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말보로' 판매중단 선언.. 연초담배, 역사 속으로?

박용하 기자 2021. 7. 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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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광고 | 인터넷 캡처


유명 담배 제조사 필립모리스 인터네셔널(PMI)이 영국에서 ‘말보로’의 판매를 10년 내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정부의 연초형 담배 퇴출 기조에 맞춰 전자담배 등의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담배 없는 국가’가 되겠다는 영국의 시도가 다른 국가들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현지매체들은 25일(현지시간) PMI가 영국 내 연초형 담배 흡연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10년 내 말보로 등 기존 담배의 판매를 중단하고 대체재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첵 올자크 PMI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담배는 2030년부터 판매가 금지되는 가솔린 자동차처럼 취급되어야 한다”며 “(10년 후에는) 담배 없는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MI가 영국에서 벌어들이는 연수입은 약 8억파운드(약 1조2700억원)로 알려져 있다.

PMI의 결정에는 영국 정부의 연초형 담배 퇴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은 2017년 ‘담배 없는 세대를 위한 담배규제 계획’을 발표하고 금연을 촉진하기 위해 전자담배 등 ‘대체제’를 활용토록 했다. 연초형 담배 사용자가 전자담배로 전환하면 흡연자가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이에 흡연율이 2012년 19.3%에서 2019년 13.9%로 떨어졌다. 2030년까지 흡연율이 5% 미만인 ‘담배연기 없는(smoke-free) 국가’가 되는 것이 영국 정부의 목표다.

PMI도 향후 전자담배를 주력 산업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PMI는 2017년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출시한 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왔다. 현재 매출의 약 4분의 1을 대체재에서 얻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비율이다. 회사 측은 이달 초 천식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영국 의약업체 ‘벡투라’를 인수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에 대해 올자크는 “헬스케어 및 웰빙 회사가 되려는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발표로 담배업계에선 연초형 담배 퇴출이 다른 국가들로 확대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시장 내 주요 업체들이 연초형 담배 판매를 중단해도, 그 공백을 노리는 다른 업체가 등장할 수 있어 완전한 퇴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캐나다 최대 담배업체인 ‘임페리얼 토바코’의 스테판 봄하드 CEO는 지난 1월 “회사가 전자담배 등 대체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통적인 연초형 담배에 다시 초점을 맞추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PMI의 진정성에 의문도 제기했다. 수십년간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된 업체가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다고 하니 쉽사리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자선단체인 ‘담배없는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the Campaign for Tobacco-Free Kids) 측은 FT와의 인터뷰에서 “PMI는 지금도 전 세계 흡연자의 약 80%가 사는 중·저소득 국가들에서 (연초형) 담배를 집중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며 “언행일치가 안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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