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달구는 '설거지론'이 뭐길래..'남성 자조' 놀이가 된 여성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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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설거지'라는 새로운 속어가 등장했습니다.
연애 경험이 적은 순진한 남성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과 결혼해 같이 사는 것은 음식은 남이 먹고 자신은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연애 경험이 없다는 서울 시내 대학의 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해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못할 것 같다는 복잡한 마음이 설거지론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며 "내 이야기인 것 같아 분노를 느낀다"고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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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린다'는
이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 담겨

'설거지론 얘기 꺼냈다가 저녁 굶게 생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하는 설거지론 순기능', '결혼 3년차의 입장에서 본 그놈의 지겨운 설거지'…
최근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설거지'라는 새로운 속어가 등장했습니다. 연애 경험이 적은 순진한 남성이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과 결혼해 같이 사는 것은 음식은 남이 먹고 자신은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다 남성이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지면서도 여성에게 경제권 및 기타 결정권을 빼앗기는 것,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는 의미로도 확장됐습니다. '설거지를 당했다'거나, 주방 세제의 이름을 따 남성 스스로 '퐁퐁단'이라고 자조하는 것, 여성 배우자를 '내무부장관'이라고 부르는 것 모두 여기서 파생된 말들입니다.


결국 설거지는 온라인에 팽배한 여성혐오를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성을 음식에 비유하며 성적 존재로만 대상화하거나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지지 않으려는 존재로 묘사하는 게 그렇습니다. 여성에 대한 공격적 언사에서 남성의 자기비하로 표현 방법을 달리했을 뿐입니다.
설거지로 모든 남녀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일명 '설거지론'도 등장했습니다. '꾸밈노동', '돌봄감옥', '명절증후군' 등 여성의 부조리한 경험을 일컫는 단어들을 재해석하며 의미를 깎아내리는 겁니다.
상대 남성이 좋아서 꾸미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꾸밈'노동'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아이를 낳았으니 돌봄 '감옥'인 것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부모·친척을 위해 일하니 명절 '증후군'이라고 불렀던 것이라는 식입니다.

설거지론이 맞다는 사람들은 현실을 잘 반영했기 때문에 회자되는 것이라고 두둔합니다. 축구·스포츠 커뮤니티 이용자는 "웬만한 건 주위에서 보고 들은 내용과 비슷하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옆****)고 말했습니다.
연애 경험이 없다는 서울 시내 대학의 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해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못할 것 같다는 복잡한 마음이 설거지론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며 "내 이야기인 것 같아 분노를 느낀다"고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앞선 축구·스포츠 커뮤니티의 다른 이용자는 "정말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으면 결혼 생활을 경험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디**)며 이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투영했다고 비판합니다. 설거지론이 떠오르는 건 "한국사람들이 연애에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뿡***)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설거지론이 여성혐오와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에 확산하지 않도록 무시하는 반응들도 나옵니다. '설거지론을 정리하겠다'면서 원뜻 그대로의 설거지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식입니다. 생활·미용 커뮤니티 이용자도 이에 동의하며 "무엇하러 이런 단어에 힘을 실어 주냐"(차**)고 주장했습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박상준 이슈365팀장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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