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맘, 이쁜이맘, 로라맘.. 맘카페에서 일어난 역대급 사연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가다

"엄마는 나를 이용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진짜 이름을 몰랐다. 인터넷 공간에서 그녀는 별명을 무수히 바꿨다.

망고맘, 이쁜이맘, 로라맘…….

모든 닉네임에 ‘맘’을 붙여 자신의 정체성을 애 키우느라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데 남편은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주부로 설정했다.

그녀를 통해 공동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녀를 막 출산했지만 돌봐줄 사람도 없는 가련한 산모라고 믿었다. 거짓과 진실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 그녀는 사람들의 동정심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는 언제나 손을 벌리는 엄마와 진작 연을 끊은 아빠가 있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바쁘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실은 마음 깊은 곳의 바람이자 저주였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에 부모에게 철저하게 실망했다. 조종하고 의존하는 부모가 끔찍이 싫었다.

어려서부터 애어른이었던 그녀는 엄마를 감정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을 훤히 꿰고 있었다. 엄마가 자주 하는 말들에도 이미 익숙했다.

“너는 나중에 무엇으로 내게 보답할래?”

“나는 늙으면 너만 믿을 거야. 네가 거부할 이유는 없겠지.”

“딸, 나는 어쩌면 좋겠니?”

“엄마는 아무 힘도 없어.”

“엄마는 그 남자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일 학교에 가지 말고 엄마 곁에 있어 주면 안 되겠니?”

그녀의 품에는 언제나 엄마와 술병이 있었다. 술에 취한 엄마를 건사하다 토사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학업에 지장이 좀 생겨도 엄마의 상태만 나아진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나아지는 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형편없는 역할을 되풀이하는 사람

헛된 기다림은 그녀 인생의 주축이 되었다. 엄마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줬지만, 엄마의 운명이 그녀로 인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겨우 그 이치를 깨닫고 자기 인생을 펼치려 할 즈음에 의지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젊은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아 사회에 뛰어든 사업가처럼 행세했지만, 실체는 그저 뒷골목 건달이었고 남을 등쳐먹어야만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진흙탕에 발을 들여놓고도 빠져나오려 발버둥질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를 먹여 살릴 수 있고 금전적인 수입만 있다면 사기 치는 것도 하나의 생존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안간힘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여겼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한 방 먹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 죄책감 없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되돌아올 수 없는 길에 발을 디뎠다. 엄마가 그들 모녀를 불쌍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수단을 보고 자란 그녀는, 자신도 똑같은 전략으로 사람들의 돈을 열심히 뜯어냈다.

한 번 또 한 번, 자신과 같은 엄마들의 돈을 가로챈 뒤 신분을 바꾸고 이사 가기를 반복했다. 손 벌리는 엄마가 가장 싫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속임수와 거짓말로 끝없이 남에게 손을 벌리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대인관계 레퍼토리

우리는 결국 가장 닮고 싶지 않은 모습을 곁에 둔다. 어린 시절 어떤 방식으로 대우받았느냐가 대인 관계에서 가장 익숙한 레퍼토리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의존하기, 나약함, 무력함, 빌붙기, 고집부리기인가? 어쩌면 막말하기일 수도 있겠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모습은 모두 마음속 지하실에 쌓인다. 다시 말해 그림자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게서 내게 허락하지 않는 그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마음속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해주길 바란다.

예를 들어 구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 반드시 구원받으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의존하는 역할이라면 주변에 분명 의지할 만한 상대가 있을 것이고, 눈치 빠른 탐정 역할이라면 자기 욕구를 수시로 알아차려주길 바라는 대상이 있을 것이다.

대인 관계에서 우리는 다양한 대상을 끌어당겨 마음속에 정해둔 시나리오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고, 그 역할에 생명력을 부여한다.이러한 역할들은 어린 시절에 익숙해진 생존 전략에서 발단한 것이다.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부모가 방치했거나 함부로 대했던 아이, 정서적 유기 상태에 처했던 아이는 구원하고 구원을 청하는 관계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어른이 된 우리의 손에는 더 많은 패와 선택지가 있다. 우리는 과거와 끊임없이 빚는 갈등을 멈추고 진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 상처에서 서서히 멀어져야만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가 내린 선택으로 자기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마음이 다친 줄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