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커뮤터의 재발견, 2022 BMW C 400X / GT


어반 커뮤터의 재발견

2022 BMW C 400X / GT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엔트리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라이더는 물론이고 입문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멋진 디자인, 다루기 쉬운 성능, 저렴한 가격까지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BMW C 400 X

C 400 X는 350cc 단기통 엔진을 얹은 미들급 스쿠터다. 한국엔 2019년 초에 출시했고, 2년이 지난 지금 마이너 체인지 모델로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이름 뒤에 붙은 X는 크로스오버 성격을 의미한다

스쿠터는 모터사이클 중에서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제품군이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접근하기도 한다. 반대로 제조사 입장에선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다. 제작비용은 최저 수준이면서 모든 편의성을 두루 갖춰야하는 대중성이 난제로 작용한다. 이런 이유에서 스쿠터를 잘 만드는 일부 대중 브랜드의 파워는 독보적이다.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이들의 실력은 경지에 올랐다. 여기서 BMW 상품 개발자의 고민이 존재한다. BMW가 만드는 스쿠터는 어떻게 시장에서 차별화될 것인가?


BMW 모토라드의 기본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반 모빌리티, 즉 스쿠터 시리즈다. BMW 역사에서 스쿠터는 여전히 도전이자 확장의 영역이다. 하지만 대중 브랜드와 경쟁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00년, 스쿠터에 지붕과 안전벨트를 장착한 ‘C1’ 스쿠터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C 에볼루션’을 거쳐서 ‘CE 04’ 같은 순수 전기스쿠터로 어반 모빌리티 포트폴리오를 미래지향적으로 채워나간다. 그 사이에서 C 400과 C 650 시리즈 같은 내연기관 스쿠터로 꾸준히 볼륨을 늘리고 있다.

C 400 X

C 400 X는 BMW 브랜드의 아이콘, GS의 스타일을 이어받으면서도 스포츠 모터사이클처럼 경쾌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장거리 주행에 초점을 둔 GT 모델과 다르게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다. 동시에 경쾌한 라이딩 감각까지 부각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키, 열선 시트, 컬러 LCD 계기반 같은 고급 편의장비로 상품 경쟁력을 높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약 1년 전에 2020년형 C 400 X를 구입했다. 출퇴근 같이 근거리 주행에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약 2,500km를 탔다. 그러니 이번 시승기는 지난 1년의 경험이 녹아든 롱텀 테스트에 가깝다. 더불어 구형과 비교해 정확히 어떤 부분이 개선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헤드라이트 : F 850 GS의 헤드라이트와 비크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온 전면의 X와 BMW자동차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GT의 전면 디자인의 차이가 크다

역동적인 디자인

C 400 X의 디자인은 역동적이다. 차체를 감싼 카울 면적을 최소로 하면서 에지를 살려 민첩한 느낌을 준다. GS 특유의 비대칭 헤드라이트에는 Y자 형태 주간주행등을 넣어서 낮에도 선명한 인상을 만든다. 크기가 작은 작은 윈드 실드를 가졌음에도 곧추선 각도 덕분에 헬멧 쪽으로 들이치는 바람을 효과적으로 분산한다. 그 뒤로 6.5인치컬러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미들급 스쿠터에서 보기 드문 사이즈. 실제로 큰 화면을 통해 운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신 소프트웨어 버전에선 한글 인터페이스도 구현하고, BMW 공식 헤드셋을 통해 모터사이클과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도 있다. 내비게이션 같은 고급 기능은 한국에서 지원하지 않아서 아쉽다. C 400 X에서 가장 돈 값한다고 느끼는 부분이 컬러 디스플레인 만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면 좋겠다.

시트 : 두 모델 모두 시트는 무척 편하다. 열선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것도 감사하다. GT 시트는 등받이가 상당히 단단히 허리를 잡아준다

기본 시트 높이는 775mm이다. 키 160~185cm 정도의 라이더가 편하게 탈 수 있다. 단 시트 폭이 넓은 편이라 키 175cm 이하의 경우 평지에서 양쪽 다리를 모두 땅에 편하게 내려놓기 어렵다. 폭이 넓은 시트는 텐덤 라이더에게 유리하다. 살짝 기울어진 일체형 시트 디자인으로 뒤쪽 라이더가 장시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앞 열선 시트와 열선 그립이 기본이고,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한겨울에도 찬바람 맞으며 탈만하다. 스마트키 시스템 덕분에 키를 꼽지 않아도 시동을 걸고, 트렁크나 주유구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시보드 양쪽에 원형 버튼을 누르면 글러브 박스가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에는 안쪽에 USB 포트가 기본으로 달려서 비오는 날도 안전하게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하다.

수납공간의 개선이 필요해

날렵하고 콤팩트한 차체 구조를 얹은 만큼 희생한 것은 시트 아래 수납공간이다. 앞은 작은 오픈페이스 헬멧, 뒤쪽은 플렉스 케이스 방식으로 스위치를 눌러 아래로 확장해야 제트헬멧, 혹은 작은 사이즈의 풀페이스 헬멧이 겨우 들어간다. 외부 통신장치나 선바이저가 달린 풀페이스 헬멧은 넣을 수 없다. 플렉스케이스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활용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하지만 뒤 서스펜션 스트로크 공간을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어서 정차 시에만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꽤 불편하다. 실제로 C 400 X를 타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수납공간 부족이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상자도 높이나 폭 1~2cm 생김새 차이로 시트 아래 넣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테일램프 : 간결한 구성의 X의 테일램프는 차체와 별개로 떨어진 구조이며 GT의 경우 리어에 일체형으로 매립되어있다. GT의 테일램프는 어두울 때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 더 멋스럽다

사실 겉모습이나 편의장비에서 신형이 가져온 변화는 크지 않다. 파란색과 검정이 조합된 스포츠를 비롯해 블랙과 그레이로 카울 색상이 달라진 것을 빼면 구형과 거의 같다. 반면 주행 특성과 감각은 차이가 있다. 엔진과 브레이크, 조작 계통 세팅이 일부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형의 350cc 단기통 엔진은 유로5 배출가스 기준에 맞춰 개선됐다. 최대 출력 34마력(7,500rpm)과 최대 토크 35Nm 수치는 변화가 없다. 반면 전자식 스로틀로 변경되면서 최적화된 출력 제어를 위해 ECU 매핑을 다듬었다. 체감상 토크가 나오는 시점도 초반부터 좀 더 풍부하다. 최대 토크 구간도 200rpm 가까이 낮아졌다(5,750rpm).

BMW 자료에 따르면 신형은 공회전 안전성을 개선했다고 한다. 대부분 고객이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겠지만, 사계절을 모두 타본 입장에선 와 닿는 부분이다. 실제로 내가 가진 2020년형의 경우 외부 기온이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질 때 초기 시동성이 안 좋고 시동이 걸려도 5~10초 안에 시동이 한번 꺼지는 문제가 있었다. 9월초 테스트 주행이라 냉간 시동 부분을 확인할 수 없지만, 관련 부분에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앞브레이크 : 디스크는 동일한 스펙이지만 캘리퍼가 바이브레에서 호따후안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두브랜드 모두 현재 브렘보 산하의 기업이다. GT는 골드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신형에서 확실히 체감되는 부분은 스로틀 감각이다. 전자제어방식으로 바뀌며 스로틀 레버를 조금만 돌려도 훨씬 경쾌하게 달려 나간다. 이전 모델은 스로틀을 순간적으로 완전히 열었을 때는 살짝 주춤하다가 출력을 토한다. 흡입되는 공기량과 연료량의 최적화가 순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행하는 문제다. 반면 전자제어 방식은 운전자가 스로틀 레버를 어떻게 조작하든 순간순간 최적의 출력을 뽑아낸다. 그래서 신형 모델의 스로틀 감각이 전반적으로 훨씬 좋다고 느껴진다. 반면 50km/h이상의 속도에서 스로틀 레버를 갑자기 닫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는 오히려 구형 쪽이 더 빠르게 반응하는 듯하다. 신형은 여기서도 딱 필요한 출력부터 계산하듯이 내놓는다. 전반적인 가속력은 시내를 달릴 때 답답하지 않고 딱 좋았다. 200cc 이하 스쿠터와 비교하면 월등하게 빠르고, 300cc 매뉴얼 바이크와 움직임이 비슷한 수준이다.

변속기는 CVT이고 건식의 원심 클러치 방식이라 출력이 일정하게 쭉 오른다. 주로 쓰이는 엔진 회전 구간은 주행스타일에 따라 크게 두 부분에 집중된다. 부드러운 가속과 크루징 용도에선 3,500rpm 부분에 고정되면서 속도를 끌어올린다. 급가속이나 시속 100km 이상 주행에선 6,500rpm 정도를 유지하면서 속도를 올린다. 원심 클러치 방식이라 급한 내리막길을 동력 없이 브레이크만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클러치가 붙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구형에선 이대로 좀 더 주행하거나 속도를 서서히 낮추면 완전히 정지하기 직전에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반면 같은 테스트에서 신형은 달랐다. 클러치가 동력을 끝까지 일정하게 물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여러 부분 개선했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윈드쉴드 : X의 윈드쉴드는 크기는 작지만 꽤 효과적으로 바람을 가른다. GT의 경우 큼직한 크기와 와류를 억제하는 디자인으로 주행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C 400 시리즈는 ABS뿐 아니라 트랙션 컨트롤(ASC)까지 기본 장착되어서 안전한 라이딩을 지원한다. 전자제어 스로틀과 함께 주목할 변화는 새로운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이전 모델은 브램보의 하위 브랜드인 바이브래 래디얼 캘리퍼를 썼다. 반면 신형은 최근 브렘보가 인수한 스페인 브레이크 브랜드 호따후안(J.JUAN) 제품이다. 구형의 경우 브레이크 레버 작동 구간 중 처음 20~30%는 거의 제동력이 없다가 뒤쪽에서 점진적으로 패드 압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급제동 때 응답성이 살짝 느리고, 제동 시간에서 손해를 본 만큼 밀리는 느낌이 든다. 반면 신형은 브레이크 레버를 잡자마자 캘리퍼가 압력을 가하기 시작해서 레버움직임 절반 이하에서 이미 제동력 80%가 나온다. 따라서 급제동 때 훨씬 빠르게 반응하고, 이후 마지막 부분에선 레버 감각이 단단해지며 더 잡히지 않는다. 양쪽 모두 타이어의 한계는 정해져 있기에 어느 쪽이 월등하게 좋은 제동력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개선된 브레이크 세팅이 급제동에 유리했다. 대신 순간적으로 프런트 포크가 끝까지 눌리며 타이어가 하중을 모두 감당하지 않도록 브레이크 레버를 최대한 섬세하게 잡는 게 포인트다.

핸들바와 계기반 : 두 모델 모두 BMW바이크를 타고있다는 오너쉽을 강조하는 거대한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언뜻 디자인만 봐서는 클랙슨 기능이라도 할 것 같지만 눌리지 않는다. 핸들바는 GT쪽이 높다

C 400 X는 스윙암 위에 엔진과 변속기가 붙은 유닛 스윙암 방식을 쓰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좋은 편이다. 코너에서 앞뒤 바퀴가 노면을 따라 움직이는 감각이 자연스럽고, 믿을만하다. 기본적으론 무게 중심이 라이더 무릎 쪽에 몰린 느낌이어서, 엉덩이를 시트 끝으로 딱 밀어놓고 타면 된다. 코너를 들어가는 느낌은 날렵하고, 탈출할 땐 안정적이다. 스로틀을 강하게 조작해도 ASC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타이어는 피렐리 엔젤 스쿠터로 출력을 잘받아준다. 앞머리 회전 반응도 가볍다.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라인을 수정할 수 있다. 그래서 타면 탈수록 라이딩 자체를 즐기게 된다.


C 400 X는 모터사이클이란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엔트리 스쿠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쿼터급매뉴얼 모터사이클처럼 움직인다고 할까? BMW가 추구하는 라이딩의 즐거움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연비나 실용성은 상관없다. 모든 부분에서 좋은 스쿠터가 아니라 가장 BMW 다운 스쿠터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신형을 시승하면서도 딱히 단점으로 꼽을 부분이 없었다. 지난 1년간 구형을 타면서 내린 결론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불만이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래서 1,010만 원이라는 시작 가격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500만 원대 스쿠터보다 두 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불한 뒤에는 후회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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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C 400 X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OHC 단기통 4밸브  보어×스트로크 80×69.6(mm)   배기량 350cc   압축비 11.5:1   최고출력 34ps/7,500rpm   최대토크 35Nm/5,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식 퓨얼인젝션   연료탱크용량 12.8ℓ   변속기 무단 변속 V벨트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 유닛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5 (R)150/70 R14   브레이크 (F)365mm 더블 디스크, 4피스톤, ABS 기본 (R)265mm 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565mm   시트높이 775mm   차량중량 206kg   판매가격 1,010만~1,040만원




김태영 모터 저널리스트

신장 181cm 체중 67kg. 자동차 기계공학을 전공한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에서 PD로 시작해서 <자동차생활>, <모터트렌드> 등 자동차 전문잡지를 거쳐 2016년부터 <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모터바이크 경력 12년차 라이더이며 2020년 GS 트로피 미디어로 한국팀과 함께 완주했다.




가장 작은 GT

BMW C 400 GT

C 400 X가 GS 시리즈의 이미지를 빌려 독특함과 경쾌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C 400 GT는 양현용 편집장 투어러 라인업인 GT시리즈의 이미지를 빌려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스쿠터에 더 가까운 모델이다.

GT는 이탈리아어로 그란투리스모,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의 약자로 브랜드마다 그 해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BMW 모토라드에서는 빠르고 편하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모델에 붙이는 모델명으로 사용 중이다. K 1600 GT, K 1300 GT, F 800 GT , C 650 GT 등 다양한 배기량의 GT모델을 선보였다. 그래서 2019년에 C 400 GT가 처음 선보였을 때 이 작은 스쿠터에 GT의 이름을 붙이는 건 조금 과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고는 예상보다 GT의 콘셉트를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편안한 포지션과 안락한 시트, 그러면서도 느긋하지만은 않은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뛰어난 방풍성, 열선 그립과 시트로 체온을 지켜주는 구성까지, 이 콤팩트한 차체에서 훌륭하게 GT를 해석하고 있었다.

BMW의 유전자

C 400 시리즈의 위에 앉아 바이크를 조종할 때 가장 놀라운 점은 내가 BMW바이크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는 것이다. 눈앞에 들어온 깔끔한 그래픽의 컬러TFT계기반과 BMW로고가 박혀있는 핸들 바가 만족도를 높인다. BMW고유의 핸들바 조그다이얼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고 스마트키도 일반적인 스쿠터들이 채택하는 다이얼방식이 아닌 여느 BMW모델들과 동일한 버튼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손과 엉덩이까지 열선이 데워주니 바이크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고급 바이크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이는 R 1250 GS와 RT등을 소유하며 높아진 눈높이의 라이더라면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사외품 튜닝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완성도가 만족도를 더욱 높인다.

글러브 박스 : 전체적인 카울의 크기는 GT가 큰데도 글러브 박스는 X가 GT보다 입구가 넓어 쓰기편했다. 내부에 usb충전포트를 갖추고 있다

C 400 X와 섀시와 엔진을 공유하는 형제차량이지만 막상 두 모델을 타보면 꽤 다르게 느껴진다. 우선 엉덩이부터 허리까지 감싸는 시트가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핸들바가 몸쪽에 가까워 포지션이 편안하다. 또한 발판의 너비와 앞쪽으로 공간이 조금 더 확보되어 발을 더 편하게 놓을 수 있고 더 커진 페어링과 쉴드로 주행풍이 확실히 덜 들이친다. 시트에 앉는 위치나 발판의 전후 위치 X와 동일하다. 뒷자리는 넓으면서도 도톰한 쿠션이 더해져 탠덤라이더를 좀 더 배려하고 있다. 특히 탠덤 발판이 접이식 풋패그인 S와 달리 널찍한 풋보드 형식이라 심리적인 편안함이 다르다.

트리플 블랙의 카리스마를 더하다

디자인에서 기존의 유로4모델과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신형 컬러가 트리플블랙으로 입혀지며 더 고급스럽게 보이고 다양한 톤의 블랙 컬러와 그 사이에 더해진 데 칼이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다. 조금은 독특한,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X에 비해 GT의 디자인은 좀 더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기 좋은 스타일이다. 안전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느 브랜드의 로고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무난한 디자인이다. 이게 장점이자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의 디테일은 훌륭하다. 헤드라이트 속 주간주행등 라인이 BMW 자동차와 닮아있고 좌우가 하나로 연결되어 4발의 라이트가 늘어선 것이 거미의 눈을 연상케 한다. 종이접기를 하듯 여러 층으로 겹쳐지는 디자인의 차체는 각도에 따라 날렵해 보이기도, 풍만해 보이기도 한다. 블랙으로 칠해진 차체에 금색의 캘리퍼가 포인트가 된다.

중국산 스쿠터?

그런데 바이크를 찬찬히 살펴보다보니 뜬금없게도 프런트 포크 중앙에 원산지 표시인 made in china가 찍혀있다. 그렇다. C 400시리즈는 우리가 BMW에 기대하는 독일제가 아니라 중국 론신 Loncin에서 생산하고 있다. 론신은 2005년부터 G 650 시리즈 엔진의 생산으로 BMW와의 인연을 시작해 현재 F750, 850,900에 사용되는 병렬 트윈엔진의 생산과 C 400시리즈 차량 전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품질의 안정화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차량을 만져보고 타보면서 품질에 대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묘한 느낌은 있다. 이건 중국산에 대한 못 미더움 보다는 이제 중국산이 꽤 괜찮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더 큰 미묘함이다.


트렁크 : 시트 밑 수납공간은 클래식 오픈페이스 하나와 제트헬멧, 혹은 사이즈가 작은 풀페이스까지 총 2개의 헬멧을 수납할 수 있다

이름 값하는 주행성능

주행 테스트에서는 GT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훌륭한 성능을 보여줬다. 사실 C 400 시리즈 엔진은 이름의 400이라는 숫자와 달리 배기량이 350cc다. 그래도 동급에서는 높은 편인 34마력의 출력으로 이름값은 하고 있다. 구동계는 스쿠터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VT 방식이지만 주행 시 엔진 브레이크가 제법 명확하게 느껴지고 가속할 때는 빅싱글 단기통 엔진의 빠당빠당한 필링을 잘 살려내고 있으면서도 진동은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이번에 전자식 스로틀로 변경되며 가속이 좀 더 경쾌한 느낌을 주며 스로틀이 가벼워 조작하기도 좋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km/h까지 가속은 공식 스펙상으로는 9.5초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계기반 상으로 약 8.5초에서 9초 사이를 기록했고 스펙상 최고속은 139km/h인데 계기반 상 최고속은 150km/h인 것으로 보아 스펙은 역시 GPS 속도가 기준인 것 같다. 어쨌든 답답함 없이 시원시원하게 가속하고 고속 영역도 장거리가 거뜬할 만큼 여유 있다. 신기했던 점은 코너를 빠르게 돌아갈 때 보통의 스쿠터라면 어딘가가 노면에 벅벅 긁히는 소리가 날 만큼 코너에 깊게 찔러 넣어도 어디 한군데 스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연료주입구 : 클래스를 뛰어넘는 감각을 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연료주입구. 그 어떤 스쿠터의 연료주입구보다 고급스럽게 작동한다


좌우의 날을 바싹 세워놓은 언더 카울 형상부터 코너링 성능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은 느낌이다. 게다가 하체 홀딩이 어려운 X에 비해서 등받이와 발판으로 하체를 단단하게 홀딩해줄 수 있는 GT가 코너에서 페이스가 높아질수록 더 안정적이다. 달릴수록 흥이 오르면서 일반적인 스쿠터의 페이스보다 조금 빠르게도 달려봤는데 바이크가 잘 받아주는 덕분에 꽤 재밌게 고갯길을 즐길 수 있었다. C400 GT는 동급의 스쿠터 중에서 가장 일반 모터사이클처럼 달릴 수 있는 스쿠터였고 이는 서스펜션 덕분이다. 전후 서스펜션 세팅은 주행의 편안함과 코너링에서의 안정성의 밸런스를 잘 잡고 있다. 특히 리어서스펜션은 유닛스윙암이라는 구조적인 단점을 꽤 잘 커버 하고 있다. 물론 스쿠터에 기대하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감각과는 확실히 대척점에 서게 된다. 근데 그게 GT의 매력인데 어쩌겠나.


브레이크 성능의 개선은 주행하는 내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기존 브레이크도 큰 부족함은 없었지만 제동력의 초기응답이 좋아지니 라이딩 감각이 훨씬 스포티해진다. 코너링ABS가 더해진 점도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C 400 GT의 가장 아쉬운 점은 C 400 X에 비해 덩치는 꽤 커 보이지만 수납공간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시트 밑 공간은 아예 부품을 공유 할 만큼 동일하고 글러브 박스는 X쪽이 오히려 입구가 더 넓어 사용이 편리하다. 차라리 엉덩이쪽을 부풀려 넓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면 X와 차별화도 이루고 GT만의 콘셉트에도 좀 더 충실한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탑박스를 달면 해결될 문제지만 탑박스를 다는 순간 본래 가지고 있던 경쾌함과 캐주얼한 이미지는 그대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높아진 경쟁력

처음 C 400 시리즈가 선보인 2019년, 일본 브랜드를 필두로 치열하게 경쟁 중이던 중형 스쿠터 시장에서 BMW라는 브랜드의 후광을 받았음에도 C 400시리즈는 존재감을 크게 가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실제 유저들의 만족도도 높고 인기 역시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신형은 새로운 환경규제를 출력손실 없이 맞추었으며 전반적인 완성도까지 높여 상품성을 강화했다. 만약 현재 스쿠터 카테고리에서 하나 골라야 되는 입장이라면 전혀 생각지 않았던 선택지였다고 해도 이제 C 400 GT을 후보 리스트에 올려서 저울질 해 볼 필요가 있다. 라이벌들과의 가격차이 이상의 경쟁력은 갖추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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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C 400 GT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OHC 단기통 4밸브  보어×스트로크 80×69.6(mm)   배기량 350cc   압축비 11.5:1 최고출력 34ps/7,500rpm 최대토크 35Nm/5,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식 퓨얼인젝션   연료탱크용량 12.8ℓ   변속기  무단 변속 V벨트   서스펜션  무단 변속 V벨트  (F) 텔레스코픽 정립 (R) 유닛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R15 (R)150/70 R14   브레이크 (F)365mm 더블 디스크,4피스톤, ABS 기본  (R)265mm 싱글 디스크   휠베이스 1565mm   시트높이 775mm   차량중량 214kg   판매가격 1,040만 원~1,070만 원




양현용 편집장

본지 편집장. 키187에 100kg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 모터사이클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모터바이크는 다 좋아하는 잡식성이다. 스스로 바이크를 만지는 것을 좋아하며 커스텀빌더의 꿈을 가지고 있다.








김태영, 양현용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