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와 '페달로'가 민간업체로 넘어가면 벌어질 일

안산·김다은 기자 2021. 11. 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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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자전거 사업의 민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민간업체가 공공성을 저해하는 독점권을 행사해도 공공이 손쓸 수 없다. "플랫폼을 철수해버리면 모든 서비스가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10월23일 경기도 안산시 ‘페달로를 사랑하는 주민모임’ 회원들(왼쪽)과 민간 공유자전거 카카오T바이크를 타고 있는 시민(오른쪽). ⓒ시사IN 신선영

경기 안산시 주민 박범수씨(37)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자랑하곤 했다. “우리 동네는 페세권이야.” ‘페세권’은 박씨가 만든 말이다. 역세권처럼 안산시 공공 공유자전거(공공자전거) ‘페달로’ 거치대가 있는 지역을 일컫는 단어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심이자 자부심이었다. “하루에 1000원이면 종일 탈 수 있었거든요. 친구들이 놀러오면 한 대씩 빌려서 대부도까지 놀러가곤 했어요.”

모든 말이 과거형인 데는 이유가 있다. ‘멀쩡한’ 자전거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박씨는 페달로를 점점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그는 얼마 전, 안산시에서 페달로 사업을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완전히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0월23일, ‘자전거 타기 딱 좋은’ 가을 날씨 덕에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는 산책 나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박씨도 오랜만에 페달로를 타고 화랑유원지를 찾았다. 주민 예닐곱 명과 함께 “페달로를 지켜주세요”라고 쓰인 종이를 옷에 붙인 채였다. ‘페달로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은 박씨 같은 주민 20여 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화랑유원지에 모여 안산시청까지 자전거 행진을 하기로 했다.

이날 페달로를 타고 모인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페달로를 타고 모이기로 했는데 작동이 멈춘 키오스크가 많아서 자전거를 빌릴 수가 없었다.” 정세경씨(52)는 멀쩡한 키오스크와 페달로 자전거를 찾느라 한 시간 남짓 길에서 헤맸다. 아직 사업이 끝난 것도 아닌데 이미 ‘폐장’ 수준이었다. 주민 김동수씨(53)는 “이렇게 자전거가 고장 나도 고치지 않고 그냥 방치해두는 식이니 시에서는 차라리 민간한테 떠넘겨버리면 책임도 안 지고 편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페달로 폐지 과정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다. “주민 공청회도 한번 안 하고 폐지가 결정됐다. 반대하는 뜻을 전달할 방법도 없었다.”

행진을 준비하는 동안 지나가던 청소년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페달로 없어져요? 나도 그거 자주 탔는데. 왜 없앤대요?” 시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공공 자전거가 없어지고 있었다.

페달로를 대여하는 키오스크에는 사업 종료 공지와 함께 “기존 페달로가 시민의 발이 되었던 만큼 민간 공유자전거(카카오T바이크)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안산시내 거리 곳곳에는 페달로를 대신해 도입된 노란 카카오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공공자전거가 사라지고 있다. 안산시만이 아니다. 경기 고양시도 지난 5월 공공자전거 ‘피프틴’ 사업을 종료했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전국 71개 기초지자체 중 고양시는 세 번째(연 140만 건), 안산시는 네 번째(130만 건)로 이용 건수가 많은 곳이다.

공공자전거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곳에서도 왜 시는 사업 철수를 결정했을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오동원 안산시 교통정책과 자전거교통팀장은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거다. 페달로를 계속 운영한다고 하면, 노후화된 시스템을 바꾸는 데만 5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라고 말했다.

공공자전거 사업이 적자인 이유는 단순하다. 수입원은 시민들이 내는 이용료뿐인데 지출처는 여기저기 다양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되는 자전거와 전용 스테이션(대여와 반납이 이루어지는 무인거치대 혹은 단말기)을 유지·보수하고 새 자전거도 꾸준히 구입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수록 더 많은 자전거가 도입돼야 하고, 이용이 편리해질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2000여 대로 시작해 현재 약 3만7000대가 보급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경우도 비슷하다. 하루에 6만5000명이 따릉이를 탄다. 서울시민 네 명 중 한 명이 따릉이 회원이다. 인기에 비례해 적자폭도 매해 늘었다. 따릉이 사업의 적자는 지난해 약 99억원에 이르렀다.

적자를 이유로 서울시가 내년 신규 자전거 구입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한때 전해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실이 이 사실을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내용이 공개된 당일(10월19일) 서울시는 올해 3000대, 내년에 3000대 따릉이를 신규 구입할 예정이라는 해명 자료를 냈다. 배덕환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장은 “신규 도입을 안 한다는 게 아니었다. 실무적인 논의 과정 중이었고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릉이는 주말보다 평일, 특히 출퇴근 시간에 이용률이 높다. 올해 1~9월 출근 시간대(오전 8~10시) 따릉이 이용률은 작년 동기 대비 58.68%, 퇴근 시간대(오후 6~8시) 이용률은 41.91% 증가했다. 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자전거는 도심에서 이미 생활 교통수단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버스나 지하철처럼 공공자전거 역시 보편적인 이동권의 관점에서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공자전거는 ‘수지타산’을 근거로 지속 여부를 결정할 사업이 아니다. 시민들의 공공 이동수단인 시내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사업에 수익과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보조금으로 6000억원, 도시철도 보조금으로 500억원의 재정을 지원했다.

시민들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광교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요금 인상과 사업 철수에 제동 걸 수 없어

2019년 3월 경기 성남시와 인천 연수구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민간 공유자전거 카카오T바이크는 현재 빠른 속도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서울·경기 일부 지역과 대구, 부산, 광주 등 12개 지역에서 1만 대가량의 카카오자전거가 운행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올해 3월 카카오T바이크 500대가 도입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1500대로, 규모를 세 배 늘렸다.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시에서는 투자 대비 이용률과 관리비 등을 두고 고민하던 차였고 여러 민간업체에서 시에 제안을 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 민간 공유자전거 도입 타당성 검토’ 보고서(2020)에 따르면 대구시는 2009년 공공자전거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프라 미비에 따른 재정 부담과 이용 수요 부족을 이유로 사업 시행을 보류했다. ‘시민자전거’라는 이름의 무료 공유자전거를 운영했으나 지하철 역사에 310대만 배치돼 대여 실적이 저조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아예 운영을 중단했다. 그 빈틈을 가장 먼저 파고든 게 카카오T바이크다.

민간 공유자전거의 수익 전략은 뭘까? 대부분 공공자전거는 일반 (수동)자전거인 데 비해 카카오T바이크는 전기 배터리로 운행되는 전기자전거다. 힘이 덜 들고 빠르다. 그런 만큼 요금이 높아진다. 기본요금 1500원(15분)에 1분씩 초과될 때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따릉이의 경우 기본 1시간에 1000원이다. 1시간을 넘기면 5분마다 200원이 과금된다. 1시간을 이동할 경우 카카오T바이크는 6000원, 따릉이는 1000원을 낸다.

카카오T바이크는 지난 8월 갑작스레 요금 인상안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본요금 200~300원에 분당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최대 15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었다. 이 경우 1시간 이용료는 6000원에서 9000원까지 오른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카카오는 요금 인상안을 없던 일로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초기인 만큼 지금은 여론을 의식해 요금 인상을 철회했지만,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나면 좀 더 손쉽게 요금을 올리고 투자비용을 ‘수금’할 것이라 예상한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민간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민간업체가 공공성을 저해하는 독점권을 행사해도 공공이 손쓸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민간사업자가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공공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플랫폼을 통째로 철수해버리면 모든 서비스가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원시의 경우다. 수원시는 2018년 중국의 모바이크와 싱가포르의 오바이크가 위탁운영하는 방식으로 공유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누적 이용 횟수가 연간 약 550만 회에 이르렀고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큼 우수 사업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2019년 9월, 모바이크는 해외 사업장을 철수한다는 본사 방침에 따라 1년9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안에도 이용요금과 관련한 문제가 일었다. 모바이크는 시와 협의 없이 30분에 300원이던 요금을 20분에 500원으로 150% 인상하거나 월정액권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수원시는 민간사업자를 유치함으로써 초기 시설 구축비 211억원과 연간 운영비 3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성을 내세웠지만 정작 업체의 이용요금을 제한할 수 있는 아무 권한이 없었다. 또 다른 민간업체인 오바이크는 본사의 부도로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이용객들이 낸 보증금마저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수원시가 나서 자전거 매각대금을 통해 시민들 각자에게 보증금 2만9000원을 환급해주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 뒤에도 여전히 수원시의 공유자전거는 민간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모바이크와 오바이크가 철수한 이후 새로운 사업자를 찾던 수원시는 2020년부터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타조(TAZO)’를 도입했다. 타조는 KT와 옴니시스템이 공동 운영한다.

나정숙 안산시의원은 페달로가 사라진 뒤 안산시에서도 수원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안산시와 카카오T바이크의 협약서에는 서로 간 책임과 권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카카오에서 무리하게 요금을 인상하거나 갑자기 철수한다고 해도 시에서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로 올해 10월 초 카카오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진행하던 공유자전거 사업을 철수했다. 서비스를 제공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와 협의한 결정”이라며 “지자체와 개선 방안을 논의하다가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성시 관계자는 “협의는 없었다. 애초에 시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의 시작과 종료에 시가 관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만 영문을 모른 채 이동 수단을 하나 잃게 되었다.

안산·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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