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타 차 선두로도 '뒷심 부족' 꼬리표 떼지 못한 이정은6

김현지 입력 2021. 7.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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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5타 차 단독 선두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2승째이자 메이저 대회 2승째를 노려봤던 이정은6(이하 이정은). 또 다시 뒷심 부족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정은은 7월 2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골프장(파71, 6527야드)에서 치러진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이정은은 버디만 7개를 솎아낸 이민지(호주)와 동타를 작성해 연장전에 나섰는데, 연장 첫 홀에서 이민지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민지는 무려 7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6승째를 달성했다. LPGA 투어 통산 6승째다.

최종일 타수를 줄이지 못해 메이저 2승이 불발된 이정은의 경기력은 매우 아쉬웠다. 앞선 3일 동안 보여줬던 이정은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앞서 이정은은 1라운드에서 5언더파로 선두에 1차 타로 출발했다. 이어 2라운드에서는 버디만 10개 솎아내며 10언더파 61타로 메이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남녀 메이저 대회 통틀어 메이저 최소타 127타 기록도 세웠다.

3라운드에서도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2위 노예림(미국)에 5타 차,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6타 차, 공동 4위 이민지, 후루 아야카(일본), 파자리 아난나루칸(태국) 등에 7타 차를 기록했다.

단독 2위와 무려 5타 차로 출발한 대회 최종라운드. 1번 홀(파4)에서는 버디로 출발해 순항하는 듯 했다. 우승까지 17개 홀,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온듯 보였다.

그러나 분위기 침체는 순식간이었다. 처음엔 티샷 난조였다. 3번 홀(파4)부터 5번 홀(파3)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그러자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짧은 버디 퍼트 기회도 놓쳤다. 더 큰 문제는 타수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8번 홀(파3)에서도 보기가 기록됐다. 채 1m도 안되는 파 퍼트가 홀컵을 외면했다. 한 조로 경기하던 노예림이 이 홀에서 5m 거리의 중거리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타수를 줄인 것이 부담이 됐을 터다. 결국 8번째 홀에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위기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타수를 줄이는 데 급급해진 이정은은 9번 홀(파5)에서 버디 찬스를 만들기 위해 투 온을 노렸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낸 탓인지 두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설상가상 세번째 샷은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바로 앞 프린지에 떨어졌다.

결국 퍼터를 들고 버디 퍼트를 시도한 이정은. 그러나 첫 번째 퍼트는 핀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3m 거리에서 파 퍼트를 시도해야했고, 이를 놓쳐 보기를 범했다.

5타 차 선두로 나섰지만, 전반 홀에서만 4오버파를 친 이정은. 이번 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퍼팅 난조로 인해 선두까지 내어주는 굴욕을 맛봤다.

그랬던 이정은이 후반 홀에서는 다시 힘을 냈다. 12번 홀(파4)에서 기다리던 두 번째 버디가 나왔다. 세컨드 샷이 핀과 2m 거리에 붙었고, 오랜만에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15번 홀(파5)에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파5 홀인데다가 남은 홀이 많지 않아 또 다시 타수를 줄이겠다고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다. 투온을 노렸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세컨드 샷이 그린 옆 벙커 주변을 빙그르르 반바퀴 돌더니 그대로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친 샷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경사를 타고 다시 내려와 러프에 떨어졌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이 홀에서 타수를 잃지 않고 파로 마쳤다는 것이다.

위기를 잘 막아낸 이정은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앞선 3일 간 보여줬던 물오른 샷감이 막판에 돌아왔다. 16번 홀(파3)과 17번 홀(파4), 18번 홀(파5)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낚았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 플레이까지, 그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었다.

앞서 15개 홀에서의 아슬아슬한 플레이가 도대체 왜 나왔는 지 의문이 들 만큼 나머지 3개 홀에서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에 결국 한조 앞에서 경기한 이민지와 동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 때까지만해도 대반전 드라마가 쓰여지는 듯 했다.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이 났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갈렸다. 이민지는 투 온 공략에 성공했고, 세컨드 샷은 이글을 노려볼 수 있을 만큼 핀에 잘 붙었다.

반면, 이정은의 세컨드 샷은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결국 이정은은 보기를 범했다. 이민지는 짧은 이글 퍼트는 놓쳤지만, 가볍게 버디를 낚아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은의 뒷심 부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대표적인 사례는 2주 연속 김지현에게 당한 역전패다. 지난 2017년 이정은은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연장 5차전 접전 끝에 김지현에게 우승컵을 내어줬다. 그 다음주 치러진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는 쿼드러플 보기로 한 홀에서 4타를 잃어 순식간에 우승과 멀어졌다. 결국 이때도 우승컵은 김지현의 차지였다.

2018년에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도 경험이 있다.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 출전해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로 질주했다. 그러나 최종일 4타를 잃으며 결국 신지애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201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은 첫해 메이저 대회이자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 'US 여자오픈'에서 신인 신분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기세가 등등해진 이정은은 곧 바로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 출전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다.

첫날부터 8언더파를 기록하며 질주했던 이정은.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지만 또 다시 최종일에 부진했다. 최종일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렉시 톰슨(미국)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위 사례는 대표적인 사건들일 뿐 이 외에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더 심하다. 지난 6월 'US여자오픈'에서는 2라운드까지 5언더파를 쳤지만, 남은 2일 7오버파를 쳤다. 결국 최종합계 2오버파로 공동 12위, 톱10 밖으로도 밀려났다.

같은 달 치러진 '마이어 클래식'에서는 2라운드에서 6언더파로 질주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갑작스레 5오버파를 쳐 결국 72위로 마쳤다.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도 첫날 3언더파를 쳤지만, 나머지 3일간 8오버파를 치며 최종합계 5오버파 공동 58위를 했다.

7월에 치러진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VOA)'에서도 7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첫날 7언더파로 순항했다. 그러나 남은 3일 동안 줄인 타수는 4타에 그쳤다. 그나마 오버파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과 톱10으로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것이 위안거리였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무관의 설움을 떨치려했던 이정은. 그러나 대회 최종일 5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도 여전히 떼지 못했다.(사진=이정은6)

한편, 이번 대회 우승자는 7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한 호주 교포 이민지다. 유러피언투어에서 맹활약중인 동생 이민우와 남매 골퍼로도 유명한 이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통산 6승째이자 메이저 첫 승을 기록했다.

뉴스엔 김현지 928889@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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