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쥐고 흔드는 대선판..여야 희비 가를 관전 포인트 셋

심새롬 2021. 10. 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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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검찰’이란 단어가 26번 등장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검찰이 이재명 후보가 녹취록 속 ‘그 분’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고 국민의힘 억지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대장동’이 30회 언급된 전날 국민의힘 최고위도 마찬가지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수사기관에 있는 검찰 공무원과 수사본부의 경찰들에게 말하겠다”며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김병욱 단장이 1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11017


대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공약 경쟁은 실종된 채 정치판은 온통 검찰 수사로 도배질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조금씩 진척될 때마다 여야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은 이재명 후보가 공직자 신분(성남시장)일 때 벌어진 사건이란 점에서 과거 발생한 대선 전 의혹 사건에 비해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도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과 본선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이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의 운명이 검찰에 달렸다”(여당 전직 의원)는 말이 나온다.


①배임이냐 뇌물이냐…민감한 與·野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을 민주당은 “국민의힘 게이트”,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라고 부르며 맞서고 있다. 결국 공방의 승패는 검찰의 수사가 ▶배임 혐의 ▶‘50억 클럽’ 뇌물 혐의 중 어디에 집중되느냐에 달려있다. 이 후보의 측근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영장에 명시된 범죄 혐의의 두 축이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배임 수사에 집중하면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여권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의 뇌물 수사에 주력하면 야권에 정치적 타격을 주게 될 것”이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사팀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장동 개발이 결국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인정되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익 환수”라던 이 지사가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검찰이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윤곽이 드러난 곽 의원 등 ‘50억 클럽’ 실체 규명에 주력하면 불길이 야권을 향할 수 있다.

지난 7일 열린민주TV에 나온 이재명 후보는 배임 혐의 수사에 대해 “이재명도 공범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원래 부패 사건 수사는 돈 종착지를 먼저 뒤져서 잡고 그다음 돈이 왜 생겼느냐로 가는 건데, 뜬금없이 이쪽 먼저 하고 급하게 배임이라고 했는데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계좌추적을 빨리 해야 된다”(15일 전재수 의원)며 자금 흐름 중심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리스트 수사 앞에 방어선을 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검찰과 경찰은 이 사건의 줄기에 해당되는 몸통(배임 의혹) 수사는 내팽개친 채 장물을 누가 나누어 먹었느냐 하는 곁가지 사건에만 시간을 투입하면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다만 ‘50억 클럽’ 중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수사엔 기대감도 갖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의 ‘50억 클럽’에 포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무죄 선고까지 담당한 장본인”이라며 “재판 거래의 강한 의혹이 점점 사실에 접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②李·尹 얼만큼 관여했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경기도 국감 등 현안에 관련 협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장동 비리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최종 관심사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 사건을 사전에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다.

윤 전 총장측은 이 후보를 “배임의 공범”(4일 김용남 대변인)으로 모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17일엔 윤 전 총장 본인이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향해 “배임 행각이 상습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2015년 ‘백현동 옹벽 아파트 용도변경 건’을 거론하며 꺼낸 말이다. 국민의힘측이 연일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결재한 문건들을 찾아 공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규명 TF’ 첫 회의에 나와 “(검찰 출신 변호사도) 검찰청이 문 닫아야할 정도의 국기문란사건이라고 개탄한다”며 “이런 일을 윤석열 지시·당부 없이 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TF 소속의 한 인사는 “이미 고발장 작성 과정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개입한 사실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만큼 윤 후보의 개입 여부에 공세의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③檢 속도가 관건…비전 사라진 대선


지난 6월 18일 김진욱(왼쪽) 공수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 공수처]

SBS가 지난 12일~13일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에 긍정 응답했다.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55.7%였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사건 모두 진상규명 여론이 높은 셈이지만 대선을 1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수사가 특정 후보를 향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주변에 대한 수사로 후보가 받는 간접적 영향은 극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만 본인이 조사 및 기소 대상에 오르면 후보직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검찰이든 공수처든 그 지점에 이르면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안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 12월 대선을 기준으로 최소 6개월 전, 상반기까지는 가급적 모든 수사를 마무리하는 게 정치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한 암묵적 관례였다”면서 “지금은 충분히 부담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정치 개입 논란에 휘말릴 위험은 커진다”면서 “유권자 판단에 미칠 혼선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특검처럼 ‘시한부 수사’를 하는 게 수사팀의 유일한 출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의 공수처는 역량이 부족하고 검찰은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속도와 엄밀성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대선 정국의 주인공이 되면서 정책과 비전 경쟁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여야 협상과 합의라는 최소한의 ‘놈(norm·규범)’을 상실한 정치권이 양 극단에서 수사기관을 이용한 단기간 권력 전쟁에 몰두 중”이라며 “경제·외교 등 유권자들의 중립적 선택을 장기간 유도할 정책 역량, 비전 제시는 오래 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정치적 다툼을 사법적 형태로 풀어내려고 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물의 상징성이 과거보다 약해지면서 어떻게든 상대를 흠집내 주저앉히려는 ‘진영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심해진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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