슬픔이 밀려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