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당신의 '섹스 라이프'는 안녕한가요?

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2021. 7.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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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한수진 기자


다소 외설적이지만 호기심을 품게 하는 제목에 이끌려 넷플릭스 '섹시 라이프'를 시청했다. 기자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은 지 공개된 지 일주일만에 '오늘 한국의 인기 콘텐츠 10'에 올랐다. '섹스 라이프'는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던 빌리(세라 샤히)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전 연인의 삼각관계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도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세라 샤히의 섹시한 비주얼만큼이나 남편 쿠퍼 역의 마이크 보걸과 X 연인 브래드 역의 애덤 데모스는 핫가이로 등장한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미남상에 젠틀함이 묻어나는 마이크 보걸과, 자유분방하면서 거친 야성적인 모습이 매력적인 애덤 데모스. 세라 샤히가 왜 그렇게나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지 저절로 감정이입하게 될 정도다. 둘 다 옆에 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제목과 줄거리를 보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섹스 라이프'에서 노골적으로 남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보며 생경한 마음이 들었다. 샤워신을 통해 마이크 보걸의 전라가 전시되듯 비춰지고, 애덤 데모스의 베드신을 관음하듯 그의 신체 곳곳을 부각시키는 등 남성의 몸으로 화면 곳곳을 채워나갔다. 그간 이런류의 콘텐츠들의 모습은 과연 어땠나. 전라 샤워신의 주인공은 여자였고, 신체가 부각되는 쪽도 늘 여성이었다. 유독 섹스가 주제가 되면 대상화되는 쪽은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생경함에 혼란스러워 하던 중 수많은 작품에서 성적 대상화됐던 여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외설적 장면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입아픈 미국의 대표 시리즈 '왕좌의 게임'. 해당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에밀리아 클라크는 당시 노출신에 대해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대작의 원톱 주인공을 맡고 있었지만, 여자란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되는 걸 비켜갈 순 없었다. 

그에 반해 '섹스 라이프'의 베드신은 철저히 여성의 입장으로 그려진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와의 잠자리는 만족하지 못하는 빌리의 고민에서 시작된다는 줄거리만 봐도 그렇다. 해당 시리즈는 거의 매화에 베드신이 등장하는데, 빌리가 욕망할수록 남자들의 섹슈얼한 모습이 더욱 부각된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빌리의 성적 만족감이다. 빌리가 만족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남자들은 능력자가 되기도 하고, 무능력자가 되기도 한다. 1화에서 이러한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빌리에게 실망감만 안긴 잠자리를 선사한 쿠퍼의 얼굴은 지질하게 비춰지고, 빌리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는 상상 속 과거의 남자 브래드의 얼굴은 향수 CF에서나 볼 법한 섹시함으로 가득하다.

그렇다면 해당 작품이 단순히 성애의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잠자리에 대한 빌리의 갈등은 결국 자신의 욕망과 자아를 좇아야한다는 심오한 메시지로 이어진다. 마지막회에서 빌리의 절친이자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 샤샤는 자신의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욕망을 억압하지 말라. 우리 본능을 억압하는 건 불건전 행위"라고 말한다. 그 순간 엄마와 아내로의 역할을 되뇌이며 자신을 억압했던 빌리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브래드를 향해 내달린다. 이 결말을 두고 적잖이 탄식을 내지른 이들이 적지 않다. 기자 역시 "이게 이렇게 흘러간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말이다. IMDB나 로튼토마토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 것도 이 뜬금포 같은 결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빌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유혹하는 브래드의 구애를 거절하고, 남편 쿠퍼와도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총 8회 중 7회까지 이러한 내용이 담긴다. 그러다 갑자기 마지막회에 이르러 샤샤의 단 한마디로 빌리는 마음을 바꾼다. 조급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시즌2를 염두에 뒀다면 제작진 입장에선 필요한 급발진이었는지도 모른다.

브래드를 마주한 빌리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남편을 떠나지 않을 거다. 이걸로 바뀌는 건 없다. 같이 자자"고. 기혼자인 빌리의 외도를 놓고 '섹스는 곧 자아의 표현'이라고 포장하는 듯한 화법은 다소 거부감이 들 만하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오랜만에 인상 펴고 부담없이 볼 만한 드라마가 아닌 가 싶다. 물론 남성이 봐도 크게 거스를 것 없이 섹시한 장면들도 많고, 커플이 함께 보는 것도 추천한다. '섹스 라이프'는 시청자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당신의 '섹스 라이프'는 안녕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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