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권 성별 칸에 'X'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별을 의미하는 'X'를 표기한 여권이 처음으로 발급됐다. 미국 내 400만명에 달하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AFP통신 등 외신은 미 국무부가 성별을 남·여가 아닌 'X'로 표기한 여권을 첫 발급했으며 2022년부터는 모든 여권 신청자들에게 이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X 성별 표기를 시작으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자유, 존엄성, 평등을 증진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여권뿐 아니라 출생증명서·운전면허증 등 공식 신분증에도 적용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거부한 '논바이너리(Non-binary)', 남녀의 신체적 특징을 모두 지닌 '인터섹스(Intersex·간성)', 자신의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미국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은 공식 신분증에 'M(Male·남성)' 또는 'F(Female·여성)' 대신 'X'를 표시할 수 있게 됐다.
또 지금까지는 미국인들이 출생증명서나 신분증에 있는 것과 다른 성별을 여권에 표시하려면 의사가 발급하는 의료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의사 소견 없이 개인이 자신의 성별을 선택해 표시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 'X' 성별을 기재한 첫 여권을 받은 사람은 인터섹스로 태어난 다나 짐이다. 짐은 어릴 때 수술을 받아 미 해군 등 남성의 삶을 살아 왔으며 지난 2015년부터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여 왔다.
짐은 언론 인터뷰에서 "새 여권 성별 란에 X가 찍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눈물을 흘릴 뻔 했다"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강요하지 않는 여권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해방감을 줬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최근 몇 년간 상당수 주와 기업들이 운전면허증과 기타 신분증 등에 남성(M)과 여성(F)이 아닌 제3의 'X'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 왔다. 오리건주의 경우 미국 주 가운데 최초로 운전면허증에 X 성별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여권 등 공식 신분증에 X 성별을 도입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 부통령 시절 동성 결혼 합법화를 주장한 바 있다. 또 트랜스젠더의 군복무 금지 철폐 등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해 온 트럼프 행정부 규칙을 뒤집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여권 성별 표기에 제3의 선택지를 추가해 '성별 X' 여권을 발급하는 국가는 캐나다·독일·아르헨티나·인도·네팔·파키스탄 등 최소 11개국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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