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1년 반 태국에 발 묶인 여행자.. 그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유튜브 '정원의 세계여행' 채널 운영
프랑스 파리서 스냅 사진작가 활동
동남아 여행중에 코로나 사태 터져
끼니 때우는 소소한 일상 영상 담아
'무자극 힐링 콘텐츠' 호응 받는 중









무인도에 표류한 한 남자의 탈출 과정을 그린 톰 행크스 주연의 2000년작 영화, '캐스트 어웨이'. 20여 년이 지난 현재, 유튜브 판 '캐스트 어웨이'가 큰 화제다. 휴가차 떠난 동남아 여행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주인공 남자는 1년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타국에 발이 묶인 채 '짠내'나는 생존을 시작한다. 영화 속 톰 행크스의 유일한 대화 상대가 배구공 '윌슨'이었던 것처럼, 이 남자에게도 친구라고는 영상을 찍는 카메라가 전부다. 카메라에 대고 혼잣말을 하며 때론 외로움과 역경을 이겨내고, 때론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표류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최신판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그의 이름은 '정원'이다. 채널 '정원의 세계여행'을 운영하는 여행 유튜버 정원은 프랑스 파리에서 스냅사진 작가로 활동하며 취미로 여행을 즐기던 평범한 30대 남자였다. 2019년 말, 겨울 휴가차 베트남·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던 그는 예상치 못하게 맞이한 코로나 19사태로 여행 일정과 프랑스로의 복귀가 모두 불투명해졌고, 결국 프랑스도 한국도 아닌 낯선 타국인 태국에 눌러앉기로 한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채 태국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생활하고 있는 그는 유튜브에 자신의 '존버(막연하게 버티기)' 일상을 공유했고, 이것이 대박이 났다. 그는 이제 '백수'나 '표류자'가 아닌, 구독자 12만 명을 거느린 인기 배낭여행 유튜버로 불린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정원은 2015년 일본 여행기를 선보이며 활동에 시동을 걸고, 2019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인도, 남미 등의 여행기를 선보였다. 1년 넘게 구독자 1만 명이 채 되지 않던 그의 채널은 태국에 격리된 장기 배낭여행자의 평범한 일상을 영상에 담아 올리면서 폭발적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1만 명에 불과하던 구독자가 올해 2월 5만 명을 돌파했고, 7월에는 1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12만 명, 누적 조회 수 2천만 회를 기록 중이다. 140여 개 영상의 평균 조회 수는 약 22만 회로,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정원의 세계여행'을 키워드로 하는 PC·모바일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월평균 500건에도 미치지 못하던 검색량이 최근 10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라며 "특히 3040 세대의 검색 빈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유튜버 정원은 어떤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을 통해 특별한 힐링을 전하는 것"을 그의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는다. 사실 그의 영상 속에는 눈길을 끌 만한 대단한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지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재치있는 자막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가난한 배낭여행자가 홀로 끼니를 때우고 가벼운 나들이를 하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만이 있다. 구독자들은 이러한 '무자극 힐링 콘텐츠'에 큰 호응을 보내며 "유난 떨지 않는 잔잔한 일상이 힐링을 준다", "자극적이지 않고 진정성이 느껴져 좋다" 등의 감상평을 남긴다.
타지에서 궁핍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씩씩하고 유쾌한 그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 또한 매력 포인트로 손꼽힌다. 단돈 천 원짜리 밥도 수많은 고민 끝에 사 먹을 정도로 수중에 가진 돈이 없던 그는 구독자들이 보내준 소정의 후원금으로 3달여 만에 고기를 사서 구워 먹으며 한없이 행복해한다. 크게 마음먹고 찾아간 식당이며 여행지마다 코로나 19 여파로 문을 닫아 하릴없이 돌아서면서도 이름 모를 작은 식당에서라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상황에 행복해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그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삶에 대한 용기와 깨달음을 얻는다.
일명 '먹부림'이라고 불리는, 그의 태국 음식 먹방(먹는 방송)은 또 다른 볼거리다. 궁핍한 살림에 달걀과 소시지로 끼니를 때우던 태국 생활 초기와는 달리, 인기를 얻으며 금전적 여유가 조금 생겨난 그는 이제 값싸지만 맛있는 태국 음식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오소이, 까이양, 쏨땀 등 생소한 이름의 태국 음식부터 쌀국수, 수제 피자, 망고 스무디 등 익숙한 식음료까지,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여느 먹방 유튜버 못지않은 실력으로 맛있게 음식을 먹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큰 대리 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가 표류한 지 어느덧 1년 반. 그는 과연 언제, 어떻게 이 표류기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될까. '정원 표 표류기'의 결말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반드시 해피 엔딩이 되기를 바라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치권 `오징어게임` 패러디 끝내주네…이재명에 허경영까지 등판
- "3억 뜯겨 고통스러워"…교제남에게 사기피해 여성 극단적 선택
- 아내 몰래 3년간 친딸 성폭행 40대…2심서 감형, 그 이유가
- 그리스 진출 이재영·다영 연봉 79~84% 삭감
- 그날 영종도의 진실…차량 매달렸다 `중태` 중고차 유튜버, 왜?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
- "선생님, 보험 안 돼도 로봇수술로 해주세요"…수술 로봇 수입 1년 새 57% 증가
- 트럼프, 이란과 핵협상 한다면서 무력충돌 가능성도 제기
- 하반기 산업기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자동차 `흐림`
- `6조 돌파`는 막아라… 5대은행, 대출조이기 총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