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액 651억? 검찰 '이익환수'서 '분양가 조작'으로 계산법 바꿔

이정구 기자 2021. 11. 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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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팀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두고 ‘정책적 판단에 대해 배임 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2일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면죄부를 준 상태에서 이 후보 관련 여부를 과연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로고가 새겨진 유리창에 태극기와 검찰깃발이 비치고 있다./연합뉴스

논란이 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사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다.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 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추가 기소 내용 등을 접한 법조인들은 “그간의 수사가 이재명 후보 쪽으로 향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했다.

특히 수사 내용 중 유씨와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공모한 배임 액수를 ‘최소 651억원+α’로 산정한 것은 “이재명 후보를 비켜가기 위한 계산법”이란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수사팀은 앞서 배임액을 유동규씨 구속영장에서 ‘수천억 원’으로, 이후 기각된 김만배씨 구속영장에서는 ‘1163억+α’로 추정했다. ‘1163억+α’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 이익 5903억원을 기초로 해서 민간 사업자들이 얻은 초과 이익을 계산한 것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 협약 체결 과정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으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그만큼의 초과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팀은 유동규씨 2차 공소장에서는 다른 계산법을 적용했다. 실제 이루어진 대장동 사업 배당 이익(5903억원)이 아니라, 새롭게 추산한 4898억원을 기준으로 잡았다. 화천대유 측이 2015년 평(3.3㎡)당 1500만원 이상의 택지 분양가를 140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공사를 속였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평당 1500만원으로 계산했다면 4898억원이 나오는데, 이는 성남의뜰이 계산한 택지 가치(3595억원)와 1303억원이 차이가 나므로 성남의뜰 지분 절반을 가진 공사가 최소 651억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고 본 것이다. 한 법조인은 “초과 이익 환수 문제가 아니라 택지 분양가 조작으로 배임의 방향을 튼 것”이라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2015년 6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간 사업 협약 체결을 앞두고 공사 내부에서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묵살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추가하자고 건의하는 일선 직원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가 야권에서 “배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이 나오자 “초과 이익 환수를 삭제했다고 그래서 언론 보도들을 보니까 일선 직원이 했다는 건데 그게 당시 간부들 선에서 채택하지 않은 것”이라며 본인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제기돼 왔다.

달라진 배임 계산 방식에 대해 한 법조인은 “‘초과 이익 환수 삭제’ 의혹은 성남시까지 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하지만 검찰이 유동규와 ‘대장동 일당’ 차원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들이 계획한 ‘택지 분양가 조작’을 갖고 배임액을 산정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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