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서울 아파트값 안 올랐다더니..표본 늘리니 7월 2억 껑충
아파트 통계 표본 2배로 확대
한달만에 평균값 9억서 11억
한국부동산원이 아파트값 통계 표본을 대폭 확대하자 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순식간에 약 20% 급등했다. 그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원 통계와 민간이 발표하는 수치에 큰 차이가 나자 부동산원 통계의 정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기관보다 더 정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발표로 국내의 유일한 집값 관련 공인 국가통계인 부동산원 통계가 표본 설계 방식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9억2812만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19.5%나 급등했다. 직전 1년간(2020년 7월~2021년 6월) 가격 상승폭이 4.5%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서울 외에 수도권 다른 지역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 6월 6억770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7억2126만원으로 1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경기(20.8%) 인천(8.2%) 상승폭도 만만치 않다.
7월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통계 표본을 큰 폭으로 늘린 후 처음 발표한 수치다. 부동산원은 과거 1만7190개였던 아파트값 표본을 지난달 3만5000개로 2배 가까이 확대했다.
7월 서울 아파트값 2억 '껑충'
민간 통계와 괴리 논란에도
정부, 부동산원 수치만 고집
통계청 "표본확대" 권고 이후
KB시세 등 민간과 비슷해져
"부동산 정책 근간 되는만큼
좀더 세밀화할 필요성 있어"
"KB부동산 통계가 호가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013년부터 부동산원 통계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때 질의응답 장면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동안 부동산원 통계는 '뜨거운 감자'였다. KB부동산·부동산114 등 민간이 발표하는 수치와 격차가 지나치게 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에서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1~6월) 12·16대책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식었을 때 부동산원 통계는 4월(-0.1%), 5월(-0.2%) 연속해서 하락했지만 KB부동산은 4월 0.15% 상승, 5월 0%로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복수 기관의 통계 결과가 똑같이 나올 수는 없지만, 민간이 발표하는 수치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면 국가 공인 통계의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국가가 승인한 부동산원 통계가 주택 정책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부동산원 아파트값 통계 표본이 확대된 후 처음 발표된 수치는 민간·학계가 그동안 지적했던 부분이 맞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달 만에 20%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교통 호재에 30·40대가 서울 외곽과 경기·인천 지역 중저가 아파트를 사들인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원이 7월부터 새 표본을 도입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 결과 차이가 심하던 부동산원 통계와 KB부동산 통계는 비슷해졌다. 올 1월만 해도 KB부동산의 수도권 평균 매매가격은 6억4216만원으로 부동산원 통계(5억6999만원)와 7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지만, 7월에는 부동산원이 7억2126만원, KB부동산이 7억2406만원으로 격차가 280만원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매달 KB부동산 통계가 부동산원 통계보다 1억~2억원가량 높았는데 7월엔 KB부동산이 11억5751만원, 부동산원이 11억930만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원 표본을 늘리니 민간기관 통계와 결과가 비슷해진 점을 두고 '정부 표본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표본이 많을수록 통계 유의성이 높아지는데, 정부는 그동안 적은 표본 수를 가지고 통계가 '옳다'고만 주장했다"며 "정부는 민간기관보다 더 신뢰성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고, 지역이나 단지마다 가격이 골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표본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원 측은 "표본을 늘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가·새 아파트 등 표본이 더 포함되면서 평균·중위 매매가격이 오른 것"이라며 "매매지수 등은 통계의 연속성이 있지만, 평균·중위 가격은 표본의 구성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어 일정 시점에 참고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원의 이 같은 입장은 국가 공인 통계를 생산하는 기관에 어울리지 않는 반응이라는 얘기가 많다. 소비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은 부동산원 집값 통계를 보고 시장 방향을 가늠하고 내 집 마련이나 아파트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가격 상승장의 경우 시장에선 이미 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는데 상승장 반영 속도가 느린 국가 통계만 믿고 주택 구매 시기를 늦췄다가 몇 주 만에 수천만 원씩 주택 구입 비용이 늘어날 수도,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부동산원 통계는 정부 대책의 근거가 되는 만큼 더 세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은 모두 부동산원 통계를 참고해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상에 완벽한 통계는 없는 만큼 정부가 집값 통계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민간 통계와 연계해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반영한다면 불필요한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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