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일만 계속 하다 '물경력' 되나.. 이직해야 할까요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커리어를 쌓아 여기저기서 탐내는 인재가 되는 꿈을 꾸었지요.

하지만 많은 경우, 현실은 상상과 다릅니다. 막상 처음 회사에 들어와 맡게되는 업무는 대부분 ‘잡일’이죠.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집니다. 분명히 일이 많아서 바쁜데 딱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고. 전문성이 키워지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러다 연차만 쌓인 물경력 되는 거 아닐지.

특히 저연차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리멤버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고민이 자주 올라옵니다. 많은 분들이 위와 같은 이유로 이직을 고민합니다. ‘좀 더 다녀보라’는 조언도 있고 ‘이직해라’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화두: 경력에 고민이 많습니다. 이직하는 게 좋을까요?

대기업 자회사 총무/구매 담당자 (햇수로 5년차이며, 1년 조기 진급으로 사내에서는 6년차 대우) 입니다. 제1사업장의 Set-up, 사업장 운영, 2사업장 사업까지 몰아치듯 일했습니다. (중략) 현재 회사에서는 매번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주업무에 부차적 업무가 밥먹듯 쏟아지는 상황이라 저도 경험을 토대로 일을 배워보고싶은 마음이 크네요. (잡부인가 | 총무)

조언1: 일단 잠깐 참아보세요

일단은 이직 충동을 잠시 누르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이직의 목적은 ‘성장’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높은 연봉을 받거나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더 넓은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잡일만 많이 해 왔다면 이 경험이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회사가 싫어서 퇴사한다고 해도 그보다 나은 직장을 찾기 어려울 거란 말이죠.

사진=리멤버 커뮤니티

“이직사유를 보면 어딜가도 똑같다는 걸 본인이 더 잘 알면서 왜 굳이 퇴사?” (광고 17년차 · 마케팅/광고)

“그냥 다니세요 정말 이직하려면 철저한 준비를 하시고 그리고 이직할 곳도 확정하시고 하세요 직장은 감정보단 이성을 앞세워 현명하게 판단하세요.” (날돈 · 자산운용)

“휴식과 충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는 것을 추천드리며 이직을 한다 해도 비슷한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할 것 같아 퇴사가 답은 아닌것 같아요. 준비를 하든 현직장에 요청을 하든 현명한 방법을 찾는게 좋을 듯 합니다.” (굳맨 · 관리/운영)

조언2: 잡일도 성장과정이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어느 회사, 어느 부서에 있더라도 저연차 때는 잡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하고 성공을 이루는 사람이 마냥 부럽죠. 쉽게 내 능력이나 회사를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나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오기 위해서는 잡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과정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집니다. 같은 잡일이라도 남들 일하는 모습에 섞여 대충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일을 해나가면서 ‘일 잘하는 방법’을 익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자의 성장가도가 더 가파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사진=리멤버 커뮤니티

“일단은 있는 데서 우뚝 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힘들고 흔들리면 회사 안에서 일잘한다고 소문난 사람 찾아서 베끼고 흉내 내고 따라하면서 실력을 키워 보세요. 벤치마킹은 아무리 많이 해도 죄가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회사일 잘하는건지 아는 사람이 주변에 반드시 있습니다. 그 사람 따라하면 윗사람 눈에 띄고 남이 만든 룰에 따라 잡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룰을 만들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핵심 업무들을 맡게 되고 본격적인 커리어가 쌓이실 겁니다.” (서매니저· 전략/기획)

조언3: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그렇다고 어떤 회사에서든 참고 견디라는 말은 아닙니다. 주니어이기 때문에 잡일만 주어지는 곳이 있고, 연차가 차도 부품처럼 단순 반복적인 일만 해나가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위치까지 올라간 선배가 있나 확인해보세요. 그런 선배가 눈에 띈다면 직원의 성장을 바라는, 그런 환경을 갖춘 회사입니다. 당장은 막막해 보여도 주어진 일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만일 잡일만 주구장창 시키는데, 연차와 직급이 올라간 선배도 똑같이 잡일만 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시야와 경험을 넓혀 주기도 합니다.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은 후에는 그 곳에서 길게 일하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주니어때는 보이지 않던 시야가 트일 때까지 버텨보라고 합니다. 그 기간을 참지 못하고 옮기면 배움의 싸이클이 중간에 끊어져버립니다. 다시 처음부터 잡일만 해야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겁니다.

사진=리멤버 커뮤니티

“우선 직무를 바꾸실 거면 가고자 하는 직무부터 명확히 설정하시고 면접에서 그 직무 관련하여 실무경험을 잘 풀어나가야할 듯 합니다. 또 자격증이나 전문직 시험이 있는 직무라면 결과를 보여주며 이 직무를 위해 이런 지식을 쌓고 준비를 해왔다 어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해오신 업무랑 너무 동떨어진 업무가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준비와 PR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롤리롤 · 재무/회계/IR)

“현실적으로 참고 다니는게 맞을지 모르나, 이직과정을 쭉 겪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또 깨닫는 부분이 있으실 거고, 더 다니는게 맞을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이직이 맞을지, 이직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 지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안하면 얻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직으로 맘을 굳히셨다면 무조건 퇴사는 최종합격하고 하세요!” (eclipse · 빅데이터/AI/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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